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를 반란과 저항에서 얻다
반란의 경제 :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를 반란과 저항에서 얻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일보다 무모한 일이 있을까?
잘 맞으면 우연히 맞춘거지 뭘, 비아냥.
틀리면, 거 봐라. 내 이랄 줄 알았다.
원래 이 바닥이 이렇다.
물론 억지 춘향으로 트랜드와 예측을 가져다 맞추는 경우도 흔한 케이스이니 오해 사기 쉽긴 하다. 자업자득일지도.
문제는 미래를 예측해보아야 하는 가의 문제로 귀결될지도 모르겠다.
불확신한 현재를 분석하는 일도 벅찬데 왜 미래까지 분석해야 하냐고?
현재와 미래는 직접적인 연결선이 이어져 있고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며, 예상되는 미래는 현재의 할 일을 지시한다.
어, 이 기업은 신기술이 시장에서 압도적이니, 주식을 사야 하나? 위험할까?
어떻게 하겠는가?
확실한 미래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힌다면 빨리 증권사 앱을 터치하는 민첩성이 필요하다.
'미래 예측이 이래서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코로나 팬데믹은 일찍이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혼돈 그 자체였으며, 과거에는 의료기술의 후진성으로 당했고 지금은 다르고 생각하던 현대 의학이 자부심을 한 순간에 꺾인 결과를 가져왔다.
선진국이라고 공공의료에 민첩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의외의 결과를 눈으로 목격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디스토피아 적이지 않은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가 거친 안개 속에 쌓여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 부담스럽고 충분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더듬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의미 있다.
인간의 역사는 이상하게도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시대와 스타일이 변할 지는 몰라도, 본질은 반복된다. 사회의 모습이 아니면 인간의 본질이 원래 그래 먹어서일까?
저항은 결국은 배고픔이다.
정치적 요소, 경제적 상황, 특수성, 국제관계, 전쟁
혁명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논리가 있지만 파고 들어가면 결국 궁핍함이다.
아직도 전두환 시절이 좋았다고 떠 벌이는 사람들을 그냥 노친 네라고 단칼에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는 어쨌던 대한민국이 꿀 빨던 시절임은 맞으니까. 대학만 나오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작은 중산층의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었다.
지금 20대의 울분과 범접할 수 없는 주택 가격을 떠올려본다면 정신적 부끄러움만 참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살 만했던 80년대의 추억은 그들에게는 아련하며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빵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기에 혁명의 피를 쏟아부을 줄도 안다.
저항과 혁명은 열악한 경제적 상황을 주범이라고 지목한 만큼,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정하여 주요한 15개의 역사적 사건들을 분류한 내용이 2장을 채운다.
저자가 역사적 저항들의 시시콜콜한 설명과 해석을 기대했기에 다소 간략하게 다루어진 점은 아쉽다.
역사 책이 아니니 지면이 충분히 할애되지 못했지만, 과거의 저항의 숨겨진 이야기와 동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새로운 욕심이 자라난다.
여섯 가지 기준은 아래와 같다.
① 전반적으로 열악한 경제조건
②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경제적 기회 부족
③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구조적 불평등
④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외국의 영향
⑤ 가까운 시일 내 대규모 무력 충돌에서의 패배
⑥ 정치적 대표성의 결여
1776년 미국 독립혁명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혁명이라고 평가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독립적인 경제권을 찾아가려는 몸부림이라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시대적인 특성상 대규모의 병력을 멀고 먼 아메리카 대륙으로 보내기 어려운 지리적 자신감도 숨어있다.
영국과 영국에서 독립하고자 했던 세력이 충돌한 "내전"이라고 보는 저자의 의견도 공감 간다.
조세의 불공평을 해소하려는 극히 경제적인 이유라고 단순하게 몰아붙일 필요도 없다. 어느 시대던 경제적 사회적 불공평은 저항을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끌어내기 때문이다.
②③⑥ 요인이 해당되며, ②③번이야 말로 혁명을 일으키는 불쏘시개 No.1이다.
그에 반해 ①②③④⑥의 대부분 요인을 끌어안은 프랑스 대혁명은 이름이 가진 세계사 속의 상징성에 비해 끝은 허망한 기분이다. 혁명 가운데에 반동이 등장하는 장면은 충분히 이해가지만, 혁명 이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정권을 잡게 되고 유럽의 식민통치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프랑스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전개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어, 이게 되네? 라며 스스로 놀랐던 프랑스 시민들이 "권력의 공백"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간단히 결론 낼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프랑스 혁명과 파리 코뮌은 날 잡아서 제대로 공부 한 번 해보자는 욕심이 들게 만든다.
중국의 의화단 사건이나 러시아의 혁명을 저항과 반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금까지 알던 역사적 현장이 미묘하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불편함을 참을 수 없던 사람들의 임계점이 폭발하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배경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당연한 귀결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팬데믹으로 유래 없는 위기와 경제적 신음을 하고 있는 각국의 미래를 저자는 어떻게 예측할까?
2021년 5월 현재 미국은 다소의 안도감을 내몰아 쉬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는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백신의 공급이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고 광범위한 접종이 시행되고 있기에 여유가 좀 생긴 표정이 보이지만 실상은 어림도 없다.
인도가 무서운 기세로 확진자 수를 늘리며 세계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지만 2021년 5월 4일 현재 누계 확진자 수는 미국 33백만명, 인도 20백만명이다.
미국의 사망자가 60만명에 이른다.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끔찍한 숫자지만 파티를 즐기고 모임에서 마스크 벗는 일은 흔한 일상이며, 중국에 대한 분노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무너진 자신감과 주체할 수 없는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또 한번의 의도치 않는 공격을 받은 셈이고 만약 미국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테러가 자행된다면 이번 사태에서 지켜보았 듯 의외로 취약한 보건 체계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국력 쇠퇴의 길로 자멸의 길을 재촉할 수도 있다.
저자는 단순하고 거리가 먼 의료용품 공급망을 꼬집으며, 미국 내의 제조 생산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마스크 한품목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유통체인망을 이번 사태로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며, 우리나라에게도 적용되는 시각의 변화 그 이상이다.
저자는 팬데믹이 일으킨 잡음 (NOISE)을 머리말로 국가가 지켜야 할 - 이 책에서는 미국이지만 - 필수적인 상황들을 정리했다.
-Necessities (필수품) : 식량, 물, 에너지, 주거지, 안전
-Occupations (직업) : 일, 직업, 취미
-Information (정보) : 정확하고 안전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것
-System (시스템) : 금융, 보건, 대중교통, 교육
-External (외부요인) : 국제 관계, 군사, 공급망, 무역
일목요연하게 국가의 역할을 잘 정리했다.
각 머리글과 항목들을 보면 앞으로 팬데믹은 물로 예기치 않은 재난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명확히 알려준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자만심이던 원래 속성이든 꽤 많은 부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그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망에 있던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공포 조장과 방역 결과의 비하 같은 잡음만 줄이는 소극적인 노력만으로는 위기가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금만 숫자가 내려가면 길거리에서 마스크 벗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챕터 3에서 다양한 지표로 보여주는 항목 중 직업에 대한 여러가지 통계들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포스트 팬데믹의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증가를 극복할 여력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서구 어느 나라도 없다. 자영업자 비율이 27%로 OECD 7위를 기록하는 우리나라는 NOISE의 항목 중에서 실업률과 질적인 노동 일자리 확보가 가장 시급한 부분이다.
위기 상황에서 외교력도 중요한 상황이나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외교환경은 악화 일로 있다 보니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절치부심이다. 더욱이 정답도 없는 문제인만큼, 현명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미-중 경제 갈등에 새우등 터지겠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 지켜보자. 주문이나 외워야.
일본 반도체 소재 공장이 급감한 매출로 인해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는 희소식도 있긴 하다.
보건 시스템에서 대해서는 기민한 대응을 한 만큼,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이 바뀌더라도 현재 효과적으로 대처한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국민들의 믿음이 필요하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미국이 걷게 될 미래 예측을 낙관적, 중립적, 비관적 세가지 방향으로 정리하면서 책은 마무리된다.
미국의 방향성은 세계 경제의 방향성과 호흡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팬데믹 이전부터 실행하고 있던 양적완화 정책의 한계성과 코로나로 인한 제정지출이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안정화되었다고 쉽게 경제, 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가지는 믿음은 항상 우리는 길을 찾아 냈다 라는 영화 대사의 한 마디 아닐까?
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확대되어 마스크 벗고 다니며 예전의 미소와 활력을 되찾기를 바래는 마음으로 미국의 낙관적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길 기대하며, 두껍지 않지만 알찼던 미래 예측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