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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Nov 20. 2021

[서평] 둠 재앙의 정치학

인류가 겪어온 방대한 재앙의 세계사, 범인은 따로 있었다.

둠 재앙의 정치학 : 인류가 겪어온 방대한 재앙의 세계사, 범인은 따로 있었다.


2년여만에 코로나에서 한걸음 곁으로 비껴서는 일상으로 복귀.

완화된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식당이나 휴식공간들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3천명 정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 수도 500명 이상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기는 하나 미국을 위시한 유럽 등 선진국의 다시 폭발하는 코로나 확대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다.


팬데믹은 전염병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생존문제와 직결되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또다른 생존의 기로에 사람들을 내몰기도 한다.

물론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폭발적 상승은 많은 자영업자들의 죽음과는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중국에서 시작된 21세기 최초의 팬데믹은 자연재해이고 인간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될까?


전 지구적 재앙은 과거 빙하기와 운석충돌과는 절멸의 시대를 거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호칭을 스스로 부여한 이후에도 크고 작은 공포로 세상을 경직시켜 왔다.


대부분은 기상이변이나 폭우, 폭염 등 자연현상과 전염병 같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요건들이 대부분 엄습했다.

따라서 경제적 정체적 소요가 아닌 상다수의 재앙은 인간이 대처할 수도, 처리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는 다양한 재앙이 닥쳤을 때의 현상과 결과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상관관계를 찾아가면서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인간의 네트워크와 정치경제적 행동이 재난의 성격을 좌우한다."


코로나라는 동일한 질병이 우리를 엄습했음에도 한국은 인상적인 방어망을 치고 비교적 안정적인 통제속에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확진자나 사망자 수가 인구비례를 차지하더라도 끔찍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동일한 재난에 정치사회적 구조와 국민들의 참여에 따라 하늘과 땅의 간격만큼의 차이를 만든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우리가 잘 한 것인 무엇이었던 가를 생각해보면 재앙이 닥쳤을 때 대처력의 차이가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있고 팬데믹의 일정 부분은 인재가 자연재해와 혼합된 형태로 결과를 보여준다는 주장에 이를 수 있다.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로 국내외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니얼 퍼거슨”은 760페이지에 이르는 두터운 저서를 통해 인류가 겪었던 다양한 재난과 질병의 역사와 통계들이 소개하며,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사회가 어떤 작동을 하며 위기 속에서 생존해왔는지 방대한 지식의 향연을 벌인다.

따라가기 숨가쁘지만 작가가 써내려 간 역사의 호흡과 인간들의 복잡한 사회적 현상들은 가슴이 먹먹한 순간들을 창조한다.


머리가 어찔해지는 통계 숫자에서 책 읽기의 재미가 다소 떨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사건사고의 에피소드와 이로 인해 역사가 변곡점을 지나가는 현장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술술 읽을 수 있게 잘 구성된 문장과 구성으로 우리의 지식을 한껏 살찌운다.


재난이 가지는 속성은 이 책이 주는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선언문 같다.


1.재난이란 본질적으로 예측 불능이며,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2.천재와 인재로 나누는 식의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3.대부분 재난에서 가장 결정적인 실패의 지점은 명령 위계 구조의 최상층이 아니라 그 아래 어딘 가에 있다

4.병원균으로 인한 신체의 전염이 벌어질 경우 이는 정신의 전염과 파괴적인 상호작용으로 맺게 되는 경우가 많다.

5.재난은 예측 불가이므로 맞춤형 메뉴얼 같은 관료적인 행태보다는 모든 사태에 호들갑스럽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


3번은 꽤나 모호하면서도 우리의 상식을 뒤엎어 버리는데, 예컨대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의 주범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지만, 사실 히틀라라는 한 개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일이 오류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의 원수로서 모든 명령의 정점에 서있던 히틀러가 1차적인 책임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다양한 배경과 역사적 맥락에는 당시 독일인들의 의식속에 도사리던 국가적 피해의 희생양이라는 존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감당할 수 없는 보상과 이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국민적 분노는 특정 집단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초점이 맞춰지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5번 역시 우리는 똑똑히 사회가 무너지고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동일본지진이 발생하자 "메뉴얼의 국가" 일본이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된 수습을 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국가에 일어난 재앙을 전세계적으로 부담을 나누자고 자리에 누워있다. 시도 때도 없어 등장하는 지진과 태풍 등의 재해 속에서 단련된 국가의 시스템이 한순간에 붕괴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의지가 없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 전체의 재앙으로 균등분할 되어 버린다.

-가는 곳이 어디입니까? 

-체르노빌입니다.

-우리가 꼭 가야합니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습니다.

소비에트의 광산노동자들의 희생은 드래곤 킹이라는 무거운 몰락으로 인류를 잡아 끌던 흐름을 막아주었고, 이는 일본의 무능한 정치인들과 대칭점에 서있다.

재난은 세가지 동물의 형태로 등장한다.

-예견되었던 재난 - 회색 코뿔소

-막상 닥치고 나니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확대됨 - 블랙 스완

-사망자의 규모가 워낙 커서 끝장으로 몰고 가는 -드레곤 킹


다행히 코로나는 예상보다 빨리 등장한 백신과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같은 발 빠른 국가적 결정에 의해 블랙 스완 단계에서 걸음을 멈추고 있지만, 유사한 형태의 바이러스가 언제든 드레곤 킹으로 확대되어 인류에게 끔찍한 결과를 안겨줄지 알 수 없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휴먼 네트워크가 재앙의 확산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동인이 된다는 점이다.

인류가 자연에서 생존하며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된 협력과 집단이라는 메커니즘이 멸종의 위기 측면에서는 오히려 최악의 노드로 연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은 진화와 생존의 결과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촉발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우려도 살짝 들게 만든다.

"각종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는 수많은 돌파구가 생겨났지만, 세계적 차원에서의 네트워크 통합과 취약성 증가는 그러한 진보의 성과를 상쇄해버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에서 여러 챕터에 반복되는 정치적인 무능이 재앙을 키우는 사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국가와 사회라는 조직의 허망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기근은 시장의 실패와 같고 대부분은 공공근로 ,식량사재기 및 식량 투기, 금지 등으로 예방할 수 있다. 세계사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엔 기근이 발생한 적이 없음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정부는 "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또 대중여론의 비판을 받아내야 하므로 파국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실행하려는 동기가 강력하다."


국민의 상당수를 굶어 죽인 중국과 소련의 사례에서 독재자들이 지배하는 국가의 비극을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반복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우울하기만 하다.

책 말미에 코로나 시대의 결말을 저자가 예측한 대목은 어느 정도 현실과 맞아떨어지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팬데믹은 우리의 행태는 바꾸겠지만 상당수의 때이른 죽음을 막을 정도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며, 대부분의 큰 도시는 코로나의 종식을 고 할 수 없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의 불안한 여정이 시작된 지 아직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잘해온 만큼 언제는 용이 등장하는 비극적인 종말이 가능하다는 경각심과 개인 위생부터 국가의 안전이 지켜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지구가 거대한 혜성의 충돌로 비극적 종말을 어느 날 갑자기 맞게 되더라도, 인류라는 하나의 종이 이루어 낸 위대한 업적과 일원으로서 우리가 만들어낸 소중함들은 재앙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위협에서도 늘 언제나 그랬듯이 "살아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하며 글을 맺는다.

76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무려 각주 목록이 110페이지다. 

기뻐하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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