[사유] 선택(選擇)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가려 뽑는다.

by 이도

어떤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도 완벽하지 않을 것 같아

쉽게 발을 떼지 못한 채 망설이며 고민하던 시간들.

삶은 그런 선택의 순간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서간집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에서

죽음을 앞둔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갈림길 중 하나로 들어선다는 것은 나머지 길을 영원히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선택 이후에 전혀 다른 가능성들이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라고.


하나의 길을 택하는 순간, 삶은 오히려 더 많은 갈림길을 만들어낸다.

선택은 끝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향한 시작의 문턱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그 이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곤란함과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가 함께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처음의 판단이 완벽했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의 상황 속에서 다시 마음을 살피고 그때의 나에게 맞는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느냐일 것이다.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늘 한 번뿐인 선택을 해왔다.

되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서 조금 더 기다릴 걸, 조금 더 따져볼 걸, 혹은 더 서두를 걸 하면서

각자의 후회를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에는 언제나 명암이 함께 있었다.

최선이라 믿었던 결정도 아쉬움을 남겼고,

후회로 남은 선택이 오히려 새로운 방향을 열어주기도 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되돌아갈 수 없는 숲길에서 단 하나의 열매를 고르게 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망설이다 끝내 아쉬워했고, 어떤 이는 너무 일찍 골라 후회했다.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중요한 것은 가장 완벽한 열매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한 번의 선택을 끌어안고 그 길을 걸어가는 일이라고.


선택이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조금 더 또렷하게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성취인지, 관계인지, 안정인지, 자유인지.

결정을 거듭할수록 삶의 우선순위는 분명해지고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단단해진다.


만약 지난 선택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해도 그 결정을 내린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때의 나는 그만큼의 삶에서, 그만큼의 최선을 다해 판단했을 뿐이다.

미처 살피지 못했던 마음이 있다면 이제라도 깨닫고,

다음 선택에서는 더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삶은 본래 시작으로 가득한 곳이다.

선택의 기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다른 모습으로 계속해서 돌아온다.

그러니 완벽한 선택을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가까운 방향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딛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Life is C between B and D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수많은 C(Choice)이다.
- 장폴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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