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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획자의 습관 :

하루 하루 기획자로 쑥쑥 키크는 비법

by 까막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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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 하루 하루 기획자로 쑥쑥 키크는 비법



신입사원 시절 기획부서의 팀원들을 보면 굉장히 부러웠다. 뭔가 거창해 보이고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였다.


책에도 소개하지만 업무를 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바꾸기도 하고 한꺼번에 워크샵을 2박 3일로 가기도 하며 법인카드를 손에 들고 거리로~ 쇼핑몰로~ 벤치마킹을 다니기도 한다. 해외에 국제 행사에 두서너 명 다녀오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 팀으로 가야지라고 꿈꾸기도 했던 아 옛날이여!

직장생활에 연차가 쌓이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른 그들의 모습을 목도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근사하게 성공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팀원들은 대다수의 시간을 매출에 따른 손익관리와 그룹 HQ에 보고하는 보고서 보고서 보고서 작성에 하루 종일 엉덩이에 땀띠가 생기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기획이라는 게 그렇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대단한 창작그룹이 아닌 이상 세상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무기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재래무기를 직원들이 제대로 활용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 분석하고 검토하고 개선안을 찾는 그런 느낌이다. 아주 지난한 작업이다.

그래도 글을 쓰고 있는 내 경우에는 좋은 면, 아니 즐거운 일이 더 많은 기획 업무를 결국 맡기도 했었고, 일년에 100억의 영업이익을 가져올 정도의 대단한 성과도 내면서 즐거운 직장생활을 해냈던 경험도 있다.


문제는 항상 아이디어를 번뜩이는 방법은 없을까 찾아 헤매도 정답도 없고 힌트도 없다는 사실이다. 아이디어 내는 책들이라고 슬쩍 커닝해보기 위해 검색해보면 의외로 손에 꼽히는 몇 권의 책만 나온다는 허탈한 결과. 그러다 보니 기획의 본질을 꿰뚫으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번뜩이는 기획력을 갖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지만 타고난 재치꾼들의 차이가 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울고 있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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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숨에 기획의 정수를 가르쳐 주기 보다는 좋은 기획력을 기르기 위한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부단한 노력들과 습관들을 하나씩 일깨워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탁월한 식견으로 업계를 평정하는 대단한 천재들도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작은 하루의 습관이 1달, 1년, 10년 쌓이며 경험과 조화되어 자신만의 노하우로 기획의 마스터가 되는 방법을 제안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은 저자 스스로가 성공한 방식이기도 하고, 조그만 변화로 큰 성과를 내는 당연한 실력 쌓기의 방법이다. 조금 더 빨리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선배나 독서가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더 멋진 모습일 텐데 라는 아쉬움도 든다.


책을 살펴보며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살펴보자.


크게 세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접근하면 좋다. 생활습관, 공부습관, 생각습관. 각 말 끝에 습관이라는 말이 반복된다는 점은 꼭 체크하자.

결국 기획의 일상적인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관찰이다. 매번 하루 출근길을 시작할 때 오늘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보고 사물을 한번 거꾸로 바라보겠음 다짐하지만 잘 안된다. 습관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카페인데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호평을 받는 인사이트는 평상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패턴과 사람들이 올리는 사진의 특성을 잘 관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판기의 평상시의 쓰임새를 관찰을 통해 비틀어 봤을 때 인터넷이나 여러 도서에 소개되는 핫 플레이스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미스터리 쇼핑의 폐해도 잠깐 언급되는데, 평상시에 모습을 관찰해서 개선해 나가는 목적인 조사가 매장의 별점 매기기 도구로 전락해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객전도의 생각마저 상상력과 기획력 부족의 결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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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와 아이디어를 열심히 스마트폰에 적어가지만 막상 수많이 쌓인 메모들을 리뷰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게 나 개인의 치명적 단점이다. 책에 소개된 정리법과 샘플을 보면 좀 더 이런 Tool을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사회 초년생부터 방법을 안다면 자신의 실력을 두툼히 할 수 있다. Contact Brief 같은 방법은 바로 회의 때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틀을 제공하지만 효과와 활용도는 꽤나 쓸모 있으리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공부습관과 독서는 기획자의 보물창고다. 사원시절 매월 책 10권씩 읽는 선배 대리가 있었다. 덕분에 학생 시절에는 소설이나 열심히 읽던 모습에서 각종 도서의 섭렵은 물론 세미나나 온라인 강의 등도 틈나는 대로 찾아 들었다. 선배와는 등을 돌리는 사이가 되었지만 유산은 확실히 인생에 도움이 된다. "책 읽어 남주나?" 이 말은 진리이다. 물론 이렇게 쌓은 지식은 표현하는 훈련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결국 기획은 머리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이해하고 실행을 결정할 수 이게 하는 설득의 과정이다. 과거에 비해 개인적인 글쓰기 방법도 많이 생겼고 글쓰기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검색하면 꽤 많이 나와있다. 머리속에 떠오른 기막히 아이디어를 표현해내지 않으면 너덜너덜해지고 결국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스터디를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하는데 팀원들끼리 주기적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인터뷰나 소비자 조사 방식이야 자주 할 수 없겠지만 문헌조사, 시장조사, 인터뷰는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다. - 앞에 이야기한 기획팀원들의 부러운 단상 아닌가. - 평상시에도 하고 있긴 하지만 습관적으로 주기적으로 원칙을 정해서 움직이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디어의 보고가 되는 키워드를 염두 해 둘 필요. - "Why", "What if"! 엄마에게 시시콜콜 물어보는 네 살배기 딸아이의 모습이 대견했던 시절이 있었고 사실 그 마인드가 필요하다. 일일이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 세상이 좋아져 내가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채널은 많고도 많다. 네이버 지식인 하나로도 얼마나 많은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는가? 물어보려는 의지와 방법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라는 조언은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왜 이 책의 위치가 분류가 여기일까 그리고 연관된 책들의 관련도는 무엇일까 하다 보면 의외로 좋은 책을 발견할 때가 있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만들고 그런 장소로 찾아가는 발걸음에 모든 일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런지.


좋은 영화를 세 번 이상 본 적 있는가? 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냐고 고개를 갸우뚱 할 사람도 있다.

볼 영화는 매일 쏟아져 나오니 스토리를 다 아는 영화를 반복해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평범한 오락영화라도 세 번 이상 보면 놓쳤던 부분이 등장하고 이야기 맥락에 흐름이 명확히 잡힌다. 예술영화나 철학적 사유가 들어있는 영화라면 10번 보면 10번 다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블루레이를 구입하여 코멘터리까지 지속적으로 반복할 만한 영화도 많다. 문제는 영화 감상에도 어떤 태도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기획에도 결국 평상시에 쌓은 습관의 결과물이 나만의 색으로 드러날 것이다.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나만의 색깔 가득한 기획이 결정권자의 오케이 사인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설득력까지 갖춘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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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과 파일 제목 작성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나 역시 날짜_파일명으로 분류하고 대분류-중분류 단계의 폴더를 이용한다. 하지만 각자 방식이 다르다 보니 타 부서에서 받은 메일이나 파일들이 뒤섞여 있다. 모든 직원들이 정해진 룰에 따라 작성한다면 누구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가 가르쳐줘서 할 일인가? 그렇다. 회사 효율을 위해 신입사원부터 가르치고 오랜 시간 습관으로 몸에 익숙해져야 전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획이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번뜩이는 결과가 아니라 하루 하루 지난한 노력과 관찰과 훈련으로 이룰 수 있는 경지임을 책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고마운 일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서평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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