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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게팅 하이 getting high

밴드 오아시스의 뜨거웠던 전성기를 기억하며!

by 까막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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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2020년대의 음악듣기는 상상조차 못한 신세계다.

2018년 영화계를 휩쓸었던 "Bohemian Rhapsody"가 금지곡이었던 시절이다. A night opera 라이선스 음반은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구해봐야....

2000년대초 지금은 아마존이 인수한 CDNOW.com에서 해외에서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거래의 혁명은 새로운 음악 세계의 지평을 열었고, 지금은 아마존에서도 비싼 배송료만 감당할 수 있다면 명반들을 사 모으는데 드는 비용만 문제일 뿐이다. 아니 지금은 돈도 문제가 아니지, 한달에 만원이면 그동안 모았던 천 여장의 CD를 이사때마다 박싱하느라 고생할 필요 없는 음원의 시대다.

스포티파이 앱을 띄우고 "OASIS"라 적으며 서평을 쓰기 시작한다.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리고 톤 암을 조심스레 내려놓는 작업이 아니라 그냥 검색만 하면 된다.

몇 년 동안 듣지 않았던 오아시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들에게 푹 빠져 산지도 벌써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일까?


몇년도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동안 CD콜렉팅에서 손을 떼고 음악듣기를 쉬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들렸던 광화문 핫트랙스에서 재킷이 인상적이라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간 음반이 "모닝 글로리", "제2의 비틀즈"라는 수식어 홍보문구 때문일 수도 있다.

빠르게 그들의 음악에 빨려 들어갔고, 어디 처박혀졌는지 모르는 싱글 음반까지 기필코 구매해서 라이브러리를 확장했다. 지금은 오아시스보다 더 좋아하는 Blur을 위시한 Brit팝 음악 리스트를 줄줄 외우고 다닌 짧은 시기도 덕분이다.

-꼴통 형제들의 무식쌈질 덕분에 Blur로 팬 질을 바꾼 게 결론적으로는 잘된 일이라는 솔직한 심정이다. -


오아시스 전반기의 전기라고 할 수 있는 "게팅 하이"를 읽어가며 오랜만에 찾아본 유튜브에서 두 형제는 오늘도 싸운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다 싸움이 붙고 리암은 공연장 한 구석에 앉아 카메라에 f**k U를 날리며 담배를 꽁냥 피워 대고, 성질머리 못된 형도 동생보다는 부담스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리딩한다. 그래 이게 오아시스지, 젠장.

책에서도 두 형제의 갈등은 곳곳에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난다. 인터뷰 도중 동생을 골려 먹으려고 형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고 세상 귀찮은 동생은 골프선수라고 답변한다. 인터뷰하나 싸우고 협박하고... 문제는 이들이 싸워 댈 때 주변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는 점이다.

엄마가 형제를 잘 못 키웠다.


첫 챕터를 읽어 나가면 동네 바보 형제의 어머니 이야기부터 시작이 된다. 부잣집에 도우미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아일랜드의 13살 소녀의 고심이 영국 고전 소설 한장면처럼 미화되어 표현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일리도 없다.) 그녀는 돈 몇 푼에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보태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지만 훗날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두 아들에게까지 유전되는 음악적 유산이 결국 세상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부를 가져오리라는 미래는 꿈도 꾸지 않았다. 맨체스터의 지독한 노동자 계급의 아이들이 혼란스러운 행동거지와는 상반되는 감성적이고 매혹적인 멜로디로 세상을 휘어잡으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기적이다.


록의 본질이란 "저항"정신에 있다고 한다. 영어 가사 해석도 안되던 시절부터 듣던 음악이니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더 매력적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거친 무대매너와 세상 다 산듯한 마약질부터 폭력같은 일련의 행동들은 추구하는 음악적 요소이기도 하다. 물론 음악이 그들의 행위의 결과까지 정당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오아시스 갤리거 형제들도 깔끔한 브릿팝 성향의 음악을 들려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저항정신만큼은 가지고 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음악이 주는 안위같은 감정들이 뒤섞이며 저항의 형태로 표출되지만 이 친구들은 다른 록밴드들에 비해서는 지독히 이기주의적이고 나만 챙기는 "저항"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뒷짐지고 고개를 쳐들고 노래를 부르는 리암의 노래부리기, 되는대로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창법의 노래가락은 귀로만 들었을 때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리기도 한다.

물론 익숙해진 관객들은 이런 모습조차 충분히 자유로운 음악적 반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노래에 분명 "soul"이 존재하고 있음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저항을 넘어 방종과 망나니 그 어디쯤에 있는 짓거리들도 꽤나 벌였다. 예를 들면 공연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애스턴 빌라의 시합을 보기 위해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훔쳐온다. 빌라가 우승하자 텔레비전을 발로 차서 부서뜨린다. 스웨덴 공연 투어 중 휴게소에서 리암은 면두기를 훔치다 걸렸다. 동생은 형에게 자기가 면도기 살 돈이 없는 걸 알면서도 선제적으로 빌려주지 않은 게 도둑질의 이유라는 변명을 한다. 싸대기를 맞아도 되는 동생 스타일이다. Def Leppard가 악기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도 했다는 보컬 조 엘리엇의 고백보다는 양호하지만 이런 작은 행동이 그들의 음악세계를 시궁창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약물을 대놓고 찬양하는 부분들도 조금은 불편하다. 좋아하는 그들의 노래 중 하나인 "Shakermaker"의 구절 "나는 세상에 코크를 사주고 싶어"같은 논란을 일으키는 사건 같은 경우, 이슈를 만들어내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번뜩임은 좋지만 약의 세계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록 뮤지션들의 불편함에서 그들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자유를 갈망하던 시대정신이 그들의 공연이 비상구 역할을 했음도 사실이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이미 자유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환락지대가 필요했다. 일부는 약으로 일부는 문란함으로 일부는 음악으로 해소를 했다.

음악에 대한 이들의 진지함은 어쨌든 감동적이다.

"사람들이 오아시스의 음반을 사지 않으면 당연히 속상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빌어먹을 데일리 미러 한 부와 담배 한 보루만 있으면 돈 한푼 없어도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곡을 써요. 음반을 살 여유가 없는 사람도 집 청소를 하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우리 노래를 휘파람으로 따라 부를 수는 있어요. "와, 씨! 방금 그 노래, 들었어?"라고 하면서요. 우리는 그거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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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청소할 때 "Don't look back in anger" 흥얼거리던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고 그들의 말은 정답이다.

커다란 성공은 그들에게 큰 짐으로 와 닿았다. 2번째 앨범 "Morining Glory"에 이어 등장한 "Be here now"는 기대만큼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는 "D'you know what I mean?"과 "Stand by me" 같은 애창곡이 수록되었지만 음악적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평론가 사이에서 불러 일으켰다.

다음 앨범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는 국내 발매일에 뛰어가서 구매했지만 지금까지 CD player에 들어간 횟수가 5번이 안되는.....대표곡이 뭔 지 아직도 모르는....망하기 시작했다.

형제의 싸움은 결국 팀을 작살냈고 작곡솜씨 좋은 노엘만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오아시스 때 내놓았던 곡과 비스무레한 음악적 궤도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는 하....별로 안 듣고 있지만.

좀 철들이 들어 다시 한번 결합하여 그들의 아름다운 전성기같은 무대를 국내에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역시 밴드가 첫 레코딩을 하는 부분이었다. 라이브 공연에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매력에 흠뻑 빠진 앨런 맥기와의 만남, 얼굴을 알아보고 노엘이 어 어디서 봤더라? 하며 새로운 밴드가 신화를 쓰게 되는 첫 장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레코딩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국아, 잘 좀 하자, 니네들 최고 수출품인 "록음악"이 무덤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이런 친구들은 강제적으로 재결합시키는 공권력이 필요한 거 아니야? 여왕님이 나서야만 일을 할거니?


오아시스는 글을 맺기에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어 냈다.

"Oasis....Liv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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