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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차이나 플랫폼이 온다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계, Winner takes it all!

by 까막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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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세상을 바꾼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래도 어느 정도 예측한 방향으로 똑바로 걸어갔을 지 모른다. 중국의 비위생적인 시장 한 켠에서 창궐한 바이러스는 세상을 뒤덮었고 흑사병으로 중세가 무너지고 르네상스가 꽃피었듯 잘나가던 플랫폼 비즈니스의 일부는 몰락하고 새로운 분야가 떠오르게 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으로 주목받았던 공유경제는 몰락하고,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가 선두를 치고 나가는 구독경제는 활황을 맞는다. 이 와중에 배달서비스들은 언택트라는 화두를 활용하여 위세를 떨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절규와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공포감이 몰고가는 -고객이 배달한 음식을 몰래 빼먹는 - 일탈까지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아직도 매일 신규 확진자 신기록을 갱신하는 미국에 비해 일찌감치 바이러스를 발현시키고 억제한 중국은 그동안 모아왔던 에너르기파를 모아 플랫폼 시대의 우위를 점하고자 기염을 토하고 있다.

미국은 틱톡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해킹이나 개인정보를 빼 간다고 공공연한 이슈화 시키며 사용을 만류하지만 실제로 능히 그럴 만한 의혹을 가진 중국을 바라보는 싸늘한 눈초리와 상관없이 젊은 세대들은 짧은 동영상을 통한 개인적인 퍼포먼스를 세계인을 향해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주도했던 플랫폼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오히려 위세를 떨치고 있고, 중국 역시 대동 소이하다.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양국의 경제전쟁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미국이 수년간 공들였던 플랫폼 비즈니스의 영역을 중국이 기술적 차이를 좁혀가며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승기를 놓친다면 향후 세계 최대강국이 되는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5G, 모빌리티 등 사람들의 생활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플랫폼과 이를 뒷받침하는 IT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수시장의 규모만으로도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막강한 인프라를 가진 셈이다. 특히 젊은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과 그들의 신문명을 빨아들이는 기세는 제아무리 현존하는 최강의 미국일지 언정 불과 10년후를 장담하지 못한다.

책에서도 예시로 나왔듯, 애플이 어느 누구에게도 허용하지 않았던 앱스토어 30% 수수료를 위쳇 만은 예외로 하며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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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장점은 신용시대를 건너뛰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용카드를 쓰고 싶어도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도망친 채무자는 평생 잡을 수다 없다 보니 모바일 기반의 결제가 일찍 꽃을 피웠고 지금은 이런 인프라가 막강한 무기가 되어 어떤 상거래이든지 모바일로 가능하고, 다른 나라까지 영향권에 두기 시작했다. 광대역 통신망을 전국적으로 설치할 수 없어서 모바일이 흥했듯 말이다.

이런 웃기지만 훌륭한 인프라와 공산당의 적절한 시장개입으로 중국시장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두 진영으로 나뉘어 또다른 의미의 내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승자가 되어 독식하기 보다는 서로 경쟁하며 더욱 다양한 발전과 인프라의 확충이 예상된다. 성향도 다르고 어느 한쪽이 실패한다면 그만큼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사례는 개인적인 업무와 관련 있는 금융과 유통이다.

고객과 가장 밀접한 업종이고 실제 파격적인 실험들이 등장하여 국내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의 변화들이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가지 규제로 인해 중국만큼 빠른 행보를 보이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


금융은 이제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이라 불리며, 금융회사 주도의 IT혁명이 아닌 IT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도 카카오뱅크가 약진을 하고 있고 토스같은 서비스, 심지어 차이나 머지포인트 같은 가상화폐 라인업도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넨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빅데이터다. 알리바바 산하 각 계열사들의 고객 트래픽이 데이터로 모여 기존 금융사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신용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보다 저렴하고 미 회수 가능성이 낮은 기업/개인대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개인의 신용평가가 일년에 한 두 번 세금납부내역이나 급여내역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에서 상거래를 하고 대금을 지급하고 이동이나 라이프 패턴까지 분석하니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교통사고 현장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면 인공지능이 3분 이내에 수리비 견적을 제안하고 보상처리가 되는 평안보험 사례는 놀랍기만 하다. 이 역시 수많은 데이터의 집합과 분석, 인공지능에 의한 판단으로 가능한 일이다. 자회사인 평안굿닥터의 무인 AI 진료소 사례는 국내에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원격진료가 보다 빠른 예방적 의료체계가 가능한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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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인수한 허마센셩의 파격적인 실험도 책에 소개된다.

반경 3km 이내 30분 배송, 현지같은 매장과 즉석에서 조리까지 해주는 혁신적인 사례는 국내 유통사에도 많이 소개되었고 기존의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식품 위주의 신선함과 빠른 배송으로 변화를 이행하는 영감을 주었다. 최근 국내 롯데마트가 선보인 2시간 빠른 배송이나 이마트, 롯데마트가 매장에 선보인 그로서란트 형태의 식품매장 구성도 결국은 중국을 참조한 변혁의 예시다.

새벽 배송이란 국내만의 독특한 서비스가 배송체계의 다양한 방식을 촉발했듯,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유통실험들은 그들 못지않게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유통사들도 끊임없이 모방하고 개선하고 창조하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라 기대 한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로 하는 중국의 현재 상황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해냈던 성과들과 앞으로 도전할 과제들에 대해 책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분석 뿐 아니라 디지털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까지 살펴보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중국의 역동적인 산업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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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항상 배가 고프다고 한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도 더 많은 땅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멀쩡한 산호초 섬을 인공 섬으로 바꾸기까지 한다. 아직은 힘에 겨워 보이지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도 경제적 군사적 맞짱을 뜨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중국 우주정거장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놀랐었다. 쟤들이 언제부터 우주로 눈길을 돌렸지? 과거부터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지역적, 정치적으로 그들의 영향 하에 있었다. 중국과 최소한 경제적 우위 또는 대등한 경쟁을 한 세대는 현재가 유일할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중국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세계를 잠식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언제까지 손가락 빨고 있을 수는 없다. 각 종 규제를 개선하고 확실한 플랫폼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도 아낌없이 해야 한다. 중국으로 나갔던 유통사들의 철수와 지금은 점점 힘을 잃고 있는 게임산업계를 보며 더이상 그들이 우리의 돈벌이 대상이 되 주지 않는다는 위기감을 가져야한다.

중국의 거대함이 플랫폼의 원동력인만큼, 우리의 창의력과 빠른 속도도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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