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건축물 다리의 백과사전, 다리 척척이가 될 수 있어요.
위대한 도시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 위대한 건축물 다리의 백과사전, 다리 척척이가 될 수 있어요.
연결의 힘은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 중 하나이다.
최 근래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새로운 가치와 소통을 만들어내는 SNS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얻었고, 과거를 돌이켜 보면 사회라는 제도로 자연에서 홀로 살아남기 힘들었던 인간은 최강의 포식자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공간적인 연결도 막강한 힘을 부여한다. 바다와 강으로 분리되었던 격리된 공간이 다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되었을 때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고 융화되며 쌍방의 진보와 발전을 가져오는 역동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평상시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다리는 그저 차를 타고 바쁘게 지나가거나 부산발 서울행 KTX의 지친 몸이 슬슬 하차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날 때 문득 눈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가끔 한강공원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야경에 어울리는 감수성 채워주는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6.25 전쟁시절,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끊어버린 독재자도 있었고, 그때의 트라우마가 지금까지 남아있는건지 수많은 한강 위 다리가 건설되었고 왕래가 이루어진다. 조만간 개통하게 될 28번째 월드컵대교의 공사현장을 가끔 지나칠 때, 다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떤 효용성이 있을지 교통량은 어떻게 변화하고 주변 상권은 어떨지, 항상 막히는 성산대교는 좀 더 쾌적한 다리가 되어줄지.
그렇다. 다리는 이렇듯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중요한 도구이고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제적인 영향력도 높은 건축물이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와 공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현저히 낮다. 이런 도서를 통해 우리가 모르게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의 창조물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잡는 것도 책읽기의 즐거움 아닐까?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다리의 이해
2장 위대한 도시의 아름다운 다리
1장은 다리를 만드는 다양한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강철과 콘크리트는 물론이고 역사책에 자주 등장하는 돌이나 나무 등을 이용하여 만든 다리들을 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유리로 만든 신기한 다리도 볼 수 있다.
다리라 설계되는 구조에 대한 내용은 형교, 아치교, 트러스교 등 형태와 구조 별 특징과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레고나 심시티같은 게임에서 제일 좋아하던 배가 지나갈 때 쩍 갈라지는 가동교의 다양한 형태도 볼 수 있다.
사용목적에 따른 구분 즉 자동차 등의 통행로로 쓰이는 도로교나 기차를 위한 철도교, 군사적 목적인 군용교 등을 살펴본다.
1장의 백미는 다리를 설계한 유명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에펠탑으로 유명한 구스타브 에펠이나 현대건축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킨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같은 명인들을 만나게 된다.
2장에서는 명물 다리 소개 시간인데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크게 역사성, 도시의 혁신성, 상징성, 환경성을 주제로 소개된다.
악마의 뿔처럼 높이 솟은 아치로 유명한 악마의 다리나, 런던브리지, 노르망디교, 시드니하버브리지, 금문교 등 한두 번 이름을 들어본 다리도 눈에 띄고 난생 처음보는 다리나 디자인이 감탄을 쏟아내는 다리들이 소개된다.
멋진 다리들의 사진은 당연히 컬러로 소개되고 있고, 간단한 역사와 구조적인 특징 등을 백과사전 식으로 서술하고 있어 어떤 페이지를 펴 보아도 금방 집중하고 다리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마스터할 수 있다.
앞선 명인 코너에 소개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베네치아의 코스티투치오네 다리는 대형 다리는 아니지만 혁신적으로 구조의 틀을 깨는 최신 건축의 기술동향을 엿볼 수 있는 다리라고 한다. 유리로 만든 교상에 불이 들어오는 유리계단이라서 한번쯤 건너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통량이 많아 점점 거대해진 다리인 라이온스 게이트브리지 같은 다리는 요즘 한강에서 몇 번 마주친 확대작업을 볼 수 있었다. 꽤나 지난한 작업이지만 면적이 35%나 넓어지는 업그레이드 과정이 흥미롭다.
오페라 하우스 쌍벽을 이루는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는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보는 야경이 꼭 가보고 싶은 장소임을 상기시킨다. 흑백사진으로 다리건설 현장을 볼 수 있는데 대단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무려 128개의 강선으로 아치가 넘어지지 않게 조치를 했는데 이 일 자체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음이라. 무려 8차선 도로에 두개의 철로와 자전거/도보 다리까지 있다고 하니 규모도 엄청나다.
제일 흥미로웠던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장교라는 프랑스 남부 타른 강 협곡에 위치한 마요대교이다. 길이 2.4킬로미터 높이 343미터인데 90미터 높이의 기둥을 지탱하는 교각이 총 7개이며, 기둥에서 11쌍의 케이블이 4만톤의 교상을 지탱한다. 협곡의 멋진 자연풍경과 어울려 차로 시원하게 한번 달려보고 싶게 만든다.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가동교 부분이다. 교상을 움직여 통행을 차단하고 선박의 이동이 가능한 다리인데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의 진입을 막거나 움직이는 하물대로 물자를 옮기고 강이 범람할 때의 손상을 막기 위한 다리도 있다. 열리는 방식도 다양해서 일반적인 전개교 뿐 아니라 도개교, 축으로 회전하는 비경교, 승개교, 선개교, 접식교, 수송교, 잠수교 등이 있다. 잠수교는 우리나라 형태가 아니라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이름에 딱 맞는 다리이다.
다리에 대해 누구나 척척박사가 될 수 있는 백과사전을 신나게 읽은 것 같다. 사진이 각 다리마다 있지만 구글링을 통해 찾아보면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습과 근사한 야경과 주변 환경도 즐길 수 있다. 지면의 한계를 꼭 넘어서야 하는 책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이나 중국의 다리들은 많이 소개되었으나 우리나라 다리는...... 위대한 도시의 아름다운 다리에는 한 건도 없고, 다리의 목적에서 도로교 챕터에서 반포대교가 한 장 등장하는 아쉬움이 있다.
막상 떠올려보면 저 다리는 정말 잘 만들었고 멋지네 하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우리나라 다리가 많지는 않다. (광안대교는 멋지긴 한데 밤에만 멋지고 영종대교는 그냥 길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철저히 비용을 생각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밤에 야간 불빛쇼를 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는 사실은 미적 예술적 가치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말이다.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명소가 될 수 있는 다리들이 많이 건설되어 경제적인 효용성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축실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도 찾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