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기업의 숨어있는 저력의 중심에 고객과 직원, 그리고 머리 좋은 사장
사업을 키운다는 것 : 도시락기업의 숨어있는 저력의 중심에는 고객과 직원, 그리고 머리 좋은 사장이 있다.
도시락 가게에서 배울 게 뭐 있겠어?
책의 목차를 보다가 슬쩍 지나치려는 순간 두 개의 단어가 눈을 끌었다.
수요예측 빅데이터/ 7만개
뭐지? 작은 도시락회사에서 이 이야기가 왜 나와? 그리고 하루에 7만개를 판다고?
우리나라 편의점 도시락이 전국적으로 하루에 20만개 정도가 판매된다는 사실에 비교하면 어마 무시한 양이다. 게다가 도쿄도를 중심으로 로컬로 판매하는 회사인데 말이다.
도시락이라는 아이템은 몇 년 전부터 우리도 익숙하면서도 핫 한 아이템이었다.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주머니 상황이 얇아진 상황에서 편의점의 도시락 아이템들이 대박을 내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유명요리사나 연예인의 이름을 앞세운 소위 브랜드 도시락이 회자되었고 지금도 인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건강에 안 좋은 짜고 매운 특성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이에 반해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마고야 도시락은 우리나라 도시락 전문기업들의 형태와 비슷하다. 가격대도 5,000원 수준으로 유사한 편이다.
사실 사진으로 다마고야 도시락을 보면 그다지 끌리지 않는 비주얼이긴 한데 어쨌든 많은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고 있다는 사실은 도시락이 알차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참고로 1일 1메뉴다. 그리고 한번 선정된 메뉴는 한동안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고객들이 설문을 하면 건강식을 선호하고 튀김류는 적게 제공되길 원하지만 막상 잔반을 보면 튀김류는 남는 경우가 거의 없고, 채소등은 자주...)
2대 사장이자 저자인 스가하라 유이치로씨는 자신들의 성공에 3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고객중심 사고로 시스템을 개선한다
사회적 책임
굉장히 단순한 요소지만 결국 모든 비즈니스의 룰은 얼마나 원칙과 요소들을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예를 들자면 앞서도 인상적이라고 언급했던 도시락의 수요를 사전에 예측하는 모델이 인상적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남들이 알 수 없는 정보를 확보하고 여러가지의 룰을 만들어 생산에 반영하되, 예상되는 숫자를 100% 만드는 것이 아니라 90% 정도 만들고 나머지 10%는 실제 주문건수에 따라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모델이다. 이로서 다마고야는 폐기율을 0.1%대로 낮출 수 있었다. 동종업계의 1/30 수준인데, 하루에 7만개를 팔면 단지 70개 정도만 폐기된다는 이야기인데 유통을 해보거나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폐기율이 얼마나 기적적인 숫자인지 감이 오리라.
태풍이 오거나 지하철 파업 등으로 고객 기업의 재택근무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 바로 도시락 생산이 감량에 들어가는 방식의 노하우가 정리된 룰을 만들고 매일 수요예측회의를 통해 정확한 숫자를 뽑아내는 집요함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귀감이 될 만하다. 더욱이 이런 데이터를 쌓은 방식은 배송기사들이 직접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얻어내는 자료와 고객들이 잔반을 남긴 상황을 비교하여 만들어내기에 정확도는 물론이고 이율배반적인 고객의 생각들도 찾아낼 수 있다.
직원들을 키우고 인재로 육성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배송기사 반장으로 기용했지만 잦은 동료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직원이 있었다. 다른 팀으로 옮겨보지만 같은 현상의 반복. 일반적인 기업이었다면 문제사원으로 도장을 찍었겠지만 이 친구가 잘하는 점을 눈 여겨 보고 배송경로를 설계하는 일을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 누구보다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낸다. 직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요소에 맞는 배치를 하는 효율적인 인재관리가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직원은 뽑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는 저자의 신념에 공감한다.
자신이 잘하는 범위에 집중하는 일하기의 태도도 사업의 견고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데 전문가였다면 본인은 궤도에 오른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는데 적합하다고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분석해서 알고 있다. 비즈니스의 확장 역시 프랜차이즈로 만들자는 제안이 자주 들어오지만 도시락의 품질과 배송거리 등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한다. 과욕을 부리다 참사를 일으키는 많은 기업들의 실패사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물론 사장이라는 직책은 미래를 그리고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중요한 대목은 어떻게 현실과 욕심, 미래, 시장환경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힘이 아닐까?
마지막 장에 실패하는 경영자의 특징 12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꼭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특징들을 잘 정리했다.
1.기존의 방법이 제일 좋다고 믿는다.
2. 지금 가장 잘나간다고 자만한다.
3.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한다.
4.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한다.
5.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6. 좋은 물건은 알아서 팔리니 안심한다.
7. 임금은 최대한 깎는다.
8. 지급은 최대로 미룬다.
9. 기계는 비싸니 값싼 노동력을 쓴다.
10. 손님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여긴다.
11. 장사에서 인정은 금물이라고 믿는다.
12. 어차피 안 될 거라며 개선하지 않는다.
* 비즈니스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