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식지 않은 유년시절의 추억
주말이면 종종 동네 목욕탕을 찾는다.
수질이 좋기로 소문난 온천도 좋지만,
하나둘 사라져 가는 오래된 목욕탕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어린 시절, 주말이면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꼭 목욕탕에 갔다.
온탕에서 장난을 치다 온몸이 벌게지면
세 부자가 나란히 앉아 등을 밀었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어서였을까.
그곳에서는 유독 아버지와 동생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욕탕에서 나와 몸을 말리고 나면
나무 평상에 둘러앉아 맥반석 계란과 바나나우유로
허기와 갈증을 달래곤 했다.
그때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건지
동네 어귀의 낡은 굴뚝, 파란 타일과 나무 라커,
동그란 번호키를 보면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데워진다.
욕탕의 수증기 속을 걸으면
등이 벌게지도록 때를 밀어주던 아버지의 손길과
넘어질까 내 팔을 꼭 잡던 동생의 살결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몸을 누이면
오래된 장면들이 김처럼 피어오른다.
물속에서 내게 안겨 수중비행기를 타던 동생,
평상에서 계란을 머리로 깨며 웃던 아버지.
목욕을 마치고 마시는 바나나우유는
여전히 그때처럼 차갑고 달다.
그런데 어쩐지 조금은 먹먹하다.
이번 주말에는 목욕탕에 가야겠다.
내 기억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는,
그 따뜻한 물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