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혁명에서 시작된 초개인화 시대, 금융을 삼키다.
마이데이터 레볼루션 : 손바닥 혁명에서 시작된 초개인화 시대, 금융을 삼키다.
이메일이 한 통 온다. 구글.
한달 동선을 구글지도에 표시해준다.
아, 꽤나 루틴 한 하루를 보내는구나.
코로나!
이동 범위가 집-직장-집-직장으로 쳇바퀴도는 생활이 벌써 2년째다.
이마에 땀이 송글 솟아난다.
이런. 구글은 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구나.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화면의 복잡한 한 달의 동선을 보여 달라고 동의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삶의 궤적을 유용하게 추적할 수 있으니 고맙다. 구글은 공짜로 편익을 제공해주는 게 아니겠지만.
‘아니 잠깐. 도대체 그럼 뭘 빼 가고 있는거지?’
결국 구글과 네이버 같은 대형 데이터 회사들은 수많은 고객들의 삶을 숫자로 뽑아내서 각자에 맞는, 꼭 맞는 광고를 송출하여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물리적인 세상의 동선
검색창에 집어넣은 키워드
특정 사이트에 머무른 시간과 관심있게 본 상품리스트
타겟팅 광고에 더 이상 좋은 데이터가 있는가?
“마이데이터 신청하시면 스타벅스 커피 드려요.”
은행 카드 증권
금융 관련 앱만 켜면 스타벅스 풍년.
맥북이나 아이패드 경품은 덤.
마이데이터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금융권 회사들은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에서 고객을 선점하기위해 혈안이 되었다.
어차피 가입 되어있는 금융사에 추가적인 정보를 줘도 별 손해볼 일은 없다 싶어 주거래은행에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모든 계좌를 연결해서 보여줄 생각은 없어 찔끔 찔끔 연동시켰더니 분석해주는 정보는 그다지 쓸 모 없어 보인다.
누가 마이데이터가 돈 된다고 그랬어?라는 반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미래의 석유는 데이터라는 말이 있듯, 고객의 거래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상업적인 연장선을 넓히는 건 일도 아니다.
데이터 분석해서 좋은 상품 추천해줘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입하지.
특정 상품에 가입할 능력도 안되는 사람에게 무분별한 광고를 하지 않고 필터링하는 작업만으로도 금융회사의 낭비되는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돈 적게 드는 푸시 메시지나 문자만 열심히 보내면 자기만족도 가능하다.
과거에는 개인정보는 개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고, 금융회사가 마음껏 재단해도 크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스마트해지고 손안의 모바일 혁명은 자신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한다. 개인정보의 주체에 대한 자의식이 커지며 개인들은 데이터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화되었다.
사회의 발전속도에 따라 데이터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해지는 전환의 순간이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개인정보 관련 법령을 ‘데이터 3법’으로 통합정리하여 정부는 정보의 주체와 다루기 위한 조건들을 명확히 하여 방대하게 쌓이는 디지털 흔적들을 가치 있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길을 터주게 된다.
정보를 어떻게 다루면 기업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을까?
모든 금융회사의 화두.
아니 모든 경제주체의 화두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성공사례로 책에 소개되는 핑안보험은 금융의 범위에 속하지만, 아마존은 유통회사다.
마이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은 출생의 비밀을 바꾸게 된다.
보험회사로 시작된 핑안보험은 보험 카테고리를 디지털과 엮어내며 자동차와 의료라는 다른 카테고리와 연동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냈다.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사업의 방향성을 디지털로 이끌어낸 창업자의 결단력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사회와 고객들의 가려운 점을 정확히 확인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한 부분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 병원에 대한 불신과 대기줄의 짜증을 손 안에서 해결하는 솔루션 ‘굿닥터’는 누구나 생각하지만 누구나 하지 못해 무주공산이 영역이었다는 역설이다.
핑안이 주장하는 ‘전문성은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기술은 금융서비스를 따뜻하게 만들고 의료는 삶을 더 좋게 만든다’는 철학은 유사한 사업을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마존이 사업확장에 대응하는 진지한 자세는 제프 베이조스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었고, 세상에 있던 모든 유통기업 임직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효과도 만들어냈다.
혜택은 소비자에게 다 돌아오는 좋은 게 좋은거야 라는 원론적인 시선은 요즘 후퇴하고, 독과점 지위에 따른 우려와 견제가 아마존이 확장하는 데이터 영역까지 퍼지고 있다. 하지만 잘하고 있으니 제프 베이조스가 꿈꾸는 데이터가 만드는 새로운 수익의 원천은 확장성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않을까?
마이데이터 사업의 궁극적인 방향성이 금융 – 의료 - 유통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아마존은 모든 영역에서 싹쓸이 끝판왕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메타 같은 잘나가던 기업이 가상현실에 빠져 주가가 반 토막 나고 있지만, 물리적 세계에 발을 담근 애플은 명성을 이어가듯, 온라인 세계에서 오프라인으로 빠져나온 아마존의 경쟁자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원격진료를 도입하는 방안은 영리병원의 증가로 의료혜택의 불균형을 불러온다는 주장은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맞는 의료체계의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돈에 눈이 멀러 의사로서 공공선을 포기하는 일은 분명 비일비재하겠지만, 소비자의 불편함을 내버려둬서는 곤란하다. 핑안과 아마존 사례에서 보듯, 외국의 선진화된 의료운용체계가 도입되었을 때 미천한 경쟁력으로 시장을 다 내어주는 일도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의료계 역시 돈돈 오른 기업들의 침투에 대해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었음 한다.
마이데이터, 아직은 막연한 영역이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산업별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비단 금융기업들만의 기회도 아니고, 모든 회사들의 위기이자 기회라는 측면은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정보 다루는데 익숙하고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기관과 디지털에 근간을 두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잘 알고 있는 스타트 업들이 유리한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사이의 사업자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우리가 대처해야할 비즈니스적 스탠스를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평안보험의 사례는 유사한 업종의 경험이 있고 관심을 가진 내게는 꽤나 도전적이고 획기적인 접근방식이라 도움이 되었다.
마이데이터! 스타벅스 기프티콘에 즐거워할 게 아니라, 이 녀석들이 내 정보로 뭘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보고, 동시에 어떤 정보와 분석이 제공되면 좋겠다 라는 니즈까지 스스로 파악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활발해지는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소비자 역시 새로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기회이며, 잘 찾아 먹는 이들에게만 다가오는 과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