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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밀리언의 법칙 :

밀리언셀러가 만들어지는 방법에 대해 길을 묻다.

by 까막새

밀리언의 법칙 : 밀리언셀러가 만들어지는 방법에 대해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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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판계가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저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야, 이런 내용이 책으로 나오다니 대단하네.


혐한 서적이 대형서점 별도 코너로 마련될 정도라니 책 소재의 다양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나 생각했다.

요즘 서점에 들리면 이런 자그마한 열등감 내지는 원망스러움이 많이 해결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출판계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적기획이 요새는 장르적인 면뿐 아니라 책의 깊이나 생각의 자유로움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구나 감탄한다.


유튜브가 출판계를 어려운 상황에 내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어차피 유구한 역사의 도전에도 에너지를 보전해온 활자의 역동력은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빛을 내뿜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리의 기술은 이미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아 비우는 것이 최고라는 미니멀리즘의 전성시대를 이끌어 냈다.

애초의 발단은 곤도 마리에의 실용서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라는 책에서였다.

순식간에 밀리언셀러가 된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번역되며 그야말로 대박이 난 책이다.


화제를 몰고 온 다양한 밀리언셀러들을 출판해낸 선마크출판사의 대표인 우에키 노부타카가 들려주는 성공하는 책 기획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자신들의 성공스토리를 들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왜 책을 읽게 되는 지부터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되돌아봄을 이끄는 믿음직한 조언을 들려준다. 그리고 기업이 가야할 경영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가볍게 풀어내고 있다.

성공한 도서의 저자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인 동시에 친구 같은 위로가 된다. 종이와 활자라는 매개체 사이에 꽤 긴 시간적 차이와 먼 공간적 이격을 가지고 있지만 두 관계를 묶어주는 힘은 결국 공감의 문제이다.


책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잘 판매되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변화이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자기계발서나 다양한 경영/심리 도서에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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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마음가짐이 행동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90% 정도는 동의한다. 다만 10%의 빈 공간을 남겨두는 이유는 지나친 자신감에 속는 경우도 많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낙관주의로 빠지기 쉽다는 이유랄까.

간절히 바라는 일을 공개적으로 발표한다면 자기 자극이 되고 번복하지 않기 위해 죽자 사자 일에 덤벼들 수 밖에.

하지만 처음부터 가망 없던 일이었다면 내뱉은 말을 만회하기 위해 악수에 악수를 두는 경우도 가끔 있다는 사실은 남겨두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빅 히트작은 요상한 것들 중 나온다는 의견은 몇몇 특수사례에 한정되는 방법일 가능성도 있지만, 선마크출판사의 경우라면 확실히 인기있는 책이 출판되는 하나의 가능성을 높이는 자기주문일지도 모르겠다.

서두에 이야기한대로 다양한 관심사와 기발한 주제로 책을 발굴하고 편집하는 일은 어쩌면 남들 다른 생각이 있어야만 가능할 수도 있겠다.


저자가 출판사의 사장을 맡게 되며 경영자로서 회사의 생존을 위해 고려한 두가지는 현금흐름과 경영이념을 정하는 일이다.

경영이념을 세우기 위해 직원 40명이 3일간 호텔에 틀어박혀 머리를 싸매기도 했는데, 여기서 그들은 나가야할 캐치프레이즈를 정할 수 있었다.

"손안에, 한 권의 에너지"

책이란 에너지와 같아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여러 독자들에게 성장단계에 맞는 에너지를 공급하여 인생을 바꾸는 동기를 제공해주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선마크 출판사의 과제와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었고 책을 펴내는 이념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에너지를 통해 독자의 인생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라는 생각은 책을 읽는 소비자 입장에서 근사한 일 아닐까?

책이 팔리는 원리는 입소문으로 회자되는 방식인데, 이 역시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책에 좋은 에너지가 넘쳐나면 읽는 사람은 자신 안에 에너지를 가득 담고도 넘쳐나서 친구에게 전달하게 되고 그 친구 역시 에너지가 넘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

밀리언셀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결국은 에너지의 대폭발! - 책은 에너지의 전파과정에 의해 성공한다.

큼지막한 광고가 성공의 본질에 다다를 수 없는 이유도 결국은 독자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주고 회자가 가능한지의 문제이며, 작은 광고 조각이라도 번쩍이는 에너지로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 신문광고로 마이클 클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1,2권" 광고를 보고 바로 서점에 달려갔던 일이 생각난다. 티렉스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가슴으로 전달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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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예전에는 책이나 잡지에 독자카드 같은 게 있어 경품도 주고 의견도 받고 했는데 온라인이 대세가 된 이후로는 보기 힘들다.

저자는 독자와의 소통이 제한되던 시대에 카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특히 그가 깨달었던 사실은 "사람은 괴로워하는 존재다"라고 한다.

평온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얼굴에 드러내지 않지만 밤마다 잠을 못 이루거나 매사 의욕이 생기지 않는 바닥 없는 우물에 빠진 느낌에 드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라는 최악의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힘을 주는 책을 출판한다는 일은 꽤나 뿌듯한 일이다.

동시에 작가나 출판인들에게는 힘든 인생을 극복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일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이자 사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을 돕는다.

구닥다리 명제.

일본의 유명한 야구선수의 일화를 소개하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높은 의욕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한편으로는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같은 자기 최면적인 기만의 일면도 볼 수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노력만 가지고 안되는 일도 많다는 사실을 직장생활 하다 보니 깨닫게 되었고, 운이나 비열한 짓을 통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웃음짓는 꼴도 너무 많이 보았다. 살아가는 자세로서 노력하는 사람의 열정은 거짓일지도 모른다.

이에 반해 바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상품을 구입할 때 논리로 사지 않는다, 좋아해서 산다는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이다. 소비를 이념으로 합니까라고 일갈했던 어느 대기업 총수의 유명한 발언도 있지만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2년 동안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예외적인 상황도 정상적인 소비자 소비 성향에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에 놀란다. 개인적으로 즐겨 입던 모 의류브랜드를 불매운동 이후 유혹을 자주 느꼈지만 한 번도 구매하지 않은 사실을 떠올리면 논리와 감성 양자를 잘 활용하는 능력이 비즈니스맨에는 필요하다.

마지막 챕터인 밀리언을 만드는 시스템에는 많은 회사들에게 직원들이 바라는 모습이 등장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들의 경쟁문화와는 달리 떨어진 어쩌면 출판사 같은 창작력과 자유로움이 실적과 연동되는 형태의 기업에게 맞는 조언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참여하고 세상이 바뀐 현재와 미래에 지금까지 기업들이 가져온 기업문화가 실질적인 회사의 성장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천만의 오산이다.

전직원이 프랑크푸르트의 도서전에 참가하여 세계출판 시장의 동향을 살피고, 3만부 이상 성과를 보인 기획자에게 1%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마크의 회사경영방침은 기업경영에 효율성만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그림자에 붙잡혀 직원들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못한다면 파멸에 이르는 길을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다.


직장 내에서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 제공으로 성과를 독려하고, 퇴직 이후의 삶까지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믿음직스러운 기업과 정반대의 행로를 걷는 악질기업의 상반된 말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의 구현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차이가 날 것이다.


누가 반대하더라도 자기가 만들고 싶은 책을 1년에 한 권씩 출판할 수 있는 "편집자 특권"같은 제도는 웬만한 기업들은 생각도 못할 일이고 실적은 그래서 시간이 흘러갈 수록 고꾸라지는 법이다.

스페인의 실용서는 대부분 1색이며 2색은 드물고, 4색은 전무하다. 일본 실용서가 그곳에 나온다면 팔릴지도 모르겠다. 한 편집자가 해외연수 코스 중 발견한 사실에서 출발한 해외시장 도전은 스페인 아마존 도서 판매 1위라는 성과로 돌아왔다고 한다. 좁은 사무실에서 세상을 구할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내라는 회사에 몸담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라고 저자는 조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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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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