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글을 쓴다는 것.

by 이도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어 생명을 부여하는 일이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생각과 감정을 토해내어,

흩어져 있던 내면의 조각들을

하나의 실체로 빚어내는 일.


어쩌면 글은, 내 안의 세계를 바깥으로 옮겨

존재하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문장이든, 하나의 문단이든,

결국은 마음의 잔해를 생명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나는 완전히 내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글을 쓰는 일은 나 자신과의 대화이자

세상과 맺는 은밀한 소통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글은,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조차 알지 못했던 마음의 결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감정에 가장 정확히 닿는 단어를 찾아냈을 때,

묘한 해방감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이 찾아온다.

그 순간, 비로소 내 마음의 윤곽을 조금 더 선명히 본다.


글은 말로는 흩어지는 것을 붙잡아

시간의 흔적 속에 남겨주는 숨결이다.

삶의 파편을 모아 의식의 기록으로 바꾸고,

시간의 조각을 붙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찰나의 순간을 붙잡아두고,

나와 세상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