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 대하여
불교에서는 모든 만남과 헤어짐이
때(時節)와 조건(因緣)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억지로 붙든다고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놓아버린다고 바로 끊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뜻.
그저 때가 오면 흐르고, 때가 다하면 흩어지는 것.
그것이 시절인연(時節因緣)이다.
인연에 집착하며 애를 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인연도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있었고,
붙잡고 싶어도 끝내 붙잡을 수 없는 인연도 있었다.
가을의 끝자락, 제법 낙엽이 지고 앙상해져 가는
나무들을 보며 자연의 섭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남은 잎은 때가 되면 조용히 떨어지고,
또 다른 계절이 오면 다시 새 잎이 돋아난다.
아무리 조바심을 내고 아등바등해도
모든 잎은 저마다의 때에 떨어지고,
또 자신의 때에 싹을 틔운다.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자연의 이치와 같이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부모와 형제조차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고,
내가 맺는 모든 인연도 언젠가는 흩어진다.
그 섭리와 이치를 자각하고 나면
함께 머무는 시간이 더 특별해지고,
순간은 더욱 아름답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별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둘 떠나보내며
우리는 구태여 성숙해지고야 만다.
그러나 익숙해진다고 해서 덜 아픈 것은 아니다.
이별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무너질 것이고,
그 슬픔은 언제나 처음처럼 찾아올 것이다.
다만 그 끝이 있음을 알기에
머무는 지금이 시절인연임을 이제는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제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삶은 여행, 이상은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