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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n 28. 2021

[서평] 말꺼리 : 고전문학 속 한마디 말의 힘

고전문학에서 찾아낸 의미 있는 문장들, 밑줄 쫙!

말꺼리 : 고전문학에서 찾아낸 의미 있는 문장들, 밑줄 쫙!

자기계발 도서들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말.

"고전을 탐독하라!"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책은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하지만 고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

성장기때 우유를 더 많이 마셨어야 해.

성장기때 고전을 더 많이 읽었어야 해.

시간이 흘러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신념을 갖고 책장을 넘겨야 했는데 먹고 사느라......


통속소설을 읽을 때, 고전소설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긴 하다.

무슨 책이든 많이 읽는 게 좋더라도 몇 백 년을 살아남은 스테디셀러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짬 날 때 열심히 읽어보겠 노라 전자책으로 열린책 전집을 이북 단말기에 쑤셔 놓았지만 거기까지 끝이었으니 지금부터 라도 좀 마음을 가다듬고 오래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사골국물처럼 오랜 세월을 우려낸 고전에는 전체를 아우리는 대단한 문장들이 숨어있다.

문장들은 고전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요소인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진리를 후세에게 전달해준다.

마치 햄릿을 안 읽을 사람도 "죽느냐 사느냐 문제로다."란 대사를 실생활에 응용까지 하면 사용하니 말이다.

기왕이면 그 말의 맥락과 배경, 정확한 쓰임새를 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오래된 고전의 문장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고뇌와 진리를 향한 발걸음이 함축되어 시대를 거슬러왔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액기스를 벌컥 들이마시면 힘이 불끈 솟는 유사한 정신적 자양강장제다.

책의 구성은 시대별로 나누어 졌다. 각 시대별로 대문호 6~8명을 선정했다.


1.고대문학 : 호메로스/소포클레스/베르길리우스/오비디우수/플루타르코스/호라티우스

2.고전주의 : 단테 알리기에리/조반니 보카치오/에라스무스/토머스 모어/제프리 초서/세르반테스/세익스피어

3.계몽주의 : 몽테스키외/볼테르/디느로/레싱/존 밀턴/장 자크 루소

4.낭만주의 : 괴태/윌터 스콧/빅토르 위고/너새니얼 호손/제인 오스틴/찰스 디킨스/애드거 앨런 포/푸시킨

5.사실주의 : 스탕달/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입센/브론테/에밀 졸라/모파상


총 34명


각 작가 별 짧게 개인사를 설명하고 당시의 시대상이나 작가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

그리고 대표작을 소개하며 해당 소설의 내용을 대표적인 문장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도 몇 눈에 띈다. 그가 가진 역사적 의미는 둘째 치고 서양고전문학의 역사의 34명에 드는데 처음 들어보는 상황이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책을 좀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가만히 있어도 죽음을 피하기 어렵다면, 어찌 죽을 각오로 투쟁하지 않는가? -호메로스


말이 쉽지. 다들 죽을 각오로 임해도 허둥지둥 사는게 현재의 모습 아닌가. 이런 변명을 한다.

탄피가 쏟아지고 옆에서 동료들이 퍽퍽 나가 떨어지는 지독한 1차대전 참호 속에서 절규에 빠진 군인들을 비교해보라며 밀어붙인다면 그래 지금이 낫지라는 생각이 들거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다만 호메로스의 이야기처럼 자기 스스로 용기와 각오를 다시 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문구다. 인간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때가 운명에 맞서는 순간이라고 하니.

세르반테스도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산을 잃은 사람은 많이 잃은 것이고, 친구를 잃은 사람은 더 많이 잃은 것이며, 용기를 잃은 사람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돈키호테의 무모한 진군과 도전도 결국 잃어버린 용기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하루를 살아가며 용기없어 머뭇거리는 일은 몇 번이나 있을지 세어 봐야겠다.


질투심을 조심하세요.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이니까요. - 오셀로 중


직장생활에서 일이 꼬여 초라한 상황이 되면, 옆의 동료 잘나가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질투를 한다. 

-저 녀석도 같이 실패하면 좋겠네.

같이 실패해서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다들 망하길 기원하는 마음은 나이가 먹어가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남자아이들 싸우는 모양새와 별 차이도 안 난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일은 질투에 눈이 머는 순간 자신의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질투에 먼 사람은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의 속마음을 누구에게나 털어놓은 실수를 한다. 귀도 얇아져 음모가 가득 찬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린다. 오델로는 덕분에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이기까지 한다. 

질투의 순간 나 자신을 해치려는 녹색 괴물의 음흉한 미소를 눈치채야 한다.


"미래"는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에게는 "미지"이며, 용기 있는 자에게는 "기회"이다. - 빅토르 위고


요즘 용기가 많이 없던 모양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붕 떠 있는 심리상태에 어두운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을 게다.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는 태도의 문제가 아닐까.

과연 나는 지금 겁먹고 있는 것일까, 어떤 용기를 가져야 할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희극이다 - 찰스 디킨스


디킨스의 너무나도 유명한 말.

현재에서 어려웠던 해결의 과정이 훗날 돌이켜 본다면 하나의 추억 정도로 미화되는 건 모든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 문제가 생겼을 때 골치가 지끈거리지만 과거에도 문제는 해결되었고, 이번에도 그러리라는 평온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는 걱정하는 일들의 90%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거나 귀찮을 뿐이다.

성실한 마음과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 일들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설령 문제가 되었다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행동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늘 말버릇처럼 다른 이들에게 해오지 않았던가.


고전문학의 큰 흐름과 세대를 장식했던 명작들의 많은 부분을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다는 후회와 계획을 잡아 책을 좀 더 붙잡고 읽겠다는 다짐이 교차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소중한 격언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인생에 투영한다면 조금 더 용기 있는 하루를 채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된다.

어느 때부터 인가 책을 읽을 때 낙서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책을 깔끔하게 보기 원해서였다. 하지만 한 번 읽은 책은 중고서점으로 팔려 나가거나 분리 수거되거나 책장에서 먼지를 뿌옇게 쌓인 채 박제되어 있다.

책을 좀 더 공격적으로 밑줄 쫙 쫙 그어가고 메모도 좀 하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문장을 골라내고 정리하고 머리에도 안착시킬 수 있으니까.


책 한 권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래된 문장은 많은 생각을 일으키는 촉매제이다. 그리고 오늘의 용기와 지혜를 전해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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