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일상의 배경음악이 되는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 : 클래식 음악이 일상의 배경음악이 되는 매직
원래 취향은 Rock.
학창시절부터 음악 라이브러리에는 Pink Floyd, Deep Purple, Dream Theater, Genesis, Nirvana 이런 친구들이 인싸 역할을 해왔다.
영화 Amadeus 덕에 모짜르트 덕후가 되긴 했어도 음악 듣는 시간을 재보면 내공이 쌓이기엔 많이 모자랐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고 스트레스에 찌든 삶이 누적되면서 강렬한 비트로 스트레스를 푸는 날도 있지만, 소파에 축 늘어져 현악 사중주에 몸을 녹이고 싶은 날도 생긴다. 책도 필요 없고 그냥 손 닿은 탁자에 커피나 한 잔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나른한 일요일 오후 같은.
요즘은 집 안 곳곳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끊임없는 음악 연속듣기를 하는 음악애호가들이 많은데 -배경음악으로 특히-클래식은 진가를 발휘한다.
생활 속에 녹이기에는 화이트 노이즈로서 클래식의 역할은 또다른 발견일 수 있다.
음악 듣는데 왕도도 없고, 장르에 구애될 필요도 없다.
어떤 날은 Pink Floyd의 "Echoes"처럼 심오한 정신 세계를 열어 보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아이유의 발랄함에 어떤 날은 쇼스타코비치의 강렬한 망치를 맞고 싶어도 좋다.
하루의 일과에 맞는 음악을 고르는 일은 조금 더 발전된 음악듣기다.
그날 기분에 따른 듣기의 변주도 좋고, 하루 일과의 요소별로 딱 맞는 노래를 선곡한다면 보다 기분 좋게 시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치카치카 양치할 때 맞는 음악을 선택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템포도 맞추며 경쾌함을 주는 음악은 그만큼 많은 곡들을 들어본 경력이 있어야 선곡이 된다.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를 저자가 꺼내 들었을 때, 책에 인쇄된 QR코드로 음악을 재생시키고는 싱끗 웃을 수 있었다.
여러분도 양치질에 딱! 하며 손가락을 튕길 것이다.
각 상황에 맞는 음악이 꼭 정해져 있지 않지만 피곤한 몸을 일으킨 아침을 보다 활력 적인 에너지 가득히 만드는 요소로 클래식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줄 수 있다.
이 책의 각 챕터 별로 추천된 음악을 QR코드로 연결하여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읽기와 음악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다른 도서들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다.
화장실에서 볼 일 볼 때의 풍광을 천둥과 번개 폴카(슈트라우스 2세)로 연결한 재치도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하루를 시작하는데 제일 중요한 첫 눈을 떴을 때 음악이 제일 중요하긴 하다.
매번 똑같은 스마트폰 벨 소리가 지겹지 않은가?
바흐의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를 틀어보자.
지금 안 일어나면 굉장히 억울한 일이 생길 것 같고, 아침을 경건하게 시작하지 않으면 천벌이라도 받을 느낌이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선율에 비해 살짝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노래다.
많은 바흐의 음악들처럼 종교적인 느낌이 있어 그런 걸까?
하루의 일과를 보내며 살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QR로 링크해서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보면 책의 내용에서 보았던 작은 느낌들이 일상에 녹아 나며 삶의 단편적인 묘미를 느끼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계절별로 음악을 깔맞춤하는 즐거움은 새로 옷을 살 때의 설레임과도 연관된다.
비발디의 사계 한 장의 음반으로도 계절을 느낄 수 있지만, 시즌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곡을 익힌다면 음악듣기에 재미가 조금 더 늘어난다.
웅장한 봄을 표제어로 제안한 곡은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1악장이다.
유튜브 뮤직에서 검색을 하니 갑자기 번슈타인이 튀어나와 교향곡을 연주한다. 오래된 화면이지만 한동안 잊고 지내던 거장의 얼굴이 반갑다.
웅장한 오프닝에 비해 봄의 생물들이 소생하는 잔잔한 파트는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시기와도 너무 잘 맞아 떨어져 놀랐다.
봄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음악듣기 제일 좋은 날은 언제일까?
역시 비.오.는/날.
어떤 음악이 설계되었을까?
쇼팽의 전주곡 중 15번 빗방울
맨 처음 쉼없이 이어지는 왼손의 반주를 빗방울이 연상되어 부제가 붙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재즈가 어울릴 것 같은 비 내리는 날이 머릿속에 잠깐 떠올랐는데 이 곡은 아침이 더 잘 어울린다.
일요일 비소식으로 취소된 약속 덕에 여유 있게 일어나 찻잔 하나 손에 들고 창문 밖을 내다보는 상황이 자동으로 그려진다.
이따금씩 심난한 골치덩이가 살짝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휴일이니 마음이 편하고 여유롭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깨에 스트레스 한 마리 몰고 들어올 때도 들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
책 앞부분에 소개되었던 바흐의 커피 칸타타도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연달아 들어보면 재미있다. 저자의 제안으로 두 곡이 연결되어 나만의 리스트가 완성된다.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대안을 찾은 방법이 4K 유튜브 여행이다.
실제같이 선명한 해상도로 기차나 도보로 거리나 장엄한 자연의 풍경을 담아 랜선 투어를 하는 방식인데, 이외로 집콕하는 시대에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오래전 가보았던 신주쿠 거리의 상점들이 21년에는 어떻게 바뀌었나 보는 경험의 업그레이도 즐기는 장점이 있다.
여행을 떠나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거대한 인류와 지구의 창조품들을 즐긴다면 경험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저자는 멘델스존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헤브리더스 제도로 여행을 제안한다.
배경음악은 헤브리디스 "핑갈의 동굴" 서곡.
거대한 절벽이나 광대한 바다가 눈에 그려지는 듯한 웅장한 오프닝은 4K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서막에도 어울리는 느낌이다.
어드벤처 영화 오프닝에 써도 딱 맞다.
이런 느낌을 갖고 이미지를 찾아보니, 방금 머릿속에 들어온 풍경과 거대한 동굴 - 원시인 살던 그런 규모가 아니다! -이 경탄스러운 풍경을 뽐낸다.
야, 이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거지!
일반인들에게는 작곡가 이름보다 선율이 낯익은 멘델스존은 대표적인 작품들 제목에 지명이 많다. 핑갈의 동굴도 그렇고,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교항곡 4번 이탈리아.
이 양반도 부유층 자제다 보니 그랜드 투어를 떠났고, 그때 보았던 이국의 느낌과 경험들을 음악으로 옮겨 적었다.
그랜드 투어가 무엇이냐? 요즘으로 치면 조기유학과 해외연수 그 중간쯤 되는 포맷으로 17~18세기 유럽 상류층 젊은이들의 해외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고전적이고 선진문명을 익히고 어학과 인맥을 쌓는 고급 교육형태다. 라이프치히 음악대학을 설립할 정도의 재력을 가졌던 멘델스존에게는 필수 코스였을테고 럭셔리한 그의 여행 덕에 풍경의 비주얼이 음악으로 표현되는 독특한 그의 클래식 곡들을 오래 시간 후에 우리가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나 슈베르트 교향곡 9번도 잊힐 뻔했으나 멘델스존의 노력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하니 이 바닥 숨어있는 고수다.
여행의 클래식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홀스트의 "목성"이 등장한다.
그래 우주여행에도 클래식이 제격이지.
집에 꽂혀 있던 카라얀의 "행성" CD를 꺼내 든다. - 나중에 알았지만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제품을 해적판으로 만들어 판 음반이다ㅠㅠ
아주 오래전 TV 뉴스인가 스포츠의 오프닝으로 쓰였던 기억이 나는 익숙한 음악. 거대한 목성의 장관이 시각적으로 떠오르는 음악이다. 엄중한 침묵이 쌓인 고요한 행성이지만 너무 발랄한 느낌이 드는 악장도 있지만 이건 목성을 방문한 지구인의 발랄함이라 생각하자.
금관악기가 유독 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생계유지를 위해 트럼본 연주자로 활동한 경험이 작곡에 묻어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음악듣기가 입체적일 때의 감동은 배가 된다.
테마를 설정하고 - 음악을 듣고 -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리고 - 연주 동영상을 본다.
이 책을 통해 경험한 새로운 프로세스다.
음악듣기와 편안한 휴식이 동시에 되지만, 새로운 방식이다 보니 기분이 설레며 회사에서 짜증났던 일이 머리에서 멤 돌다 사라지는 기적이 벌어진다.
사실 기존에 음악듣기의 방법들이 모아지는 것이지만 정렬이란 방식으로 하나의 과정에 통합되니 시너지가 발휘되는 상황이고, 제일 중요한 점은 책의 저자가 각 요소별 딱 맞는 음악을 제대로 큐레이션 해주었다는 점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음악 중에 내게 맞고, 상황에 맞는 음악을 제시해준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가?
스포티파이가 전세계 음악애호가들의 환호를 받는 이유도 바로 "큐레이션" 덕분 아니던가.
클래식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이 책 한 권이 친숙한 음악듣기에 한발 다가서는 입문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뒷이야기는 지식을 넓히는 또 하나의 보너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