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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Aug 28. 2021

[서평]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코로나 시대에 살펴보는 인류가 겪은 10가지 팬데믹의 악몽

코로나 시대에 살펴보는 인류가 겪은 10가지 팬데믹의 악몽, 그래도 역사는 진화한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 코로나 시대에 살펴보는 인류가 겪은 10가지 팬데믹의 악몽, 그래도 역사는 진화한다.


아주 작은 단초 하나가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어 버리는 케이스는 너무 많이 존재한다.

과거의 이야기인 데도 놀라운 변화의 촉발이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의 파장이 알 수 없는 미래라는 시간적 불안감이 더해지며 두려움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우한이라는 지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이 2년이란 인간의 시간을 잠식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천공항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던 내 경우, 실적하락을 걱정하는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3-4개월이면 끝나지 않겠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고는 했다.

그런데 결과는.

2020년 말까지 팬데믹은 안정화되지 않으며 사회의 구조와 산업의 편재를 바꾸는 2년 가까운 시간 속에 진동의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백신으로 한 숨 돌리나 했더니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그나마 전세계적으로 통제를 제대로 했던 대한민국이 하루에 2000명 환자 발생하고 있는 수준이니, 초반 문제의 발단이 된 중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의 형국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직도 마스크 쓰는 행위에 반발을 일으키는 서구 쪽 사람들이 분명히 바이러스 전파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에는 귀를 막고 개인의 자유만을 외치고 있는 상황은 사태의 끝을 짐작키 어렵게 한다.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전염병의 역사적 사례는 자주 언급되었고 특히 페스트가 유럽 전체의 역사를 뒤흔들었다는 사례는 잊을 만하면 언급되는 역사적 한 페이지가 되었다.

1330년 원이 지배하던 중국에서 페스트는 그때도 거기서 시작되었다.

몽골제국의 영토확대는 바이러스에게도 길을 터주었고 1346년 크림반도에서 시작하여 시칠리아 섬을 정복한 감염병은 영국을 초토화시키며 불과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럽인구의 1/4~1/3을 무덤으로 몰아넣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감염병의 역사로 기록된 엄청난 재앙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팬데믹을 불러일으킨 질병의 원인과 전파양상을 통해 미래의 재난을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경제사회적로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페스트가 없었다면 구텐베르크가 촉발한 금속활자와 출판보급이 변화, 루터의 종교개혁, 수많은 걸작과 인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던 르네상스 사조, 종국에는 인류의 가장 획기적인 변곡점이 된 산업혁명까지 영향을 끼친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는 페스트를 위시한 인류의 치명적인 죽음을 몰고왔던 10가지 감염병의 역사적 발자취와 의학적 접근,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사를 읽는 방법과 재미를 특정한 테마로 엮어내고 있는 시리즈는 몇 가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 - 몇 가지는 처음 들어보는 이슈를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잘 엮어 우리에게 친숙하고 재미난 역사공부의 묘미를 알려주고 있는 시리즈다.

일본에서 출판된 시리즈몰이다 보니 일본 사례가 생소하고 여기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이질감도 약간 있지만 이 정도는 불가피한 부분으로 건너뛰기 해도 좋다.


과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전염병 10가지에는 어떤 것들이 선정되었을까?


-앞서 설명한 유럽 근대화의 불을 붙여버린 페스트

-1차 세계대전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게 된 인플루엔자

-19세기 유럽의 도시 환경과 위생상태에 대한 경종을 울린 콜레라

-세계대전의 향방을 바꾸었던 말라리아

-백년 전쟁의 판도를 바꾼 이질

-산업혁명의 어두운 결과물 결핵

-스페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말살시킨 의외의 결과, 천연두

-파나마 운하개통사업을 방해했던 황열병

-나폴레옹의 러시아원정을 실패하게 만든 티푸스

-가짜 특효약이 넘쳐났던 매독

황열병 빼고는 우리에게 많이 익숙했던 감염병이고 사실 병명만 들어도 인류사를 한두 번 크게 들었다 놨다 생각해도 하나도 이상할 거 없는 가공할 만한 화력을 가진다.


특히 아메리카의 한적하던 원주민의 삶을 지옥으로 몰고간 게 단순한 제국주의의 무기뿐 아니라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천연두라는 질병이었다는 사실은 정복자의 입장에서는 불로소득이었고, 피정복자에게는 신에게 저주를 퍼부어도 시원치 않을 억울함이다.


지금은 독감 이란 약간은 만만한 이름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의 위력은 생각보다 큰 사실에 놀랐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를 괴롭혔던 대표적인 감염병이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점막감염이라는 사실은 1933년이 되어서야 밝혀진다. (일본인이 최초 발견자라는 주장도 실려 있는데 이건 검증이 좀 필요할지도.)

코로나 관련 뉴스로 많이 언급되는 20세기 인플루엔자 팬데믹은 총 3차례 있었다.

-1차세계대전 중 "스페인 독감"

-1957년 홍콩에서 출현한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스페인 독감과 홍콩 독감은 많이 알려진 사례인데 스페인 독감은 실제 첫번째 발원지가 스페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미국 또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세계대전 포화 속에서 언론 검열에 따라 쉬쉬하던 감염병의 확산이 중간지대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던 상황에서 언론통제가 없던 스페인에서 처음 대중에게 알려지며 지역 명칭이 붙어진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 2015년 이후 차별과 악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종 전염병 이름에 국가명이나 지명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코로나를 정치적인 의도로 "우한"이란 지역을 붙이는 건 정서적으로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예의는 아니라는 설명이 된다.

어쨌든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인플루엔자의 유행은 미군의 유럽 전장 이동으로 급속히 확산되었고, 독일까지 번져버린 덕에 독일의 제정이 무너지는 결과까지 이어진다. 1918년 바이마르 공화국이 수립되고 같은 11월 연합군 진영과 휴전협정체결이 이루어진 원인 중 하나가 독감이었다는 사실은 세계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막스 베버, 구스타프 클램프 같은 유명인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다. 

당시 세계 총인구 18억명 중 5000만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이는 2.8%에 해당한다.


콜레라는 인도 갠지스 강의 더러운 물에서 시작되었다.

강물을 신비스러운 효능이 있다고 생각하여 목욕을 하고 마시기도 하는 인도인들의 오랜 관습은 풍토성 감염병이 시작되는 비극적 상황에 몰리게 하였으며, 무역이 발달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활발해지며 지역적 한계성을 뚫고 전세계로 퍼져갔다.

총 7차례 팬데믹 상황이 되었으며 공중위생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결과를 낳았다.

더운 지역 하면 바로 떠오르는 말라리아는 지금은 클로로퀸이나 퀴닌 같은 특효약으로 치명률은 많이 떨어졌지만 지금도 해외여행 나갈 때 챙겨야할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결핵, 에이즈, 말라리아를 3대 감염병으로 규정한다.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질병은 "매독"이었다.

지금 여러가지 치료법으로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게 되었지만, 의외로 어두운 면에서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무서운 병이기도 하다.

수은 치료 같은 끔찍한 치료법이 유행한 덕에 우리는 천재 음악가 중 한 명인 슈베르트를 잃었고, 스메타나와 니체도 희생자가 되었다.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입되는 유창목이라는 나무진액이 특효약으로 소개되며 푸거 가문은 돈방석에 올랐지만, 가짜 약이었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매독이 치명적인 전염병이었음을 반증하는 황당한 사건이기도 하다.

플레밍이 1928년 개발한 페니실린은 그나마 인류를 매독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매독에 걸리면 "좀 놀아본 남자"라며 은근히 훈장처럼 바라보던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모습은 질병의 치명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치명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다.


아직도 코로나라는 새로 등장한 감염병에서 인류는 평화를 얻지 못했다.

마스크나 집합금지 등의 행정명령만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사회적 반항아들은 어느 상황에서도 한 두 명 꼭 존재한다는 화나는 상황도 우리는 경험했다.

하지만, 다른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21세기의 코로나는 사회와 비즈니스 구조는 물론 혼술, 혼밥이라는 소박한 사회적 파장까지 일으키며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비대면이라는 속성을 자연스러운 인간의 활동영역으로 포함되게 만든 것 역시 앞에 인류를 괴롭혔던 다른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제도의 보완 같은 부분적인 긍정성과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인간은 항상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직면하여 정면돌파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하지만 긍정적인 인간의 속성 이면에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무개념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소수의 사회 낙오자들은 질병이라는 파고 속에서도 자신만의 서핑을 타려고 무모한 시도를 할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도태되고 무기력 해져도 마땅하다.

10가지 전염병에서 인류가 겪은 고통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똘똘 뭉 친 개인과 집단의 고집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사례도 많이 숨어있다.

세상에 순수 자연재해는 극히 제한적인 횟수이다. 모든 팬데믹에는 사람들의 과오도 숨어있으며 의도된 실수도 숨어있을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은 고통받고 소수는 발 빠른 시대적 대처로 부와 명예의 기회를 쥐어 잡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전염병은 인류를 괴롭히며 역사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다.


치명적인 감염병과 그로 인한 세상이 변하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책 여행을 만들어 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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