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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Nov 14. 2021

[서평] 만들어진 진화

인간이 꿈꾸며 만들어온 생물학적 이상향을 찾아서

만들어진 진화 : 인간이 꿈꾸며 만들어온 생물학적 이상향을 찾아서


- 하고 싶은 일 굉장히 많죠. 나이는 먹어가는데.... 제대로 다 해볼 수나 있을까 모르겠어요.


일단 긍정적인 자세다.

시간 때우는데 허송세월하기 보다는 새로운 무엇, 의미 있는 무엇을 배우고/경험하고/이야기하는 행동. 

시간을 채워 나가는 모습이야 말로 박수를 받아야 한다.

삶의 종착역인 죽음이라는 - 소멸이라는 유한성은 우리의 시간과 노력이 절실해야만 하는 이유를 부여한다.

진시황이 세상 없을 권력을 다 휘어잡고도 죽지 않고 영생하기위해 그토록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던 모습이 이해 가기 시작한다면. 

이제 늙은 거다.

빈둥거리며 하루 일과 멍 때리던 시절, 5시 반부터 6시 땡 퇴근 시간 재기, 휴가 시즌만 기다리는 6월의 하루들

이런 일로 직장의 시간을 쌓아갔다. 

시간이 덜 소중하다고 생각할 때, 함부로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흐물흐물 거린 후회가 살아나는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거울 속 모습에서 주름살이 늘어가고, 머리를 단정하게 이발했는데 삐쭉 흰 머리카락.

어, 갑자기 아이패드 글자가 흐리게 보이네.

기분 좋은 아침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노화"가 불쑥 방안으로 들어와 당황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긍정적인 태도와 삶의 진지함이 텔로미어라는 우리 생명을 관장하는 조직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발견이다.

사화생활과 가정의 스트레스와 무너지는 감정이 조절된다면 생명을 주관하는 세포들에게 노화를 더디게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에서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여 설명을 풀어가니 가능한 주장이기도 하지만, 세포가 시간에 따라 주름지고 기운이 없어 지는게 몸이 아픈 거라는 우울함이 섞이는 과학적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노화의 유형을 살펴봐도 파괴의 연속이다. 

DNA와 미토콘드리아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퇴행성질환을 유도하는 단백질과 노폐물들, 손상된 세포는 복구가 안되고 이에 따라 장기들은 기능을 상실하거나 저하된다. 새로운 세포분열같은 생명의 신비는 점차 활동량이 줄어들고 우리는 늙어간다고 한다.


냉동인간이 되더라도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억만장자들의 꿈은 이렇듯 인간의 수명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갈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직 이론에 불과한 과학적 빈약함에 나머지 인생을 저당 잡힌 사람들이 실제로 꽤 많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기도 하지만.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실행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몸 안의 피를 모두 뽑아내고 냉동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액체를 집어넣어 영하의 온도에서 얼려진 사람들.

그들의 치료 불가능한 병이 정복되고, 해동되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의 과학기술이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웹툰에서 몇 만 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미래에 깨어나 완전히 변해버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일단 냉동인간이 되고자 해도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장수를 희망하는 소망이 사실 풍요로운 문명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라는 관점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하루에 한 끼는 라면이나 국수로 먹고 싶을 만큼 "면 애호가"들이 많은데, 성인병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슬픈 사실은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다.

로마 시대에 먹던 밀과 지금 현대인이 먹던 밀의 품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혈당을 올리며 실질적으로 당뇨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옥수수, 밀, 쌀 등 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조절하는 인슐린의 운영체계에 이상이 생겨 당뇨병이 발생하는데, 농경생활이 인류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지만 건강학 적으로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사냥 대신 고기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가축을 키우면서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는 조건이 강화되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물론 여유 있는 식량생산으로 기아로 인한 죽음을 막았다는 의미가 더욱 크겠지만, 유병장수의 어려운 노년생활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어떤 포유류보다 뇌라는 기관을 풀 파워로 사용하는 만큼 신체 에너지 배분 작용으로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걸리는 인류의 비애는 차라리 애교일지도 모르겠다.

암이나 만성질환도 결국 우리가 일구어 낸 문명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야 할 반대급부인 셈이다.


과도한 영양분의 공급과 비활동성이 비만과의 전쟁을 유발하고, 인류역사상 부모세대보다 짧은 수명을 가질 지도 모르는 소아비만 문제까지 대두되는 우려는 앞서 이야기한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문명의 또다른 얼굴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커다랗고 무서운 동물로부터 집단적인 대응이 가능 해졌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개개인에게는 생명을 오히려 갉아먹는 반작용을 불러온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질병과 생명을 연장시키는 각종 과학과 의학의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유전자 가위나 줄기세포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질병을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외부에서 장기를 수급할 수 있는 경이로운 치료의 레벨상승을 가져올 수 있지만, 뒤따르는 윤리의 문제나 의학적 부작용의 불투명성을 고려할 때 쉽게 수긍할 수도 없는 일이다.

3d프린터를 통해 만드는 인공신장이나 장기들 같은 무생물에서 만들어진 대체의학은 크게 문제삼을 일이 없겠지만, 영화 "아일랜드"에서 등장하는 대체장기생산을 위한 유전자 쌍둥이들의 사육이 언젠가 허용할 수 있는 발전인가는 많은 윤리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단기 메모리 손실이 전세계 인류에게 닥치는 바람에 외부저장기기에 기억을 남기는 세계.

과연 저장된 정보가 그 사람의 본질인가를 묻는 고바야시 야스미의 소설에서 제기하는 문제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가치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휴먼을 만들어가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상은 점점 더 가속화된다. 하드웨어 적인 개선이 ai 등을 통한 소프트웨어의 파워까지 얻는다면 인간의 생명연장의 꿈을 더더욱 발전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은하철도 999에 몸을 싣고 기계 몸을 공짜로 얻으려는 이야기의 주인공의 우리 자신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가장 두려운 존재로부터 해방된다면 과연 우리는 천국의 나날을 보낼 수 있는건지?

메모리칩에 저장한 뇌를 복사한 또다른 나는 나인지 타인인지?

철학적 고민도 같이 해본다면 책 한 권을 읽어가며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긍정적이며 작은 소득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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