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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l 07. 2021

[서평] 브랜드를 감춰라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마케팅의 소음과 신호


브랜드를 감춰라

-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마케팅의 소음과 신호



스포티파이를 사용하고 나서 딱 한 달이 지났을 때, 추천음악을 듣다 깜짝 놀랐다.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인데 노래가 귀에 착착 감긴다.

아주 오래전 스치듯 들어보았던 노래인데 지금 보니 아 이 사람이 부른거였어?

-이렇게 하트표시를 얻게 된 노래도 많다.


구독경제가 실생활에 침투하기 시작해 가장 신난 기업들은 미디어 회사들이다.

말로만 듣던 서비스가 국내에도 진출하여 배 두들기며 장사하던 국내 회사들과 피 말리는 전쟁을 시작한다.

덕분에 신나는 소비자.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알고리즘이 고객의 마음과 지갑을 빼앗아 갔고 덕분에 다양한 볼거리, 들을 거리를 얻는 윈윈게임이다.


좋아하는 영화 취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추천목록을 만들어주는 과정에는 당연하게도 수학이 관여한다.

넷플릭스는 알고리즘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세계 수학천재들을 대상으로 100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기계학습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시네매치라는 넷플릭스 추천시스템의 성능을 최소 10% 이상 먼저 개선한 팀에게 상금 전부를 주기로 했는데, 2009년이 되어서야 10.06% 성능개선한 벨코어스프래드매틱카오스라는 팀이 영광의 우승자가 되었다.

감정적인 기능이 사실은 철저한 수학의 숫자 논리 위에서 분석되고 도출된 결과다.

기업활동에 꼭 필요한 전략이 수학이라는 논리적 개념을 기반하여 소비자를 현혹하고 우리 제품을 살 수 있는 새로운 기재로 작동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알고리즘은 개별의 소비자를 파악하고 기업의 제품을 매칭하고 만족스럽다고 매직을 건다.

-좋은 선택을 하신 겁니다!

그냥 길가는 사람 잡고 상품을 판매하는 일보다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결과는 당연하고, 그 이후의 추가 구매까지도 염두에 둔 마케팅에 사람들이 자발적인 매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데이터에 개인 식별 정보가 들어가는 상황을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음흉한 세력에 의해 강탈당할 일은 없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합법적인 테두리 하에서 개인식별 정보를 제공하기에 파트너사에게는 당신의 정보가 절대 넘어가지 않습니다. 무명씨가 된 당신의 특성에 맞는 광고를 제공할 뿐입니다. 보이지 않는 4차혁명의 손은 고객보다 더 고객을 알게 되었고 손길 한 땀마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신호를 보낸다.

보이지 않는 브랜드를 나도 모르게 사랑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좋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개별화된 광고 시스템이 정보로 제공되는 모습을 이미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진짜 내 정보는 안전하긴 한 거야?

의심스럽다.

중국이 꿈꾸는 스마트시티에서 개인식별을 통해 21세기형 카스트제도를 만들려는 거대한 야망을 이미 봐 버렸기에 그 어떤 정부나 세계기업이 오매불망하던 멋진 신세계를 포기하겠느냐는 말이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AI가 운영하는 펀드는 확실히 실적면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투자환경에서 잠시 내가 점심식사를 하고 오는 동안에도 AI는 관련 기업의 정보와 실적을 분석해 다음달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내 계정으로 영입할지 판단한다.

원래 투자 직전에 내 의사를 묻기로 알람 설정이 되야 하지만, 나는 AI를 믿기 때문에 자동매수로 설정을 해 놓았다.

다음날 새로 매입한 기업의 공시가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돌며 주가는 폭락했고, 나의 관여없이 진행되었던 포트폴리오는 하루만에 -30%의 손실을 입게 된다.

보이지 않는 브랜드는 AI의 알고리즘을 분석하여 잘못된 정보나 틀린 정보를 흘려서 얼마든지 시장에 개입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돋보였던 스마트 신발.

"웨어러블 형태 또는 피부에 삽입하는 형태를 통해 신체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은 의료 관련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는 거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가 한 문장으로 파급력 강한 의료시장의 미래를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스마트 와치를 손목에 차고 심박수, 스트레스, 걸음 수 등 다양한 자신의 건강정보를 기록하고 있고, 알고리즘으로 객관적인 상태에 대한 정보를 피드백 받고 있다. 신발에 스마트 기능을 집어넣는다면 조금 더 정밀한 측정과 몸무게 변화와 걸음걸이 모양에 따른 신체의 변화도 선도적으로 관찰하여 필요한 의학조치나 약품을 소개할 수도 있다. 너무 편리한 기능이고 인간의 생명연장 프로젝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프로세스에 개입한 제약회사나 보험회사의 마케터들은 과연 의로운 피드백만을 제공할 수 있을까?

개인맞춤별 보장담보는 통계와 수학에 기반해 내게 꼭 맞춤 보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지만, 보험사의 욕심이 개입되면 특정 담보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 쓸데없는 과설정을 하게 만들고 부당한 이익을 가져갈 수도 있다. 

고객입장에서는 배려와 보호라는 가면 이면에 숨은 철저한 손익계산을 보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정교해질 수 있다.


마케터에게는 천국, 소비자에게는 불신지옥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약일까 독일까?”


시리와 알렉사가 평상시에도 우리의 대화를 몰래 감청하다가 우리가 생각없이 내뱉은 "우유 살 때가 되었네"라는 말을 놓치지 않고 저장하고 우유회사에 빨리 -우유 광고를 때리라구! 주문하라고 알람을 울리란 말이야! 

소리치는 보이지 않는 브랜드 세상은 두렵기도 하다. 

(마케터의 입장 : 세상을 다 얻은 느낌. 자신감 있게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고객에게 1:1로 설득할 수 있는 Westworld의 자유와 쾌락이 가득 찬 신비의 세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양면성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 위해 AI가 지배할 미래에 대한 마케팅과 기업활동 예측은 우리에게 또다른 고민거리와 인사이트를 던져준다. 

다양한 사례와 마케팅 메시지 사이에 숨은 개인정보보호의 역설과 미래 사회에 대한 참신한 시각의 통찰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직장인, 특히 마케팅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미래 지침서이며 책 한 권으로 - 들릴까 말까 한 - 소음과 신호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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