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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책

아름다운 이름들

by 갈섬

가을비가 내려, 슬리퍼를 신고 산책을 갔다.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가벼운 가디건을 입고 나서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누가 이름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의 이름은 가을과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런 말들이 있다.
이름과 그 대상이 잘 어울리는 말들,
하늘, 구름, 바다, 섬, 바람, 가을, 겨울, 사랑 그리고 그대,

만약 하늘이 다른 이름이었다면, 내가 느끼는 하늘의 느낌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만약 바람이 다른 이름이었다면, 그 바람은 지금처럼 이렇게 시원하지도 자유롭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도 그대라는 말도 그 이름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서로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름은 참 소중하고,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는 힘이 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그건 그냥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네가 나에게 단 하나의 의미임을 인정하는 행위이며, 영혼의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생각하지만 말고 그의 이름을 불러주라.
그것만으로 우리는 의미가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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