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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Nov 06. 2021

[서평]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공간은 변화하며 우리를 끌어들인다. 매력적인 도시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공간은 변화하며 우리를 끌어들인다. 매력적인 도시 공간 가이드


 


 


이 글을 쓰는 오늘부터 위드 코로나의 1단계가 시작됐다.


2년여 우리를 공포와 무기력의 그늘에 몰아넣었던 팬데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그동안 시간제한 또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처참한 상황까지 몰렸던 오프라인 공간이 새로운 활기를 띄어 가리라 기대된다.


밤 10시면 문을 닫던 카페와 술집은 손님들로 늦은 밤까지 북적이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것이다.


나홀로 영화보기가 가능했던 극장에는 이터널스의 개봉으로 많은 사람들이 손에 팝콘을 들고 찾아온다.


시들었던 오프라인의 공간이 활기를 가지고 우리 곁에 다가온다.


 


하지만.


코로나는 많은 이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과거에 우리에게 친숙했던 공간은 더이상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집에 쳐 박혀 새로운 놀거리를 만들었으며, 혼자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깨달어버렸다.


기존 오프라인 공간 기획자들은 과거의 망령 속에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고객의 생각과 트랜드에 맞는 공간의 변화를 통해 기존과 다른 포지셔닝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브랜드에 열심인 기업들의 발걸음은 이미 분주해졌지만, 일반 소상공인들의 호주머니는 비어 있고 피폐해진 몸은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버겁다.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상황도 아니고 그럴 예산도 녹록치 않다.


 


결국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스스로 해야 하며, 비용과 노력에 따른 고통을 짊어질 수 있는 이들만이 새로운 세계에 안착하는 힘든 시기가 새롭게 열린 셈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는 과거의 방정식이 아닌 새로운 공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책을 들여다보면, 공간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고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활성화시켜 감동적인 보답을 주는 놀라운 장면들을 마주한다.


기존에 가진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 그래서 돈은 벌 수 있을까? - 라는 의구심과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라는 놀라움, 그리고 기발한 생각의 전환으로 생기는 활기참이 가득하다.


많은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미래의 공간역할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접근이지만,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은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실험들은 투입자본이나 브랜드의 영향력과는 상관없는 노력과 생각의 전환으로도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앞서가는 이노베이터의 놀라운 선행결과들을 모방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공간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컬러풀한 사진과 비즈니스와 감성을 꿰뚫는 시선으로 써 내려가는 문장들은 공간이 주는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키며 근처를 지나면 꼭 한번 들려봐야겠다는 다짐을 듣고 싶어한다.


 


레이아웃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모듈형 테이블은 코로나 시대에 등장할 법한 아이디어다.


기존에 호프집에 단체로 가면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끌어 모아서 단체석을 만들어내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가구 자체가 모듈형으로 분리-합체가 가능하다면 공간 효율적인 면은 물론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에도 유리하다. 다만 모듈형 가구들의 조잡한 외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일 수도 있다.


 


제한된 인원만 모일 수 있는 거리두기 단계에서 인기를 얻은 프라이빗 공간은 기존에도 일부에서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작은 모임이 선호되는 변화된 트랜드에는 딱 들어맞는다.


블루보틀 삼청 한옥 같은 샵은 꼭 한번 들려보고 싶다. 오마카세 같은 은밀하고 친밀한 식사와 휴식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물론 이런 모습은 식도락의 양극화 - 프라이빗과 혼밥/혼술 - 같은 상반되는 문화의 분리된 형태의 발전이라 궁금증을 크게 한다.


 


스타벅스가 시도한 딜리버리 전문점과 테이크아웃을 분리한 공간의 역할 분담은 앞으로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드라이브 인 같은 형태의 샵이 인근 도로의 교통체증을 유발시킨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다양한 포맷으로 고객의 니즈를 흡수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많은 화재를 몰고 오픈한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은 동종업계 담당자들에게 충격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던져주었던 사례이다.


점점 오프라인을 외면하는 고객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에서 시작된 고민이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서 리포지셔닝을 실현해낸 케이스다.


그 이후 백화점과 쇼핑몰들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는 근원적인 질문을 지울 수는 없다.


공간의 근본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쇼핑과 휴식이 결합된 모습들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들에게는 지루한 모습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 다음 스텝을 또다시 고민해야 하는데, 어쨌거나 백화점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매출에 대한 담보가 될 까라는 질문이다.


단기적인 이슈와 매출 상승은 이미 증명되었지만, 계속 변화하는데 수반되는 비용과 매출의 상관관계가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없기에 계속 변화해야 하는 숙명의 오프라인 매장의 서글픔이 느껴 지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의 공간에 대한 고민들은 브랜드를 전면에서 내세운 공간 혁신인 아모레 성수, 시몬스 테라스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피해갈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한동안 집이라는 공간에서 살아오면 익숙해진 고객들은 나름대로의 삶의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높은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충분히 집 안에서도 즐길 수 있기에 외부의 공간이 기대 이상의 흥분과 휴식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쇼 그루밍은 일부 예외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대세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공간에 대한 투자는 어쩌면 무제한 투자만 강요받는 하마의 모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본질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고객제안이 멋들어진 인테리어만큼의 폭발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떤 비즈니스도 공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소상공인들은 점점 초라 해지는 공간의 디자인 측면을 만회할 수 있는 본질의 차별화를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숙제를 부여받았다.


사실 이 영역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재래시장 활성화에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보면 더더욱 시급함이 느껴진다.


 


책 한 권을 통해 대한민국 공간들이 시도하는 다양한 실험과 성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몇 권 유사한 책들에 비해 매력적인 공간을 제대로 선정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진정으로 머물고 싶은 공간의 전형은 무엇인가 다시금 상기시키는 기회였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시 여행가이드를 한 권 구매한 느낌도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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