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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May 23. 2021

[서평]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달라도 너무 달랐던 일본사람들의 그것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 달라도 너무 달랐던 일본사람들의 그것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력은 쇠퇴하고 있지만 아직은 강력하게 그들 피부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아시아 대륙의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열강과 어깨를 하며 식민지 제국주의 일원이 되었고, 겁도 없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가 시원하게 원자탄 2방으로 분노의 무릎을 꿇은 국가이다.


맥아더가 일본을 통치하게 되었을 때 매운 놀란 사실은 일본국민들이 미군에게 극단적 적대감을 보일 줄 알았는데, 그와는 반대로 환영하고 미국인들을 우상처럼 떠받들었다는 점이다.

앳된 여학생들이 최후의 1인까지 죽창을 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의를 보이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일본인의 전통적이고 뼛속 깊이 각인된 "생존법"일까?

일본은 섬이라 죄인이 되어 도망칠 곳이 없었기에 지역 패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받쳤고, 최후에는 자결로 모든 저항을 마무리 짓는 문화였기에 가능한 일일까?


이웃사촌이라 하지만 근본적으로 너무 다른 일본인들의 생활모습은 때로는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불가이기도 하다.

어떤 점은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에도 소개하고 싶지만, 평생 그 꼴은 못 보겠다는 점도 많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교해도 사실 차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우리는 일본이랑 우리가 많이 비슷한 생활패턴을 가질 것이라 섣불리 예상했을 지도 모른다.


정한론을 내세우며 세계정복을 위해 조선을 첫번째 타겟으로 목표 삼은 일이 한 두 번도 아닌데 아직도 그들을 미래의 구세주이자 군주로 생각하는 조선인들이 아직까지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어이없는 현실을 보면 "다양성"이라는 요소는 어떤 분야에서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달라도 많이 달라. 라는 이야기는 실제 1년 이상 거주해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고 본격적으로 그들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한 책들은 그나마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

호기심을 떠나 비즈니스 적은 측면에서도 배우거나 우리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된다.


45명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과 일본인들의 우리가 알지 못하던 특징들을 소개한 책은 한나라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즐거움과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고, 일반적인 책 고급스러운 종이 촉감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책 내용에 몰입에 도움을 주는 독특한 경험을 주고 있다.


철도


남북으로 길게 내려 뻗은 지형 덕분에 일본 철도여행이 보여주는 풍경은 우리나라보다 많이 다채롭다.

지역적 특성을 문화적 산업수단으로 일찌감치 개발한 덕에 "에키벤"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인 철도 도시락이 만들어졌다는 부분은 부럽기도 하다.

도시락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착도 사업화로 확장되기에 적합한 소비자 니즈였다.

일년에 한 번씩 전국 에키벤 경연대회가 도쿄 유명백화점에서 개최할 정도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서 여러 지역의 개성 있는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

코로나 이전에도 업무상 KTX를 많이 타고 이동하지만 마땅히 기차에서 식사하기에 매력적인 상품도 없고 가격도 꽤나 비쌌다. 환기가 잘 안되니 음식 먹는 일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민폐이기도 하고.

예전에는 완행열차 중간 기착지에 정차 시간이 길어 후다닥 우동을 먹고 오기도 했다는데, 바쁜 세상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모습이다.

철도가 근대화로 가는 첫번째 단추이다 보니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오밀조밀 지역적으로 잘 구성 되어있다. 한편으로는 역사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민영화로 지역별로 잘게 쪼개지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운영방식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스럽다. 프리패스 같은 상품이 있다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철도여행으로 여러 도시를 보고 싶기도 한데.


란도셀


오사카 업무상 방문했을 때 번화가가 아닌 한적한 주택가까지 돌아다닐 일이 있었다.

초등학생들 가방 모양이 우리나라 아이들과 메는 것과 다르기도 하고 다들 비슷한 형태의 모양이라 신기하게 쳐다본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이 가방이 "란도셀"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몇 년 후 방문했던 도쿄 백화점 코너에서 란도셀이 꽤나 고가로 판매되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한때는 국내에서도 학부모들이 고가의 란도셀을 자녀에게 사주는 유행이 불기도 했다.

10만원대에서 2천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는 '초등생 가방 = 란도셀' 형태로 통일된 시장에서 빈부 격차가 마치 성인 여성들의 명품 애호까지 이어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이 가방으로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는 고심 끝에 지자체별로 란도셀을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형


일본의 인형 사랑은 많이 알려져 있다.

덕분에 괴기한 스토리가 인형과 엮인 영화나 소설도 많게 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인형에 대해 부담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는 느낌이다. 

사물에 영혼이 깃들여졌다는 종교적 관점을 가진 일본인들 답게 반려인형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는 방법도 우리는 생각지도 못하는 형태로 등장하기도 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인형을 수선하는 명품수선집이 있고, 사정에 의해 더이상 인형과 같이 생활할 수 없을 상황이 닥쳤을 때, 인형의 넋을 기리고 태우는 봉양행사도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거대한 반려동믈 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인형은 다른 괘를 가지고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려"란 개념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감정적 소통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의 시장으로 존재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어린이날이 남아, 여아 별도 구분된 점도 흥미로운데, 오월인형이 매장 곳곳에 붙어있던 대형마트와 쇼핑몰을 둘러보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왜 이렇게 갑옷 무사 인형이 많이 전시되었나 궁금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정원


아이패드 ASMR 앱 중에 일본식 정원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음을 구성한 프로그램이 있다.

소리를 몇 개 조립하고 눈을 감으면 한적한 일본식 정원 안에서 명상을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 물이 차면 또독하고 밑바닥을 치는 시시오도시(대나무 통) 소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자연을 구성하는 물, 돌, 식물, 경치 4가지 요소를 하나의 공간 안에 구성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은 어쩌면 전쟁의 일상화가 된 무사사회인 일본인들에게 목숨이 위태로운 긴장감 속에서 유일한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인공미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다른 서양 정원에 비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정원 안에서 만이라도 자연과 일체가 되어 누구에게 간섭 받지 않고 적의 서슬 퍼런 위협을 잠시 잊고 싶은 욕망 아닐까?

"사쿠테이키"같은 정원서에 대한 소개를 보면 우리에게는 멋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인조물에 여러가지 규칙과 건축학적 기술, 그리고 철학적 의미가 조화롭게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동아리


학창 시절에는 대학시험 때문에, 대학 시절에는 취업 때문에, 직장인들은 업무 과중으로.

동아리 활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항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쁘고 일정이 꽉 차있다.

일본인들은 사회적인 관계와 소통을 동아리를 통해 작동하고 향상시킨다고 한다. 여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소설 등에도 동아리 활동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였다.

일본 교육 그룹 베네세가 동아리의 장점 4가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①   인간관계가 넓어진다.

②   같은 뜻을 가진 동료가 생긴다

③   인간관계 속에서 예의를 배울 수 있다

④   강한 마음을 기를 수 있다


이 에피소드를 쓴 작가는 무사의 정신에 기반한 예절이 동아리를 통해 선후배 간의 인사에서부터 인간관계 전반적인 관계를 배우는 하나의 훈련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불과 2-3 전과 비교했을 때 선후배 간의 유대관계나 예의 등이 많이 옅어 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상하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에서 자주 마주치는 동료들끼리 밝은 인사하는 모습부터 어색해지는 느낌이다. 우리 회사만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 교류의 장이 사라져가는 초개인화 시대가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예의를 망각하게 만드는건 아닐까하는 고민을 해본다.



책에 관심을 끄는 몇 가지 아이템만 가지고도 많은 정보량이 머리속에 입력되고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이 새로운 느낌과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글쓴이별로 많지 않는 페이지 분량인데도 알찬 내용이 꽉꽉 들어차 있다.

이미지 사이즈가 작다는 불만도 있지만 사실 일본에 관련된 이미지는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겨울연가로 일본 속의 한국으로 거듭난 신오쿠보가 소개된 섹션이 인상적이다.

일본 가수와 노래에 열광하지만 왜색이라는 이유로 국내에 반입이 금지되었다.

X-JAPAN이나 아무로 나미에 같은 걸출한 메이드 인 저팬 아티스트의 음반은 고가에 거래되던 시절.

일본이 최고점의 경제력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 우리는 그들의 하청 국가였을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상이 일본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을 과거의 우리다.

한국 아티스트의 신곡이 나오자 마자 유튜브 1억뷰를 찍고 빌보드 1위를 예약해 놓는 장면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휘청이는 세계의 위기가 어쩌면 우리에게는 기회일지도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 국뽕에 빠지고 지나친 낙관주의와 자만심은 경계해야한다. 

바로 옆나라가 그러다가 망해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오늘의 준엄한 현실을 각인해야 한다.

지난 100여년간 세계를 주름잡는 기염을 통했던 일본인들의 강점과 잘했던 점을 내재화시키는 영리함도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이다. 책 한 권을 통해서도 배울 점과 경계해야할 점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솔직히 500페이지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나는 생각보다 그들의 일상을 진짜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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