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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n 21. 2021

[서평] 구독경제 101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오피스365 내 지갑을 다 가져요, 구독경제

구독경제 101 :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오피스365 내 지갑을 다 가져요, 구독경제




대세로 자리 잡았던 공유경제는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저 세상 환타지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 수년간 남이 쓰던 물건을 공유해서 쓸 생각들은 없을 것이다.

대신 떠오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구독경제.

어릴 적 집 앞에 큼지막한 유리병에 담아오던 서울우유가 생각난다.

질기고 날카로운 비닐 커버를 따내고 종이 마개를 조심스럽게 빼내야 하는데 잘 못 누르면 병 안으로 쑥 들어가는 불상사가 나던 어렴풋한 기억.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한 중고등학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 배달로 부족한 학비를 보충하기도 했다. 몇몇 녀석들은 남의 집 우유를 꿀꺽 먹고 입을 쓱 닦기도 했다.

요즘 전동 카트로 아파트 단지 구석 구석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도 빼면 섭섭하다.

과거의 구독경제는 책에서도 정리된 바와 같이, 거의 매일 사용해야하는 상품이면서 휘발성 강한 특징을 보였다. 유통기한, 정보의 일시성, 뭐 이런 거 말이다.


컨셉은 같지만 지금의 구독경제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일정한 요금을 내고 매일 또는 정기적인 배송이 오는 기본 컨셉은 동일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변형이 일어나고 있고, 각 개인별로 고도화된 맞춤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가져 다가 문 앞에만 놓고 끝나는 개념이 아니라 가져오고 가져가는 쌍방향적인 움직임도 포함된다.

결제방식의 정기성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향후에는 냉장고 안의 남아있는 식재료를 분석하여 비 정기적인 결제와 배송이 진화된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구독 경제하면, 무엇보다 놀랍고 효과적인 방식은 컨텐츠의 구독 서비스였다.

일본에서는 DVD렌탈 비즈니스를 하던 츠타야가 생활과 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서점으로 위기의 도서시장에서 살아남았다. - 오프라인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우편으로 DVD를 렌탈해주던 넷플릭스가 정액제 스트리밍으로 시장을 장악하더니 지금은 컨텐츠의 확보를 위해 거대한 자본을 투여하는 오리지널 제작 사업에도 뛰어들어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시장을 씹어 먹을 만한 가공할 화력을 지진 디즈니가 칼을 갈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자신들만의 독점 시리즈와 영화로 아직까지 넷플릭스의 위상은 끄덕 없어 보인다.

스포티파이도 경쟁에서 아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프리미엄 회원에게 음원시장을 덤으로 개방했고, 디바이스와 과거 구매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던 애플뮤직도 위협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큐레이션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쌓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데이터 결합은을 소비자의 행동에서 추출하여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인 취향에 맞는 영화와 음악을 제안하고, 구독자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며 평가를 내리는 활발한 시너지 효과는 회사의 경쟁력에 주마가편의 힘을 실어준다.

2020년 코로나는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 와중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덕에 막대한 시설 비용 증가없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365도 약진하고 있다.

패키지 판매로 전세계의 사무실을 점령한 그들은 클라우딩 저장소와 최신의 소프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매달 구독료만 내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확대되자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과거 불법 복제로 고민하던 문제까지 날려 버릴 수 있는 구독서비스에 열광한다.

해킹이나 크랙 툴로 불법 사용하던 패키지는 더이상 통용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의 신기원이 된 셈이다.


구독은 게임시장도 바꾸고 있다.

패키지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여 뽕을 뽑을 때까지 즐겼지만 이젠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다양한 게임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컨텐츠 제공자들은 원활한 현금흐름의 물고가 트였고, 사용자의 이용행태를 통한 소비자 분석과 대응, 성향에 따른 집중개발 분야의 선정 등 효과적인 개발과 마케팅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향후에는 자신들 만이 쌓은 고객행동 데이터를 가공하여 다른 기업에게 판매할 수 있는 정보의 큐레이션도 수행하여 수익을 다각화할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구독을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구분하고 대표적인 기업들을 소개한다.


-리필 구독 : 지속적으로 상품으로 채워주는 비즈니스 → 면도기나 생리대, 영양제

-큐레이션 구독 : 전문가의 상품 코디가 필요한 영역 → 꽃, 속옷, 과자, 반려동물, 의류

-서비스 구독 : 생활 속의 반복되는 불편함을 해결 → 세탁, 항공권, 의료, 집수리

-콘텐츠 구독 : 말 그대로 콘텐츠를 정해진 범위 내에서 구독 → 영화, 음악, 이모티콘, 신문, 게임


관심있게 지켜보던 영양제 서비스 필리나 꾸까 같이 잘 알려진 기업도 있지만, 수퍼나 서프에어 같은 기업들의 사업방식은 꽤나 흥미로웠다.

특히 단편화 되어 제대로 된 AS나 정기적인 수리가 어려운 하우스 케어 기업 수퍼는 국내에도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에 비해 우리는 아파트 생활 형태이므로 우리나라에 딱 들어맞는 상품구성이 필요하다. 단독주택 위주이지만 협소한 주택문화의 일본이나 최신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중국에는 또다른 구성이 필요하니 해당 국가의 스타트 업이 유리한 조건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4-5년 정도를 지방근무를 한 관계로 자취를 했던 내게 꼭 필요했던 타월 제공서비스인 노블메이드는 가격적인 부담이 기대보다 높다는 한계도 있지만, 항상 우리의 몸과 맞닿는 수건의 교체주기라는 고객조차 모르던 니즈를 파고들어간 관찰력이 우수한 모델이었다.


구독경제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보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민한 실행력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스타트 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독료에 부담을 느낀 사용자가 늘어나며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도그, 트윌리오 같은 기업들은 종량제 서비스로 구독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을 월구독으로 판매하는 필모라 같은 서비스는 매월 정액을 내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달에 2~3일 밖에 구동을 시키지 못한 달에는 많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회사일이 너무 바빠 드라마 세편 본 넷플릭스를 다음달도 유지해야 하나?


기업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논리가 경영성과를 악화시키는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겠지만, 문제는 내가 변하지 않으면 경쟁자나 신생기업이 해당 영역에 앵커를 확실히 박아 놓을 수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기업들의 피 말리는 전쟁이 혜택으로 돌아오길 바라기만 할 뿐이다.

구독을 하나 둘 추가하다 보면 지갑이 쾅 해지는데 종량제 서비스도 좋다!

오늘도 스포티파이가 추천해준 내 취향 딱 맞는 노래를 들으며 신통한 큐레이션에 감사할 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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