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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Jul 18. 2021

[서평]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일본 몰락의 역사적, 사회적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해 보자.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 일본 몰락의 역사적, 사회적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해 보자.



워크맨.


일본이라는 나라의 존재감은 이 단어 하나로 완성되던 시절이 있다.

우리나라의 쾌거를 보도하는 뉴스에는 공식이 있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격차를 10년 이내로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패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태평양 전쟁.

진주만 습격으로 자신감을 얻었던 태양의 군대가 미드웨이의 판단착오와 지독한 불행이 엮이지 않았다면 미국을 압도하여 세계의 반을 독일과 나누어 가졌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다음 주면 2020 도쿄 올림픽이 화려한 개막을 하게 된다.

역대 최초로 무관중 경기라는 진기록을 세울 그들 앞에 놓인 천문학적 빛더미는 깨소금맛.

잔인하게 아시아의 국가들에 폭거하던 일본의 본격적인 몰락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국뽕 가득찬 유튜브의 동영상들을 보면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한 국가의 몰락을 그려내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냉정한 분석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일본 사정을 잘 아는 SBS 특파원 출신의 저자가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는 책이 등장했으니 도대체 이 친구들은 왜 이렇게 패착의 길만 골라서 가게 되었는지 한번 알아보자.


법률 / 사회 / 정치 / 경제 / 문화

일본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5가지 영역.


메이지 유신이후 제국주의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쇠락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서양식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단계를 밟지 않은 채 급격하고 외부적인 동인에 의한 변화가 과거에는 약이었지만 21세기에 독이 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은 부국강병이라는 목표로 급격한 근대화를 진행한 탓에 위로부터, 밖으로부터의 개혁이 이루어졌다.

전쟁과 패전의 후유증으로 멸망 직전이었지만 한국전쟁으로 위기를 벗어난 후, 냉전시대 아시아의 저지선으로 인정받은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높였지만 장기불황과 신자유주의 물결이라는 위기에서 대처하는 데 실패한다.

직접 피를 묻히며 얻어낸 사회의 변혁이 아닌 탓에 변화된 세상에 대처하고 능동적인 동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 빠진 셈이다.

자존심만 높았고 과거의 부유했던 기억만 머리에 남아있지 실제 세상의 트랜드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채 30년 동안 플라자합의 탓만 해왔다.


세상 일이라는 게 술술 풀려나갈 때는 장점으로 빛을 발하던 특성이 어느 한순간 치명적인 독이 되어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는 흔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현대 국가의 속성을 잠시 뒤로 돌려 두고 속도전에 임했지만, 시간이 오래 흘러버려 국민들도 국가도 중요성을 망각하게 된 상황 일본인의 현재모습이 좋은 예라고 할까?


경영의 성공 교과서로 자주 회자되던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세기의 탈주극을 연출하게 된 이면에 숨어있는 일본 검찰의 인질사법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보면 국민의 이익과는 동떨어진 검사만을 위한 권력체계가 낳은 사법체계의 고착과 불합리성이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전체주의 적인 성격이 짙으면서도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혼재된 사회 모습도 일본의 변화와 활력에 한계를 주는 이유다.

자신과 집단을 동일시 헤야 하고, 개인의 일탈만이 일부분 허용되는 사회, 얼마나 피곤한가?

이 녀석들이 우리에게 뿌려 놓았던 억압의 씨앗을 군부가 악용했던 한국의 20세기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그 상태로 2021년을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오늘에 사회의 역동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 오후 6시가 되면 볼 일 급해 화장실로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태극기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돌리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위대한 국가에 충성을 다짐해야 했던 대한민국을 지금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국회의원을 세습으로 물려받는 쉽게 이해가지 않는 정치 구조가 사실 일본이라는 선진국이 몰락해가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려 8년이라는 장기집권을 달성하며 아베노믹스라는 경제부흥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하던 수상의 여러가지 비리가 아직도 조용히 묻히는 사회.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내는 국민적인 저력이 있던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사회가 가지는 한계성은 변화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DNA로 세습된다.

현직 수상의 비리를 파헤치는 주제의 실화 영화 주인공을 모두가 고사해 시나라오까지 바꾸여가며 한국 여배우가 출연하는 사회의 심약함은 우리에게는 고맙기만 하다.


일본이 자랑하던 강점인 경제와 문화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회사 옥상에 신사가 차려져 있고, 직원들을 위한 회사묘까지 마련해가며 회사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직원들을 보살피고, 직원들은 회사에 충성을 다한다는 “같이 간다”는 일본식 기업문화는 불황의 늪에 들어서서야 허상이었음이 드러났다. 더이상 밤새워 일하며 노동법 따위는 내다버린 근로자들이 이제서야 개인의 삶이라는 데 눈을 뜨기 시작한다. 결국 극악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갈아 넣어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더 이상 강요할 수 없는 기업구조 변화는 경쟁력 약화와 창의력 부족이라는 늪에 물거품이 되었다.


오리지널이 없는 문화.

헐리우드 명감독들이 오마주하던 일본 거장 감독들의 명성이 반세기가 흘러 대한민국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현실은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고, 나름 일본영화의 독창성을 좋아하던 내게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천국에 매몰되어 흥행성 있는 작품이 아니면 시작도 못하는 일본 영화판의 몰락은 그나마 자유와 창의성이 넘치던 영역까지 경직이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본이 망국의 길로 걸어간다고 박수치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미운 건 미운거고 저들이 어느 정도 경제적 문화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도 팔아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적자무역을 역전시킬 상황인데 망해버리면 어떡하나?

그리고, 우리가 우습게 생각하더라도 저들은 아직 세계경제대국 3위라는 사실까지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변화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여기에 고령화와 갈라파고스화의 단점들이 결합하여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있지만 근현대사에서 세계를 호령하던 승리의 경험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일본의 숨어있는 힘이다. 핵폭탄 두 방에 나가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항공모함을 1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나라라는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


체계적이고 역사적 관점을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과 사회, 그리고 국민들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해낸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만의 위기를 키우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찰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저들의 간악함을 잊지 말라고 했 듯, 우리의 힘을 키우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수백 년 동안 육지로의 진출을 갈망했고, 다시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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