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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Aug 23. 2021

[서평] 제프리 삭스의 “지리기술제도”

인류의 커다란 발자취를 이끌어낸 원동력을 찾아서

제프리 삭스의 “지리기술제도” – 인류의 커다란 발자취를 이끌어낸 원동력을 찾아서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을 배울 때 궁금했다.

왜 신대륙이지, 이미 있던 땅이고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이미 살고 있었는데.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던 역사의 기술은 역사의 흐름 속에 고통을 받았던 대한민국의 세계사 책에서도 신대륙이라는 명칭을 보아야할 만큼 의식이 깊은 곳까지 박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프라 삭스의 신작 "지리 기술 제도"는 이런 측면에서 조금 더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대목을 이 문장으로 뽑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노예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내전까지 벌여야 했던 나라는 전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

차르 치아하의 러시아도 농노해방령을 반포하던 시기에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는 노예제로 인한 내전에 돌입하였고 결과는 북군의 힘겨운 승리로 끝났지만 차별과 편견은 세기를 넘어 2021년까지도 남아있다.


역사의 비약적 도약을 세계화로 표현한 저자는 다섯가지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방대한 역사의 서술에서 찾아내고자 한다.


전 지구적 규모의 변화를 촉진하는 주된 힘은 무엇이고, 지리, 기술, 제도는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까?

한 지역에서의 변화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힘은 무엇이고,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전 세계의 상호의존에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세계화의 각 시대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 오늘날 주어진 과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제프리 삭스는 세계화가 자연지리, 인간의 제도, 기술적 노하우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결국 전세계가 글로벌 협력을 해야 하는 분야는 코로나같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위시한 수많은 과제들이고 과거의 차별적이고 불공평한 국가와 인류의 불균형시대가 평등의 시대로 변화된 만큼 더욱 현명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듣고 싶어 한다.

책의 전반적인 관전 포인트는 인류의 생산력 문제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인간의 생산력 증대는 매년 미미한 수준의 성장을 이루었지만, 제임스 왓트의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은 그래프 상의 충격적인 상승곡선을 보여주게 된다.

각 시대별로 인류의 총 인구수, 도시화 비율, 1인당 전세계의 생산량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이 숫자가 바로 인류역사의 화려한 발전임을 대변한다.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리고 일부는 지금까지도 농산물 수확량이 적어 식량부족과 대규모 기아를 겪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심지어 프랑스가 그토록 자랑하던 대혁명의 근원도 결국 세금 수탈로 인한 기아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이러니까지 말이다.


지리의 경제적 중요성은 변화하는 지식과 기술에 의해 끊임없이 다르게 규정되었다. 

산업혁명 이전의 세계화에서 지리적 문제는 절대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온대, 열대, 건조, 고원지대와 극지대, 한대 이렇게 5가지 기후분포에 의한 인구의 생산력 문제나 국가의 흥망성쇠를 생각해보면 이는 뚜렷해진다.

해안가에서 멀어질 수록 생산성이 늦어졌고 종국에는 산업화도 늦어진다.

러시아가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어도 후진 농업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바가지 물을 하늘에 흩뿌리면 바로 얼어버리고 이웃집에 곰이 사는데 증기기관은 무슨.....


7번의 세계화 과정에서 아무래도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제국주의가 팽창하고 이 와중에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산력이 대폭 증가된 2개의 시대이다.


유럽이 전통적인 강국인 중국과 인도를 위시한 아시아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식민지화가 가능했던 여러 조건들, 그리고 분명 우위를 지니고 있었지만 종국에는 바다의 중요성을 간과하면서 몰락의 길을 가는 중국의 모습은 지금까지 대항해시대만을 집중 조명하던 책들이 가볍게 지나가던 패자의 모습도 객관적으로 서술하여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콘트라피에프 파도로 표현되는 기술의 파도가 전세계의 모습을 바꾸는 과정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명확한 시대구분과 동인을 제시하여 귀에 쏙쏙 들어오는 부분이었고 바로 이 대목이 인간의 비약적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챕터에서도 아시아 3개국인 중국, 인도, 일본의 달랐던 산업화의 모습, 그리고 끝없는 식민지와 노예 수탈의 길을 걸었던 아프리카에 대한 설명으로 불균형한 모습의 세계를 서술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7번째 세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은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위시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을 독려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의 시대에서 발전하는 기술과 이를 보완하고 독려하는 제도의 재정립이 미래의 강국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잡느냐의 갈림길이다.

전세계 유례 없는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대로 도태되어 사라질 것인가,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한 새로운 발전을 기약할 것인가?

한국인들에게 역사적 사명으로 부여된 선택의 길은 결국 저자가 제시하는 지리, 기술, 제도의 안정적인 구축과 산업혁명 같은 기술 대변혁으로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인류 역사의 숨가쁜 변화의 현장을 지루하지 않고 탄탄한 번역으로 체험할 수 있어 책읽기가 정말 즐거웠다.

앞으로도 우리의 과거를 미래와 연결시키는 혜안과 지혜의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은 두 배 분량으로 나중에 개정된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을 듯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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