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평] 구독경제

오래된 전통의 판매기법이 모바일로 날개를 달다.

by 까막새
20210405_173802.jpg


구독경제 : 오래된 전통의 판매기법이 모바일로 날개를 달다.


넷플릭스가 참 큰 일했다.


비디오와 DVD렌탈 비즈니스를 과감히 탈피하여 스트리밍에 도전장을 던진 넷플릭스.

VOD라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을 케이블 TV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정곡을 찌르며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넷플릭스는 스포티파이처럼 거대 기업들과 협상과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지만 자신들만의 강점을 개발하며 험난한 경쟁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큐레이션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쌓는 건 누구나 하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데이터 결합은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느냐 에 달려있다.

개인 취향에 맞는 영화를 제안하고, 구독자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며 평가를 내리는 활발한 시너지 효과는 회사의 경쟁력에 주마가편의 힘을 실어준다.

더욱이 코로나라는 희대의 팬더믹 상황은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 와중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덕에 막대한 시설비용 증가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디즈니가 칼을 갈고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이미 사태를 예견하고 자신들만의 독점 시리즈와 영화를 공급하고 히트를 친 덕에 아직까지 넷플릭스의 위상은 끄덕 없어 보인다.

20210405_173825.jpg

사실 구독경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사용하던 모델이다.

우유와 신문이 집으로 배달되고 전화를 통해 매월 영어잡지나 경제지를 구독하라는 스팸 성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출입카드가 없던 시절, 직장에는 아침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유산균 음료나 건강녹즙을 배달해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모바일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은 구독경제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앞에 이야기한 "큐레이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브랜드나 상품 관여도가 적은 상품을 보다 유리한 가격에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동일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선호도를 데이터에 기반해 필요한 시점, 장소, 상황에 맞게 제공해주는 능력이야 말로 과거의 방식과 바뀐 점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의 서비스 구독방식은 이와는 다른 괘를 가지고 있으며, 기존 모델을 열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의 출현 역시 과거와는 다른 편리함을 제공한다.

공유차량이나 모빌리티에서 모바일을 기반으로 시동과 주행정보를 회사가 모니터링할 수 있듯이, 구독경제에서도 고객이 상품을 서칭하고 선택하고 사용하고 반품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축적하여 개개인은 물론 그룹핑된 고객군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선도적인 상품/서비스의 준비와 최적화, 물류의 전진 운영 등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는 운영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스티치 픽스가 데이터, 알고리즘, 스타일리스트의 협업을 통해 개인화 수요에 발빠르게 대처한 사례가 이에 부합한다.

주목해야 할 소비자의 변화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점이다.

시니어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세대에게 소유는 아직 살아있는 물욕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과거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는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상품의 풍요속에 욕심을 가질 필요가 없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소유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라는 인식이 공감되고, 필요할 때 경험을 조금 더 멋지게 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구독경제는 잘 파고들어 간 셈이다.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구독모델과 성공을 일군 기업들도 이런 트랜드를 빨리 캐치하고 자신들의 사업에 적용시켰다.

모바일 시대에도 실생활에 적용시키기 가장 까다로운 분야가 의류업과 세탁업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위생에 대한 문제가 겹치고, 배송하기에 편리한 제품부터 어려운 제품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유 옷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분야의 어려움이 동시에 발생하고 물류의 효율성마저 요구되니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공유 옷장 모델의 핵심요소는 세가지인데 온라인 렌탈서비스를 통해 얻는 렌탈 수익, 구독료와 판매수익, 세번째는 정기적인 지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기업 상호간의 약속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취향을 명확히 분석하고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하여 판매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큐레이션이다.

20210405_173901.jpg

모든 구독경제 체계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패션은 다른 분야보다 호불호가 워낙 강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로서의 데이터를 축적하기도 유리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한 큐레이션의 차별화가 기업의 KSF(Key success factor)가 된다.

렌트 더 런웨이 (RTR)는 사업의 특징을 잘 파악하였고, 타겟층을 처음엔 대학생-이후에는 30대 화이트 컬러 여성들로 잡아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독보적인 구독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 구매하기에 부담되는 드레스 등의 의류를 구독을 통해 마음껏 바꿔 입을 수 있고, 여유 있는 사이즈 제공과 스타일이 유사한 모델까지 배송 시켜 줌으로써 사이즈나 기대했던 스타일과 달라 실망하는 리스크마저 줄였다.

렌탈 서비스도 파트용, 무제한 교환, 알뜰형 3가지 과금 체계로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는 플랜을 제시한다.

국내에 독보적인 업체가 없다는 이야기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 아닐까?

입소문이 온라인 패션 렌탈사업의 발전을 이끈 기폭제가 되었다는 점은 비즈니스 모델의 탁월함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스스로 홍보대사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구독모델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호평을 받는 주기적 소모품 모델은 제품의 특징을 잘 살펴봐야 한다.

사용자가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출할 수 있어야 하고, 늘 상 교체가 이루어지는 상황이어야 한다. 물론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는 경우가 유리하다.

면도날, 생리대, 애견용품들은 분명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 시장이긴 하지만, 노브랜드의 상품 퀄리티가 기대 이상 수준이 되어준다면 교체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쉽에 대한 성공사례는 많은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하드웨어의 락인 효과를 가져왔듯, 아마존은 멤버쉽을 통해 모든 소비활동의 락인 효과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야 아직 전방위 적인 컨텐츠와 상품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 없지만, 최근 네이버와 쿠팡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상황은 결국 아마존 전략의 창조적 모방일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혜택의 크기라는 점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아마존의 묻지마 도와줄거야 식의 고객서비스 마인드도 많이 배워 즐거운 소비자가 되었음 좋겠다.


스타트 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최소기능제품을 통한 가치제안의 빠른 검증은 국내에서 실현되기 꽤나 어려운 팁이다. 각종 규제가 많다는 점과 시장 변화의 속도가 초고속이다 보니 사전에 제대 준비 없이는 쉽지 않다. 린 스타트 업에서도 강조된 개념이지만 이런 국내만의 어려움은 다양한 도전의 기회를 제약하는 느낌이 든다.


뉴욕타임즈 사례처럼 차별화된 컨텐츠를 중심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도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든다. 퍼블리 같은 국내업체들이 선방하고 있지만 컨텐츠=공짜 마인드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앞으로 모든 산업에 구독경제가 영향을 끼칠 것이나 전부가 될 수는 없고, 또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구독경제는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진 구매의 형태이기에 기업이 조금 더 노력하고 고민한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세상과 생활을 위한 많은 기업들의 열의를 응원한다.

20210405_173914.jpg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평]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