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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n 12. 2021

[서평] 1코노미의 시대

나 홀로 살아가는 삶이 즐거운 이유를 만드는 상품의 기획과 마케팅

1코노미의 시대 : 나 홀로 살아가는 삶이 즐거운 이유를 만드는 상품의 기획과 마케팅


1인 가구는 2020년 900만 세대를 넘으며 전체 세대수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마케터들은 ‘1인 가구 시대가 대세다’라고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고 실제 현상과 결과들이 눈 앞에 보였었지만, 이미 가족을 꾸리고 있는 경우에는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 지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지방 근무를 하면서 홀로 자취 생활을 몇 년 했다.

나 스스로 경험한 1인가구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생활을 관찰해보니, 그야말로 게으름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길 없는 생활패턴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구속’이 없는 스스로 영위하는 삶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계획이 없다면 어느 순간 내 집이 이렇게 망가질 줄은 몰랐어라며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날이 오게 된다.


1인 가구의 등장과 확대는 비즈니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항상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는 현재의 선물이다.

4인 가족 기준 세대를 주요 타겟팅으로 했던 대형마트는 존재감이 점점 옅어 지고 있는데도 내부에서는 아직 상품 구색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혼자 사는 사람은 마트 가는 일 자체가 귀찮고 온라인 주문을 하기에도 많은 양만 즐비한 상품페이지에서 고르기 마땅치 않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버리는 것도 일이라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홀로 족들의 중요한 상품 공급원인 편의점은 시대에 가장 적합한 유통 형태였고, 라이프 플랫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걸고 있지만 이익에 눈이 어두워지는지 조미료 투성이의 질 낮은 식사의 원천이 되어가며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저자는 킴스클럽, 1300k, 아트박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다수의 유통회사 MD로 업무를 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1인 가구를 위한 특화 쇼핑몰인 “독립생활연구소”를 론칭했다. 역시 MD는 MD다.

상품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파트너사와 쌓은 제안과 협력의 결과물, 그리고 실전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는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인 동시에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해당 사이트를 둘러보면 우리가 놓쳤던,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상품들이 고객 입장에 맞게 구성한 특색 있는 카테고리에 맞게 일목요연하게 소개되고 있다.


저자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책 한 권을 통해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은 독서가 가진 가장 강력한 즐거움 아닐까?


총 4개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상품기획의 개념, 상품의 트랜드, 상품발굴을 위한 과정, 그리고 온라인 판매시 유의할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1인 가구 경제에 관심이 있고 상품 운영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라면 책 한 권에 녹여 내기 힘든 방대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관심을 끌었던 상품군 몇 개를 살펴보겠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을 오피스처럼 꾸미는 경험은 재미도 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기업들의 우려와 달리 생산성 저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과 사무실의 공간이 섞이며 공간의 비효율성과 주거공간만을 위한 니즈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 퇴근과 재택근무의 대안이 떠오르는 이유다.

집무실은 분산 오피스라는 개념으로 각 지역별 공유 오피스를 마련하여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고 집에서 가까운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개념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목 좋은 곳에 사무실 임차하기 위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이용할 수 있는 지점에 한계로 인해 회사 출근이 오히려 가까운 경우도 많게 생겼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모델이다.

에어비앤비처럼 사무실을 공유하는 "남의 집 오피스"는 이런 면에서는 사용자나 서비스 운영자 모두 빠른 확산을 기대해도 좋은 모델이다. 호스트는 본인의 집이나 작업실 등 일할 공간으로 단기 대여하는 방식인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고 다양한 공간 체험을 하기에는 적합한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건강관리는 본인 스스로 철저히 챙겨야 한다.

아무래도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이나 질 낮은 식사로 건강을 해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건강증진"의 개념이 확대된다. 건강한 상태를 넘어 개인이나 집단이 건강욕구를 실현하고 건강을 저해하는 환경들을 변화,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의 강화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과거 치료 중심이 아닌 건강예방과 관리를 포함한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본다. 장내미생물 분석 키트처럼 정밀 신뢰도가 100%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간단히 채취한 후 전문기관에서 분석한 결과를 통해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개인별로 취약한 부분에 대한 맞춤 케어가 진행되는 형태의 서비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혈액 한방울로 면역력을 알 수 있는 키트도 판매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기도 하다.


1인 가구는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꼭 혼자 사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동대처나 서로 알려주는 일이 불가능하다 보니 최소한의 준비는 자기 자신의 몫이다.

실제 내가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한밤중에 불이 났는데, 비상 화재 알람이 시끄럽게 밤공기를 울리고 엘리베이터도 정지되는 상황에도 밖으로 피신해 보니, 고작 6명이 나와있었다. 그 중 소방서 신고한 건 나 혼자였고.

옆집도 얼굴만 내다보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주민들 대부분 오작동으로 생각하고 크게 냄새나 이상징후가 안보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돌아간 상황.

심지어 오피스텔 관리는 원격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화재발생시 입주민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전화번호조차 알 수 없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날이 밝아서 관리실 쪽에 강력하게 항의해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안전불감증.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커진 계기였다. 

호신용품, 재난대비키트, 가정용 소화기, 응급의료세트 정도는 바로 꺼낼 수 있는 장소에 구비하는 준비자세가 필요하다.

상품개발을 위한 여러가지 시장조사와 트랜드 분석 기법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데, 적은 분량이지만 알짜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개념을 잡아가기에 적당한 분량이다.

콘셉트를 만들 때 3가지 조건을 강조한 페이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표적고객에게 중요한 가치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너무 평범하면 안 된다.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마지막 구체성은 상품의 카피를 만들 때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쉽고 빠른 이해가 가능한 예시가 제시된다.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프로바이오틱 보충제 섭취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장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까지 마칠 수 있는 확률은 말로 문장을 읽어보니 확실해진다.

이어지는 마케팅 관련 블로그에서도 본 적 있는 일본의 히트상품 "오토코마에 두부 - 일명 남자두부"는 상품기획의 컨셉트를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는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당도 강화, 묵직한 무게감은 젊은이들에게도 건강식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였고, 프리미엄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상점을 운영하기 위해 알아야 할 다양한 준수사항과 표기사항 등에 대한 내용은 실제 온라인 샵을 운영하기 전에 꼭 체크해봐야 할 챕터이다.

일반적인 상품에 비해 특히 식품류는 규제사항도 많고 고객과의 분쟁도 잦은 카테고리이므로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유통기한에 대한 선행 관리라던가 혹시라도 발생한 고객 컴플레인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새로 시작한 온라인 샵이 단기간에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1인가구 시장의 공략은 시장세분화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1인 가구라는 총칭으로 타겟을 설정했지만, 그 안에 속한 집단은 1인 가구 수만큼이나 미묘한 차이와 복잡한 선택회로를 머리에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혼자 사는 삶에 필요한 니즈와 원츠 역시 차이가 많이 나는 집단이다.

어떻게 고객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울지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내용과 실제 사례를 정리한 후속작이 나온다면 서둘러 발길을 서점으로 옮기게 될 것 같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홀로 족들의 트랜드와 대응전략을 생각치도 못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즐거운 책 읽기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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