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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May 08. 2022

[서평] 알기 쉬운 철도과학

기차에 진심인 일본인들이 열차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미니백과사전

알기 쉬운 철도과학 : 기차에 진심인 일본인들이 열차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미니백과사전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엄마 잃은 소년이 영원의 몸을 갖고자 머나먼 우주여행을 떠나며 겪게 되는 모험담을 세련된 그림체와 캐릭터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의 명작 “은하철도 999”의 노랫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추억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요즘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흔히 우주를 향해 주인공들이 탑승하는 수단은 로켓이나 셔틀 같은 우주선이 등장하는데 하필이면 궤도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열차를 등장시켰을까 꽤나 궁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차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접목시킨 “철도과학”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니 오랜 시간이 품어왔던 궁금증에 답변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기차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교통수단은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경제적”인 방향성을 에너지로 발전을 거듭했다.

가축의 힘에 의존하던 과거의 동력원은 증기기관이라는 인류 역사를 눈부시게 만든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로 움직이는 마차와 이를 이어 붙인 기차의 탄생을 가져왔다.

대규모 인원과 물자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운송하기 시작하면서 문명과 교역의 빈번함과 유용성은 더욱 확장되었고, 새롭게 추가되는 불편함과 개선점을 찾기 시작하며 비행기, 자동차, 선박, 열차 4가지의 운송수단이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안착된다.

하지만 기차는 애매함이 존재한다.

시간적으로는 비행기에 밀리고, 자유로움에서는 자동차에 밀린다, 대규모 운송에는 선박에게 부족하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라본다면? 각 운송수단의 강점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단점을 흡수하는 공통적인 장점, 즉 보편성과 가성비 면에서 우월함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산악지역이 많고 남북으로 긴 형태의 일본 열도에는 기차가 적합한 교통수단의 역할을 수행했다. 기존 설치되었던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일본인들 특유의 경제적 효율성 찾기 감성도 일부 녹아 들었다.

철도가 놓이고 그 위를 다양한 형태의 열차들이 각자의 여정을 향해 떠나가는 이면에 숨은 과학적 지식들을 재미있고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 집필된 책이다 보니 독자들이 여기까지 궁금해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일본인들 특유의 애정에 결합된 집착성이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에 비해 열차에 대한 원리와 상식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독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할 지에 대한 우려도 들지만 막상 책을 꺼내 들고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진진한 내용에 접근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서 운행되는 기차의 다양성에서 놀라기도 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철도의 역사와 일본에서 철도가 우위를 점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한 설명

2장은 다양한 기차의 작동원리에 따른 분류와 특수차량에 대한 소개

3장은 철도 차량의 구조와 특수목적을 위해 설계된 설비와 객실, 4장은 신칸센으로 대표되는 고속철도의 역사와 독특한 구조

4장은 고가철도나 지하철 등 도시철도와 산악철도

5장은 선로의 구조와 종류에 대한 설명

6장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철도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양한 표식이나 신호기, 스크린 도어, 승차권에 대한 이야기를 채워져 있다.

목차에 대한 설명만 봐도 상당히 디테일한 영역까지 총망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의 기차에 대한 진심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고속열차 신칸센에서 읽을 수 있다.

무려 1964년에 세계 최초로 200km를 넘는 속도를 선보였는데, 기다란 열도를 가로지르는 신칸센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무료 2326km의 길이를 자랑한다.

일본 대도시 몇 군데만 짧은 일정으로 방문한 경험만 있는지라 일본 전역을 신칸센으로 이동해보며 주요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

기차를 타기위해 플랫폼에 서서 멀게 뻗어 있는 궤도를 볼 때마다 철로가 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 마냥 신기해 보인다. 당연히 유지보수를 하지만 더운 날과 추운 날 야외에서 철의 팽창과 수축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지 궁금해진다. 분명히 뒤틀림이 일어날 텐데 기나긴 거리를 매번 보수하기도 만만치 않을 테니 말이다. 자갈이 있는 궤도와 없는 궤도의 차이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도 떠오른다. 밸러스트 궤도와 슬래브 궤도 2가지 형태로 운영된다는 어쩌면 평범한 운영형태지만 막상 책을 보고 나서야 이해한 부분이기도 하다.

쉽게 검색해서 알아내기 어려운 선로 위의 다양한 표식과 안내판들에 대한 간단한 지식이 쌓인만큼 앞으로 철도여행할 때 창 밖의 시선에 보이는 내용들에 대해 의미를 알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도 붙일 수 있다.   



책에서는 평상시에 열차에 크게 관심 없던 독자라도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새로운 궁금증이 떠오르고 원리와 배경을 이해하는 좋은 지면에서 저자와 만날 수 있다.


풍부한 사진과 도식들이 배치되어 있어 딱딱한 과학책 이상의 즐거움을 남긴다.


전기집전 장치를 글로만 설명했다면 상상 속에서 원리를 구현해보다 이내 포기하겠지만 친절한 사진이 참고자료로 소개되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철도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은 한 권에 담아내기에 방대한 분량이지만 똑소리나게 한 권에 담아 응축했으니 한번쯤은 꼭 읽어보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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