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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n 13. 2021

[서평] 뻔한 식당 말고 Fun한 식당

식당 창업 레시피를 새로운 관점으로 요리한다

뻔한 식당 말고 Fun한 식당 : 식당 창업 레시피를 새로운 관점으로 요리한다



일자리 부족 시대, 최종 결과지는 식당.

때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로.

공대생의 일생이라는 우스개 유머에도 마지막 직업은 치킨집 사장.

별다른 기술 없어도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업종이고, 먹는 장사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니 망할 확률이 적지 않을 까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실제는 어떨까?

IMF와 외환위기도 버텼다는 식당들도 코로나 위기에는 속수무책 무너지는 게 요즘의 형편이다.

대신 배달 전문식당은 호황을 맞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는 또 어떻게 바뀔지?


식당의 본질인 맛의 변화보다 고객들의 주문방식이 바뀐 놀라운 장면을 우리는 매일 보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배달의 민족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성장하는 모습은 코로나 이전에도 목격하고 있었으니까.

오프라인 식당들도 경쟁력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점포가 인기를 끌고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맛은 기본이고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린 만한 비주얼과 독보적인 특징이 있는 식당에게는 기회가 됐다. 방송을 타는 행운은 철저한 기획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국민이 알면서도 일단 TV에 소개가 되면 구름 같은 고객이 몰렸다.


바이러스 하나가 세상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바꾸었고 양극화 - 변해버린 사회의 모습을 식당이 따라 가는 형국이다.


식당을 창업하기로 했다면 어금니 꽉 깨물고 결의를 다지는 정신무장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나만의 전략과 음식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5년간 생존율이 20.5%에 불과한 업종이라면 경쟁이 얼마나 심하며 고객의 선호도 변화가 어떨지 숫자로 와 닿는다.

장사의 고정관념을 깨자!라고 시작하는 첫번째 파트부터 낌새가 수상하다.

창업할 때 장소의 중요성은 기초중의 으뜸으로 배웠다.

업종선택보다 입지선택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고, 대부분 프랜차이즈 본사나 중간의 거간꾼들도 입지선정과 상권분석 자료를 내밀며 예비창업자에게 제안을 시작한다.

그런데, 저자는 한적한 장소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음식의 맛은 외진 곳에서 장사를 해도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임대료 때문에 망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거품이 많은 번화가에서 탈피하는 방법이 과연 옳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맛집으로 인정받을 만한 실력이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를 피하라는 조언이 이어지는데 이 역시 창업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5500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갑작스레 생업의 절벽에 몰려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할 줄 아는 건 없고, 식당이 제일 만만해 보이긴 하는데 이 역시 수행의 과정이 필요하다. 최소 2년은 종업원으로 일하며 업력을 쌓아야할걸? 주변 경력자 조언을 들으면 대부분 결심한다. "그래, 프랜차이즈나 하자." 

중간에 수수료나 재료비 등 내게 들어올 수익 중 일부가 사라지지만 메뉴선정 인테리어 마케팅 다 해주는데 초짜인 내게는 딱 이지.

이런 생각을 먹고 시작하는 상황 자체가 성공확률을 낮추는 일이긴 하지만 당장 무엇인가 일을 시작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냉동고 없이 한가지 메뉴로 시작하는 두번째 장에서도 독자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집중에서 오로지 책에서 제안하는 단 한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가게가 몇 개나 있을까?

수육 등 약간의 부가메뉴까지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손가락에 꼽기가 쉽지 않다.

이론상으로는 재료의 신선함과 고객응대의 용이성, 그리고 주력상품의 강조라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고, 김밥천국이 아닌 이상 무제한 메뉴는 결국 재료의 불법적인 재활용에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보니 피해야한다.

결국 얼마나 메뉴를 간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제시이지만 쉽지는 않다.


어떻게 나의 식당을 세팅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마케팅을 준비할지에 대한 독자적인 생각들을 만드는데 중요한 포인트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위에 몇 가지 불만을 늘어놨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대부분의 점주들이 생각하는 대로 하면 생존율이 20%, 그럼 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저자의 주장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고민과 솔루션이 필요하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부산에서 회사 일로 한동안 자취를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옆 돼지국밥집에 자주 들르게 되었다.

퇴근할 때 출출하면 허기를 달래주는 뛰어난 맛집은 아니지만 소중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을 한다. 가게는 꽤 큰데도 고객은 저녁 시간에도 반이 차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화남정 돼지국밥"이라는 가게가 책에 등장한다. 

대부분 국밥집은 입장하게 되면 돼지 누린내가 손님을 맞이한다. 육수를 고아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냄새가 없다면 국물베이스를 사서 쓰는구나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화남정 돼지국밥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국물을 우려내고 있어 잡내가 식당 안에는 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충 물통을 건네 주는 것이 아니라 새 생수병을 제공하고 테이블마다 보온병에 담긴 연지차가 제공된다. 더욱 놀라운 건 보쌈을 주문하면 삼겹살을 쓰지 않고 고가의 고소한 부위인 항정살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해당 챕터를 읽어가며 부산 진구가 근무하던 서구와 꽤 멀리 있어서 못 가본 게 아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 이 가게를 알았다면 한번 가봤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었다. 아 이게 식당이 차별화되는 전략이구나.


친구가 홍대 앞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베트남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 집의 강점은 현지의 맛을 그대로 들여온 전략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쌀국수는 많이 있지만 여행 갔을 때 먹던 느낌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핵심은 친구가 맛에 대해 가지는 즐거움이다. 요리하는 게 즐겁고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거나 조금씩 레시피를 바꾸어 가며 최적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묘미를 즐긴다. "열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매니아들이 꾸준히 가게를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저자가 이야기하는 Fun한 식당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내가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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