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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Sep 21. 2021

[서평] 브랜드의 비밀

코카콜라 브랜드의 역사와 세계화, 진통과 불안한 미래

브랜드의 비밀 : 코카콜라 브랜드의 역사와 세계화, 진통과 불안한 미래


코카콜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단연코 이 네 글자이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요즘도 가끔 80년대 일본 버블시대의 코카콜라 광고를 보면 촌스러운 패션 느낌은 들지만 자유롭고 풍요로 왔던 일본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광고인 동시에, 그런 세상을 리딩하는 멋진 젊은이들이 선택한 음료가 바로 코크라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확실히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판 리메이크 버전도 당시에 엄청난 반항을 일으켰었고 바로 이런 부분이 코카콜라 마케팅의 강력한 힘이다.)

많은 과거의 브랜드들이 시대변화를 못 버티고 도태되어 갔다.

가장 충격적인 몰락은 코닥필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해 놓고도 기존 사업의 잠식을 우려한 소극적 움직임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브랜드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브랜드의 생명력이 단축되는 상황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오랜 시간을 살아남은 브랜드의 지속성에 대한 노력도 많이 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개그 릴로 등장했던 사과농장에 대한 투자 이야기는 지금 시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감독이나 관객이 그 때 애플 주식을 샀어야 했다.

그런데 다른 브랜드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는 브랜드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자 궁극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코카콜라다.

건강에 대한 우려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음료는 아직도 건재하고 오늘도 수퍼마켓에서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독보적인 상품과 그 어떤 회사도 따갈 수 없는 브랜드 관리와 가치증대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때로는 탐욕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보적인 경영기법의 적용으로 볼 수도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의 경우 독보적인 자사의 상품은 가급적 직접제조의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품질 관리 이상 중요한 부분이 생산라인을 누출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코카콜라는 정 반대의 전략을 취한다.

보틀러라는 세계 각지의 파트너 또는 종속된 회사들을 지배하며 생산은 그들에게 맡기고 본체의 기업은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그리고 제조비법 등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신발업계를 대표하는 나이키와도 비슷한 행보일 수 있지만, 지적재산권과 하청기업들에 대한 능수능란한 다룸을 보면 또 많이 다른 운영방식 차이를 알 수 있다.

상표권, 저작권, 특허 등은 보틀러들을 강력한 통제할 수 있는 기법인 동시에 생산권을 이전할 때 지분에 대한 참여와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통해 확실한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

2000년대 접어들며 시련이 닥쳐온다.

기술적 변화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고생했던 것과는 다른 식의 위기였다.

비만, 당뇨 등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코카콜라가 지목되었고, 콜라와 단짝인 패스트푸드 역시 공격을 당하게 된다. 식품산업은 점차 소비자의 높아지는 눈높이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고 생산과정의 오염문제까지 불거지며 휘청거리는 상황에 다다른다.


이 상황에서 코카콜라는 CSR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교육기관의 설립이나 주민 지원 등의 마케팅 활동을 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여주기 식 기업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해왔으니까.


보틀링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독특한 생산체계다.

생산을 위탁하되 철저한 업무분장과 시스템 장악을 통해 단순 하청 수준을 떠나 내 수족과 같은 외부의 공급망을 만들어낸 셈이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이런 관계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정교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시스템은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빠른 확장과 성장을 일구어 냈고, 생산비에 대한 부담을 외재화하여 현금흐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철저한 보안을 기반으로 음료 시럽과 원액을 공급하였고, 브랜드와 프랜차이즈에 대한 권한, 기술과 판촉, 홍보를 아우르는 중앙집권적 마케팅은 최첨단 자본주의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겪어오던 지역의 특수성을 철저한 관리와 지배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만은 대그룹들의 착각이며 때로는 심각한 결말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에 봉착한다.


우리나라는 코카콜라 코리아가 모든 일을 하는 것 같지만, LG생활건강이 보틀링을 하고 있다. 눈에 안보이는 음료시장의 전쟁은 롯데와 엘지의 싸움이다. 그만큼 보틀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경쟁은 가격적인 혜택을 고객에게 주고 있지만 막강한 시장지배력은 코카콜라 가격이 매년 인상되는 불신을 소비자에게 던진다. 덕분에 펩시를 생산하는 롯데는 다양한 판촉과 세일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보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콜라를 멀리하고 있지만 기왕에 먹는다면 코크를 선택했지만, 요즘은 고민을 해야한다. 그만큼 코크의 가격인상 폭은 폭력적이다.

코카콜라는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을 넘어서는 브랜드를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 브랜드 콜라도 비닐 패키지 포장에 넣어 - 한약 포켓처럼 - 판매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콜라를 선보이는 장인도 있지만 이건 어쨌거나 매우 작은 영역일 뿐이다.

하지만 실패를 한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도 시장에서 코카콜라는 심각한 실패를 경험한다. 일찍이 그들에게 한번도 닥치지 않았던 시련이다.

아직도 혼돈의 경제상태로 외국 브랜드들의 무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도 시장에 그들은 너무 빨리 진출했다.

갠지스 강의 세균투성이 물로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인도인들에게 코크가 너무 빠르게 진입되었다는 이야기는 책을 보면서도 믿기 힘든 사실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콜라병이 돌아다니니 말이다.

하지만, 사회적 정치적 조류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채 실패를 경험한 코카콜라는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재도전에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세계적인 확장을 꾀하는 브랜드가 상품의 우수성과 전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흡수하더라도 국가적 특수성과 사회적 용인적인 면에서 뜻하지 않는 갈등을 일으키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 해당 국가의 국민성이나 역사적인 내력, 그리고 상품 자체의 특이성들을 모두 고려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수많은 서방 대기업들의 시련이 시작되는 요즘의 상황을 보면 더욱 이런 심증은 강해진다.


개인적으로 코카콜라는 인생 음료였다.

한참 시절에는 콜라 1.8리터를 옆에 끼고 게임을 하느라 또는 축구경기를 보느라 한밤을 하얗게 샌 적도 많았다.

모든 식사의 친구는 코크였고, 술을 진탕 먹고 소화가 안될 때 코크는 원래 출신의 비밀 답게 소화제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가며 여기저기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며 탄산음료의 해약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고 요새는 치킨 주문하면 따라오는 콜라가 한 달 이상 냉장고에서 개봉도 안되고 놓여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코카콜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앞서 설탕에 대한 중독을 화려한 마케팅과 시장장악력, 그리고 코크 중독을 통해 해결했던 다국적 기업은 시대의 변화에 그들의 브랜드의 가치와 비밀을 계속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한 부분이 이런 호기심이었다.


아직도 한 잔 입에 대면 끝내주는 코크의 마성, 그런데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은 부모의 마음이 유행이 되는 건 아닐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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