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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n 07. 2021

[서평]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것들,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 :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것들,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

일본인들에게 부러웠던 것 중 하나는 막강한 출판시장의 저력이다.

그들은 세계 경제 대국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독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매체가 책이다 보니 이미 100년 전부터 도서관을 도처에 짓고 학생들에게 독서가 부국강병의 원천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자율적인 도서문화를 이끌어냈다.

패전이라는 몰락의 길을 걸었지만 경제대국으로 다시 부상하는 과정에서 책은 자부심인 동시에 일상의 모습이었다.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승객이 열독가라며 한국의 독서문화를 안타까워하는 신문기사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물론 지하철 승객 반은 만화책을 보고 있더구만 비웃음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만화책은 책 아닌가?

책 읽는 사람이 많으니 출판시장은 활황이고 수많은 출판사들을 양산해냈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호가 다양해지는 만큼 고전 도서의 출판은 물론이고 와 이런 책도 있네 할 정도의 좁고 깊게 몰입된 주제도 자연스럽게 서점의 한코너를 차지한다. 탑을 쌓아 놓은 종이더미 속에 묻혀 새로운 기획도서 만들기에 여념 없는 출판사들의 풍경 사진은 부럽기도 하다.

요즘 국내 서점에서도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진 출판물들과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손을 장악한 이후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풍경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나 역시 책을 들고 다니던 좋은 습관을 버리고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승객들을 관찰해보면 대략 30% 유튜브, 20% 드라마/영화, 20% 게임, 20%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전자책이나 뉴스를 보는 사람은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동영상이 재미는 물론 정보 습득의 창구가 되어버렸다.

책 읽는 사람 가득하던 일본도 별단 다르지는 않다. 일본 대학생 중 1년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 학생 비율이 50%를 넘어가다는 충격적인 통계도 있다.


출퇴근 시간의 자투리 시간을 지배하는 스마트폰이 뭐 문제일까 의문이 든다면, 회사 집 길거리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중독을 상기해보자. 심각하지 않은가? 걸을 때만이라도 앞을 보고 걸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시대 - 책의 가치는 하락했다/증가한다.

사람들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니 상품적인 가치는 하락하지만, 선택된 소수의 책 읽는 사람들에게는 손 쉽게 나만의 무기가 된다.

짤막하게 스킵 스킵 읽어가는 인터넷 정보의 얄팍함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이고, 글을 읽는데 필요한 집중력 저하는 개인에게나 사회에 지속적인 마이너스 작용을 하게 된다.

정보가 지혜로 변하지 않고 소비로 마무리될 때, 제한적인 영역에서의 정보는 활발하게 공유되나 심도 있는 컨텐츠는 외면 받아 생성조차 어렵게 되고 상업적인 매체들의 편향은 즐겁게 심화될 수밖에 없다.

책을 통해 정보의 깊이를 더하며 자신의 사고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깨닫는 매체가 책이라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10,20대가 저자가 책에 써 놓은 의견들을 보면 꼰대라고 섣부른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지긋이 나이를 먹은 이들조차 요즘 누가 책을 읽는다고 그래라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누굴 탓할 것인가?

시대가 바뀌고 유튜브와 틱톡이 사람들의 정보의 주요 플랫폼이 된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를 움직이는 생각과 기술의 근원에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다.

짧은 동영상 하나 만드는데도 스크립트가 필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심리학이 쓰이며, 조금 더 선명하고 입체감 있는 화면을 만드는 기술의 출발이 책이라는 간단한 원리조차 생각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먹방이나 보는 수 밖에.


저자가 "리버럴 아츠"를 언급하며 학문사이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전공만 아는 바보가 되면 곤란하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이 시대에 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책을 제대로 읽고 성장할 수 있는 독서에 대한 방법과 의미를 소개한다.

일본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작가나 작품 설명 인용이 많은데, 번역서의 특성상 바로 와 닿는 느낌이 없다는 아쉬움은 있다.


-사고력을 심화시키는 독서법

-지식을 심화시키는 독서법

-깊이 있는 인격을 만드는 독서법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독서법

-어려운 책의 독서법


각 주제별로 마지막에 추천 명저들을 소개하여, 독자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일본독자들을 위한 추천목록이라 우리에게는 약간 먼 느낌이 든다.


사고를 심화시키는 독서법은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책읽기에 정답을 주는 내용이었다.

책의 문자들을 있는 그대로 읽어가는 독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소설이라면 이 상황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내가 CEO였다면 회사의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단행했을까?

-인간과 침팬지의 유사점이 이렇다면, 결정적으로 차이가 생긴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문장의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나와 연관시켜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 독서법은 책을 통해 단순하게 지식만 얻는 게 아니라 유사경험과 의사 결정 훈련을 하는 공격적인 책읽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살아가는데 경험적 유산으로 내재화시키려는 목적이 분명한만큼 한번쯤은 방식을 바꿔보는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과 출신이 문과계열 책 읽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반대의 경우는 곤란함을 느낀다는 설명은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의식적으로 과학책을 탐독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지만 좀 더 깊은 영역에서는 페이지를 자꾸 대충 그림만 보고 넘기는 자신이 짜증날 때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문과-이과 영역의 균형 있는 독서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미래를 위한 작지만 가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중학교 때 일본책을 번역한 "4차원 세계"라는 지금 봐도 꽤나 어려운 책을 사서 읽었는데, 어려운 내용이지만 무척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였었다.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여러 지식들이 하나로 융합되는 사고의 용광로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아이들에게 마련해주면 어떨까?


책을 통해 얻는 지식과 경험들이 삶에 중요한 강점으로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증거가 책의 페이지 도처에서 튀어나온다. 책을 읽고 얻은 지식과 SNS에서 들은 지식은 이해도와 활용성 면에서 견주지 못할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인터넷을 며칠 동안 뒤져서 자료를 정리해도 커다란 줄기를 잡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한가지 저자에게 묻고 싶은 점은 ‘전자책은 의미 있는 책 읽기인가’라는 질문이다.

텍스트는 종이와 전자잉크가 동일하지만, 책이라는 형태, 즉 종이와 단말기로 인식되는 차이점은 의외로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견이다. 확실히 종이로 본 책이 전자책보다 머리에 남아있는 강도가 강하고 중간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갖게 해주는 점도 다르다.

과연 진짜 그럴까? 느낌 적인 느낌일 뿐인가?


살아가는데 책이 중요한 이유가 공유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전자책 열심히 보는 문화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라는 희망이 생기게 된 한 권의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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