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AI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내가 하지 않으면 남이 한다. 그리고 잡아 먹힌다.
특히 전통 기업들에 도전장은 디지털 코드로 무장한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며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장 안에 있던 경쟁자들을 상대해야했지만, 이제는 갑자기 하늘에서 외계인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메신저 서비스 하던 기업이 금융을 들고 나오고, 검색엔진 회사가 쇼핑몰을 시작하는 혼돈이다.
엎친데 덮친다고 AI 등장은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혁명이 아닌 진화를 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내몰고 있다.
저자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갑작스러운 혁명이 아닌 지속적인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례는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주는데, 특급 운송 서비스로 시작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오랜 기간에 걸쳐 금융 서비스와 신용카드 사업으로 확장하고, 나아가 관광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는 과정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점진적 발전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양방향의 고객들을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인식하고, 금융 서비스의 부족이라는 시장 공백을 포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변화하지 못한다면 시대의 요구에 기업의 생명줄이 끝날 수도 있다는 역사의 증언이기도 하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특징 중 하나는 네트워크 효과이다. 여러 플랫폼 사용자들이 각 사용자를 위해 창출한 가치가 사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 더욱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는 '승자독식(winner-take-all)'으로 이어진다.
특히 기술 표준이 플랫폼이 되는 경우, 한번 채택된 기술 표준을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기는 매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PC 운영체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고, 최근 포장주문도 수수료를 붙이겠다고 선언해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배달의 민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가 공존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다수의 플랫폼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구도로 제3의 조정자가 필요하지 않은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멀티호밍(multihoming)'은 사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현상이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멀티호밍 정도가 높으면 다수의 플랫폼이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웹 브라우저가 다양해진 주된 이유가 모바일 기기가 증가하며 사용자들이 다양한 브라우저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pc 사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멀티호밍을 증가시킬 수 있어, 신규 플랫폼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다만, 이는 AI가 공정한 선택을 제공할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전통적인 단면(single-sided) 기업이 양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까다롭다. 기존의 쌓아온 두터운 고객층을 기반으로 극복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래의 모습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사례로 제시되는 케이스 스터디는 극히 제한적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 다만 시도도 안한다면 뜨거운 물 속에서 개구리의 운명과 같아지니 문제다.
파리바게트, 베스킨 라빈스의 SPC의 해피크루 사례가 제시된다. SPC는 6,000개 이상의 가맹점과 해피오더 앱을 사용하는 고객 그룹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도보 배달원을 새롭게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체리피커가 눈을 크게 뜰 혜택이 없으면 앱 자체를 구동시키는 일 따위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은 개인이 일주일에 걸쳐 수행할 업무를 한 시간 만에 완료할 수 있게 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AI를 활용하여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고 있으며 책에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마스터카드가 매년 1,000억 건이 넘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여 부정 거래를 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했으며, 비자는 AI를 활용한 Smarter STIP 서비스로 은행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거래를 자동으로 승인하거나 거절한다. 일일이 사람이 체크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발각되지 않은 부정사용은 카드사의 손해로 이어지는 기존의 플로어를 개선하여 수익성이 증대되고 고객에게는 안심이라는 무엇보다 커다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티맵은 2016년 모든 통신사 이용자에게 무료로 개방된 이후, 사용자와 보험회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사용자의 운전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보험할인 특약을 도입했고 사용자 위치와 취향을 고려한 맛집이나 관광 명소를 추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이런 메카니즘을 통해 일부러 유료도로로 우회시킨다는 부정의 의견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맵을 바꾸게 된 계기도 이와 같다. 교묘한 기술 적용은 오히려 소비자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다는 도덕적 책임을 요청한다.
인바디는 AI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식단과 운동 기록이 몸 상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식단과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또한 인바디 앱을 통해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이어트 식품 판매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통사나 건강식품 사업자와 연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상거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를 꿰차고 있어 가능한 사례이다.
AI 기술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우려도 존재한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AI 기술의 접근성 차이로 인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심화이다. 개인의 소득 격차에 따라 AI 활용도가 차이가 나는 것은 결국 좋은 AI 엔진을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삶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의미이며, 이는 기업 간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본이 충분한 기업은 더 좋은 AI 엔진을 개발하거나 외부에서 도입할 수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고품질의 AI 기술과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렵다. 플랫폼 시장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AI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이다. AI가 시장 선도 플랫폼에 유리하게 편향된 결과를 제공한다면, 신규 플랫폼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유튜브에 빠져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실제 사례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기업도 얼마든지 소비자를 농락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