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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Oct 23. 2021

[서평]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1600년 기대수명 고작 30세, 인류를 위협했던 질병과 사고에서 찾은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 

1600년 기대수명 고작 30세, 인류를 위협했던 질병과 사고에서 찾은 치열한 생존의 역사와 데이터의 활약상


 



우연하게도 이 책을 손에 들자마자 코로나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직장 동료가 확진자가 되었고 날짜를 이틀 전으로 돌려보니 점심식사를 바로 앞에서 한 사람이 나였다.

다행히 식사 중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비좁은 식당이고 가림막도 턱 보다 낮게 설치되어 있어 충분히 위험한 상황.

2차 백신 완료 후 1주밖에 지나지 않은 것도 불행이었다. 영락없이 열흘을 방에 갇혀 지내야 했다.

그나마 화이자 백신의 돌파감염율을 보면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도 했지만, 확진 될 경우의 후폭풍 - 건강, 가족, 직장, 사회적 네트워크, 집 소독 뭐 하나 쉽지 않다. - 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행히 별 증상 없이 마무리되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세계적인 팬데믹을 몰고온 코로나에 가장 가까이 노출되었을 때의 공포는 예상보다 컸다.


근 2년여 동안 다양한 질병과 펜데믹에 대한 역사를 다루는 책이 출판되었고, 나 역시 몇 권을 볼 기회가 있었다.

중세의 막을 내리게 만든 흑사병과 세계대전 속 혼돈을 일으킨 스페인독감, 그리고 위생적인 환경을 자각하게 만든 콜레라 등 인간의 역사를 위협했던 수많은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좀비 물에 열광하며 화면에 흩뿌려지는 잔인한 장면과 깜작 놀라는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해 언젠가 인류의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을 영화의 해피엔딩으로 치유하려는 무의식적인 결과는 아닐 까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천연두, 독감, 콜레라, 패혈증 같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질병과 함께 우유와 수돗물, 그리고 각종 의약품과 자동차 같이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인한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특히 책 전반적으로 기대수명에 대한 통계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고 있는데, 숫자나 그래프가 재미를 위한 요소는 아니지만 과거와 현재의 비교되는 격차는 흥미를 자아낸다.

160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인의 기대수명은 30세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5년을 들여다보면 80세라는 나이와 대면하게 된다.

400년 동안 지지부진한 개선률을 보이던 생명의 기간이 놀랍도록 비약적인 발전을 해낸 것이다.

여기에 공중보건과 의학계의 발전이 있었고, 생명연장의 꿈이 가능한 기반으로 통계와 숫자가 중요한 역할을 해내게 된다.

인구와 사인의 역학관계에 대한 행동을 시작한 존 그란트 John Graunt가 역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위기를 극복하는 역사에 있어 "네트워크의 힘"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천연두를 극복하게 만든 시골의사 에드워드 제너의 천재적인 발견의 순간을 역사교육울 통해 들어왔다.

소젖을 짜는 시골 아낙네들은 상대적으로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우두의 고름을 8살 어린이에게 접종하여 자신의 가설을 증명했다. 종두법의 탄생이다.

이로 인해 인류는 혹독한 천연두의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특히 어린 자녀들을 죽음으로 정신적 폐허를 경험하던 부모들의 희망이 되었다.

작가는 이 장면에 주목한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이 한 순간의 영감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듯, 제너의 종두법 발견은 그만의 독창적이고 번뜩이는 천재성 넘치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약한 병균을 미리 집어넣어 예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든다는 개념은 이미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행해지던 치료법이었고, 다양한 인물들에 의해 가능성과 실험에 대한 열망을 유럽 의료계가 받아들이게 만든 여러 숨은 공로자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질적으로 터키에서 인두접종을 유럽으로 전파시키는 역할을 한 메리 몬터규라는 여인은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자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맥을 활용하여 전파하는 촉진자의 역할까지 해냄으로써 다수의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종두법을 발명하기 위한 과정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게 촉진시켰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된 성공스토리를 좋아하고 그런 역사가 더욱 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려한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수많은 스텝이 땀방울을 흘려야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듯, 인류를 위협하는 다양한 위기상황을 구출하는 것 역시 많은 네트워크 상의 조력자들의 힘이 모아져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1869년 8월 31일 아일랜드의 귀족 과학자 메리 워드가 증기기관 자동차에 의해 목숨을 잃으면 인류 최초의 교통사고 사망자로 기록된 이후 인류에게는 스스로 만든 기계에 의한 죽음을 주요 사인의 목록에 올리게 된다.

자동차뿐이겠는가, 비행기, 기차, 가스, 건축물.

문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건강해진 삶이 우리를 환대했지만, 기계와 도시화로 인하 새로운 죽음의 그늘이라는 양면성도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이 점에서 중요하게 주목해야할 부분을 주장한다.

우리가 건강이나 진보에 대한 생각을 데이터를 통해 바라볼 때, 두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는 과거의 추세를 연구함으로써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사항에 대해 배운다.

둘째, 현재의 조치들이 당장 효과를 발휘하지 않더라도 그 조치에 내재한 잠재력을 고려하여 제대로 효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데이터가 기대수명을 높이는 관찰의 도구로 업적을 남긴 만큼,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문제에 대한 대안들에 대한 관찰로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사망에 이르렀지만, 여러 회사들의 노력으로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오늘날의 우리를 바라보며 이 지적은 정확하고 명확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결과만 생각하고 영웅을 희망하지만, 그 뒤에 숨은 희생과 참여자들의 값진 기여가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남은 생존력의 원칙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템즈 강 주변을 걸으며 산책하는 제방들이 사실은 그 옛날 콜레라도 죽음이 만연하던 런던의 오염된 하수공사를 위한 시설이었다는 이야기에서 인류의 진보는 작은 땀방울과 누적된 지혜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던져준다.


이 책을 통해 통계와 관찰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과학은 물론 사회과학에서도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이면의 놀라움도 경험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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