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마음에 대하여
행복에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동생의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
짧고 덧없는 생의 무상함을 실감하며, 누구보다 행복해지겠다는 결심으로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때의 나는 행복을 ‘즐거움’이라 믿고 좋아하는 일들을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다니고, 운동을 했다.
분명 순간의 기쁨은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서 질문이 자라났다.
이것이 정말 행복일까. 아니, 이것이 ‘최고의 행복’일까.
언젠가부터 더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 도리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행복을 좇을수록 그 그림자는 멀어졌다.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워도 끝내 닿지 않는 신기루처럼.
그러던 중, 유퀴즈에 출연한 월호스님의 한마디가 내 안의 안개를 걷어내듯, 명징한 깨달음을 안겼다.
행복을 추구하면 불행해진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안심(安心)이다.
그제야 알았다.
불행은 결코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생은 언제든 예기치 않은 파도를 맞는다.
동생의 죽음처럼,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전제를 품고 있던 셈이었다.
월호스님은 인연(因緣)을 말씀하셨다.
인(因)은 '나'이고, 연(緣)은 '세상'이다.
세상은 결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내 마음은 통제할 수 있다.
내 마음이 0이면 어떤 수를 곱해도 0이 되는 것처럼 평정한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은 외부의 조건이지만, 안심은 내면의 상태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내게 말했다.
“결혼생활이 행복하냐고요?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있죠. 하지만 저는 만족해요.”
행복과 불행의 파도 속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 그게 아마 ‘안심’일 것이다.
이제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마음이 고요하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상태이고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머무는 자리다.
이제 나는 행복을 좇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돌본다.
그 안에, 오래도록 머무를 평온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