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삶은 계절이 되어
어릴 적에는 계절의 변화에 둔감했다.
더워지면 더워지는구나, 추워지면 추워지는구나 하며 그저 흘러갔다.
하릴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계절의 흐름과 시간의 결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계절의 얼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의 햇살이 괜스레 마음을 흔들었고,
초록이 짙게 번지는 여름의 열기 속에서 생의 기운이 느껴졌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의 저녁은 고요했고,
겨울의 찬 공기와 하얗게 쌓인 눈빛은 마음을 식혀주었다.
봄의 따스함도, 여름의 뜨거움도, 가을의 고요함과 겨울의 냉기까지도 모두 다르게 스며들어, 제 빛으로 나의 시간을 물들였다.
우리가 매년 벚꽃을 보러 가는 건,
곧 지고야 말 것을 알면서도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고
올해 피어난 벚꽃은 작년의 그것도, 내년에 다시 피어날 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 피고 지는 그 계절은, 내 생에 단 한 번뿐인 시간이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더없이 찬란하다.
한 계절이 끝날 때면 못내 아쉬움이 남고,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면 괜한 설렘이 일었다.
그건 아마도 매 순간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윽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을 바라본다.
떨어짐과 다시 피어남을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나 또한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계절의 찰나를 느끼고 그 순간의 온도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 위에 서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