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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상의 탄생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역사

by 까막새

일상의 탄생 :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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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한지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역병이 250만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경제를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일상은 마스크를 쓰는 일에서 시작하여 벗는 일로 마무리 짓는다.

초기에 열심히 손 씻기 하던 습관이 무뎌 지긴 했지만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일상의 준칙을 따르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여러 학자와 언론의 주장을 떠올리면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우리에게 절실한 상황이었으며, 하루를 구성하는 많은 발명품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인기영화를 보기 위해서 전날 극장에 뛰어가 예매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기작인 경우 사전예약표가 동나면 암표 상들이 두배의 가격을 제시하며 연인들의 데이트에 찜찜함을 끼얹기도 했다.

지금 어떤가?

스마트폰 하나로 원하는 극장, 시간, 좌석까지 예매하는 세상 아닌가?

여기서 궁금증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무선 통신은 누가 개발했으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지금까지 발전해 왔을까?

PDA폰으로 세상의 관심을 모았던 휴렛팩커드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왜 밀려났을까?

영화예매 시스템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언제일까?

일상에서 마주치는 당연한 것들의 역사를 찾아보는 일은 평범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소중한 대상들의 과거를 되짚어 보는 값진 기회가 아닐까?

8가지 챕터로 주제를 나누어 설명한다.


-집과 일터

-쇼핑과 패션

-여가생활

-먹을거리

-음료와 디저트

-생활도구

-알콜

-기념일


지금은 유행이 식어버린 단어 같은 "네티즌"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93년 작가 마이클 하우벤이 시작이었다. 누리꾼이라는 용어로 뉴스 등 언론에서는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지만 많이 어색하다.

인터넷의 시작이야 잘 알다시피 미국방부가 아파넷이라는 군사용으로 시작하였고, 월드와이드 웹은 1986년에 수퍼 컴퓨터 5대를 연결하면서 태동된다. 그 이후 인간의 역사와 생활을 바꾼 엄청난 혁명이 일반인들이 모르는 실험실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놀라운 역사의 한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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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에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지갑이 필요 없어진 페이 서비스다.

휴대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각종 페이 앱을 통해 어려움없이 구매할 수 있다.

이 모든 전신은 신용카드.

현찰을 들고 다녀야만 외부에서 결제할 수 있던 세상이 작은 카드 한 장으로 해결되는 신용사회로 접어들었다.

프랭크 맥나마라는 미국 사업가가 뉴욕 레스토랑에서 지갑을 가지고 가지 않아 망신당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는데, 다이너스클럽 카드가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소비자의 지갑은 가벼워지고 거래건수는 증가하게 된다. (지어낸 이야기라는 설도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물론 예외적인 국가들도 있다. 중국은 신용사회를 거치지 못한 탓에 QR결제가 대세로 자리잡았고 일본은 아직도 현금거래를 우선시하고 있다.

어쩌면 신용카드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가 우리나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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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짜장면-짬뽕.

한국인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3가지 음식의 탄생비화와 연관성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닛신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이 개발한 라면이 우리의 식탁을 한편으로는 풍요하게 한편으로는 부실하게 만든 공로를 세운다. 1971년 최초로 개발된 컵라면 "컵누들"은 바쁜 현대사회에 긴요한 먹거리로 등극했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개발자들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결국 면요리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고유의 면요리로 발전해 나갔는데, 나가사키 짬뽕이 일본 공유의 음식이 되었듯 찌장면과 짬뽕은 대한민국의 소울 푸드였고 이제 슬슬 세계시장에 선을 보이면 어떨까 싶다. 화교가 만든 음식이라 중국이 원조라고 우기면서 언론전을 펴겠지만.

중국 웨이하이 등에서 한국신 짜장면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충분히 억지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다.


커피와 카페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과 맞물리며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커피를 대체할 음료를 인류는 아직까지 개발하지 못했다.

보험업이 카페에서 시작되었다는 에피소드는 흥미롭다. 세계 최대이 보험업자 협회인 런던 로이즈가 커피 하우스에서 출발하였고, 커피 하우스의 웨이터들이 선착장을 돌아다니며 해운과 무역, 해외 소식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결국 소식지는 로이즈 리스트의 창간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지금도 로이즈 리스트 기자들은 "웨이터"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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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는 사람들의 집안일 중 가장 고된 일이다.

엄동설한에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던 우리 할머니들의 손은 쩍쩍 갈라져 나갔다.

버튼만 눌러주면 빨래부터 헹굼, 건조까지 척척 해결해주는 세탁기의 존재는 냉장고와 함께 주방가전의 기적이다.

1908년 최초의 전기세탁기 이름이 "토르(Thor)"라는 점은 의아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초기 세탁기들은 전기 모터가 세탁기 밖에 있어 감전의 위험이 도사렸는데도 인기가 점차 올라갔다. 얼마나 빨래가 힘든 가정 일이었는지 반증한다.

세계최고의 세탁기 생산국이 한국이라는 뿌듯함이 느껴 지기도 한다.


전기자동차가 화두가 되는 시대에 자동차의 역사를 다시 한번 챙겨보거나,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하는 술들의 역사와 제조법을 슬쩍 봐 두는 일은 재미도 재미이지만 술자리나 가벼운 대화 속에서 작지만 꽤 요긴한 지식이 된다.

소소한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우리 주변 일상을 이루는 것들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 결합되어 있으니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하루와 일년을 만드는 일상의 역사나 개발과정에도 치열한 경쟁과 혼신의 노력이 숨어있다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작은 불편함을 개선하는 마음가짐이 새로운 발명의 씨앗이 된다는 당연하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매번 짜장면집 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홍보지를 찾느라 분주했던 불편함을 개선한 벤처기업은 막대한 부의 보답을 받지 않았는가 떠올려보면 되리라.

인기가 시들어가는 "빼빼로 데이"까지 등장하는 모습에 마케팅을 기획한 최초의 아이디어맨에게 찬사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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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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