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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Nov 22. 2021

[서평] 촉 2022-2023 메디치 격년 Bienni

2년후의 대한민국, 2년후의 내 모습

촉 2022-2023 메디치 격년 Biennium 전망서 : 2년후의 대한민국, 2년후의 내 모습


12월 초가 되면 일년동안 손때를 묻혀가며 분주하게 하루를 채워가던 다이어리를 훑어보며 중요한 내용을 사진으로 찍거나 따로 오려내어 정리하는 일로 분주하다.

그 때는 맨 앞에 써놓았던 몇 가지 키워드를 쑥 한 번 쳐다보며 세상과 나의 변화가 단어의 예언대로 흘러갔는지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11월이면 어김없이 출판사 베스트셀러 상단에 고개를 내미는 각 종 트렌드 도서에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를 몇 개씩 뽑아내서 손으로 적어 놓은 1페이지짜리 요약이다.

다이어리 맨 앞에 꽂아 두면 아무래도 자주 눈에 띄게 되고 멍 때릴 준비를 하는 머리속을 한 대 퍽 치고 생각을 끄집어내는 미끼 역할을 한다.

물론 요약 페이지에서 새롭고 근사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서 실행에 옮긴 기억은 한번도 없다. 어차피 새로운 키워드는 머리 속을 떠돌기 영혼 같은 존재이기에 다이어리 한 장에 붙여 놓은 요약본에게 영광을 나눌 의미도 없다. 다만 마음가짐 문제.

한 해를 시작하며 사람들을 사로잡을 일들이 무엇일까 라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미리 정리하고 수시로 상상의 날개를 펴보겠다는 다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난도 교수의 2022년 트렌드 도서는 “Tiger or Cat?”라는 타이틀을 들고 서점가 주요 매대를 장식한다. 내용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억지로 쥐어짜내는 올해의 문장 형식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역시 사람들에게 책에 권위를 부여하고 사람들에게 트렌드라는 뜬 구름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상징적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책을 필두로 해마다 다양한 트렌드 도서들이 업종이나 몇몇 특수 분야에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2년 동안의 트렌드를 내다보는 색다른 책이 등장해서 손에 들게 되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2020년대의 사회문화 변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2년이라는 기간은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변화의 대다수가 1년 안에 끝장보는 일 극히 드물다.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하여 초기 얼리어답터들의 입소문을 타고, 대중의 주목과 열렬한 인기를 구가한 후 서서히 소멸되는 과정 전체를 살펴보는 일은 365일이라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하나의 현상이 1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사람들을 사로잡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라진 이후의 여진은 같은 카테고리에서 흔적과 새로운 기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꼼꼼함도 필요하다. 따라서 2년이라는 기간을 가지고 사회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작업은 새로운 시각인 동시에 조금 더 멀리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책에서는 크게 8가지 분야에 대한 담론으로 각 항목을 저술한 필자들의 미래 예측과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한 시선을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을 크게 뒤흔들 대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예측부터 대중문화를 위시한 K-컬쳐, 그리고 플랫폼 노동이나 탈원전 등 사회 전반적인 이슈와 예측을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과 국가의 일원으로 개인이 취해야할 나름대로의 생존전략 세우기에 도움을 준다.


그 중 몇 가지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글을 쓰는 도중 즐거운 소식이 들린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최고의 아티스트 대상을 수상했다는 뉴스,

AMA 라니!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가장 미국적이며 대중적인 인기를 거머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서는 무대 아닌가. - 그래미와는 또다른 – 발표하는 곡마다 빌보드 1위를 차지하여 국내 청소년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 버린 현실은 충격적이기만 하다.

기생충의 쾌거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빛이 바랜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차에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K”라는 브랜드로 거듭나며 과거 일본과 홍콩이 누리던 아시아를 넘어선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벌어들일 경제적 문화적 이익과 자부심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그 이상이다.

문명 발생지이자 오랫동안 세계를 주름잡던 중국이라는 대국과 개화기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의 일원이 되었던 일본이라는 어마 무시한 두 나라 사이에서 존재감 없던 한국이 이제서야 자신들의 모든 것을 세계화시키며 역사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당장 이런 눈부신 성과는 코로나 이후 침체된 관광산업에 파란불을 켜 놓았다.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당당한 문화적 유산과 K컬쳐가 대한민국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만들었고 한국어 배우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그림자처럼 드리운 기후위기, 인구절벽, 지방 소멸이라는 미래의 걱정거리가 긴 혀를 날름거리며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지만, 지금의 기회를 어떻게 공고하게 만드냐는 국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 하나의 미션이다.

정치이념에 따라 문화예술계를 두 개로 갈라놓고 지원을 끊어버리는 저열한 정치나 언론의 수작이 큰 일을 망쳐 놓지는 않는지에 대해도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김치가 자국의 음식이라고 거짓뉴스를 퍼나르는 중국이 종주국인 만두가 북미 시장에서 Made in Korea 점유율이 1등이라는 기분 좋은 에피소드도 떠오른다.)

여행과 여가의 미래를 다룬 세가지 트랜드 부분은 냉철하면서도 인상깊은 관점으로 관련 비즈니스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1.   지능적인 도시 옮기기 게임

2.   반려식물을 찾아가는 수목 인문기행

3.   한달 살기 그 다음은? 관계인구로 살아 보기


세가지의 방향성은 그냥 트렌드가 흘러가는 시류에 몸을 맡길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 사람들의 숨어있는 니즈와 갈망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전략으로 뽑아내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캠핑이 인기를 끌며 고가의 용품이나 트레일러 같이 손쉽게 장만하기 어려운 품목들도 꽤 많은 수량이 팔려나간다는 업체의 이야기를 들으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날 추운데 뭔 고생이냐는 삐딱한 생각도 들었지만,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도시에 익숙하지만 자연에서 그 모습을 새롭게 구성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긴다는 증명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연으로 벗어나도 도시의 쾌락함을 같이 가져가겠다는 욕망이 숨어있다는 흥미로운 행동이 결국은 비즈니스와 결합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다.

반려식물 분야는 개인적으로도 미래의 중요한 트렌드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접근방식을 고민하는 분야인데, 이를 하나의 기행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과거의 수목원을 즐기던 사람들의 취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공감도 갖게 된다.


플랫폼 시대의 노동은 모바일로 촉발된 4차산업혁명 시대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산업혁명으로 노동자들은 농노에서 새로운 노동계급으로 변신하며 지옥을 맛보았고, 노동 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챙기고 사회 안전망이라는 국가적인 복지정책을 현실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어렵게 쟁취한 권리는 국가별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중산층이라는 희망을 손에 쥐기도 했지만 허공으로 놓치는 우울한 모습도 연출했다.

인류 최초의 사회주의라는 이상적 국가의 건설은 인간의 욕심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몰락의 길을 겪었고, 노력에 따른 보상과 사유재산의 증식을 기치로 내세운 자본주의가 세상을 통합하는 하나의 이데아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의 성장은 중산층의 몰락을 예측한다. 자본이란 큰 녀석이 큰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양극화된 부의 배분은 사실상 팬데믹을 통해 구체화된 사례이다. 그리고, 이 틈을 비집고 플랫폼 노동이 마치 미래의 희망인양 사람들을 현혹한다.

“N잡러”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직장에서 평생 고용이라는 신기루에 취해 불공평과 불법 사이를 넘나드는 노동의 현장에서 탈피하여 주도적인 개인경제의 멀티화를 시도한 사례이며, 플랫폼 노동은 N잡러들의 수익 다변화에 일조한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갑자기 잃은 실직자나 급여가 삭감된 월급쟁이들의 부족한 생활비를 짬 날 때 할 수 있는 노동을 통해 채울 수 있으니, 달콤한 유혹 아닌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종속될수록 처우와 수익은 하락하며, 법적인 보호망은 희미해져 갈 수밖에 없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투 잡, 쓰리 잡은 숨겨야 할 개인적 대외비라는 인식도 플랫폼 노동을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들 중 하나이다.

과거 월급 100만원을 벌기 위해 한 직장에서 하던 야근생활이 이젠 서너 개 직업을 통해 100만원을 채우는 열악한 조건으로 바뀌는 것 아닐까?

플랫폼 일자리가 활성화될수록 소위 “알고리즘”으로 불공평해지는 상황이 늘어 열악한 근로조건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뉴스가 등장하니 놀랄 일도 아니다.

법적 보호망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새로운 법을 통해 보호해야하나, 항상 나무늘보의 후예들이 지배하는 법률 개정은 요원하다..

배송기사들의 농성을 “(법적 보호가 필요 없는) 자영업자들의 (의미 없는 투정) 농성”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플랫폼은 우리를 더 쥐어짜는데 골몰한다.


중국을 혐오하는 젊은 층의 생각은 다소 충격적이다. 

글쓴이가 서술한 내용처럼 과거 홍콩의 이미지 가득한 중국과 지금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중국은 큰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쟤들 왜 저래?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의 주역들이 가진 감정과 적대감, 위기를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젊은 시절의 치기가 아닌 세대차이로 생기는 인식의 차이를 극복할 방안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이미 와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중국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미운 털이 박힐 만한 행동을 하고 있기에 국가적인 스탠스를 명확히 하고, 풀어나갈 정치 외교적 방향수립이 필요하다.

요소수 사태로 인해 중국에 종속되는 생산 분야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는 사례는 이를 가속화한다.


세상의 변화를 혼자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책이라는 존재가 고마울 때가 있다면 바로 트렌드 도서를 통해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내 상황에 맞게 내재화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 트렌드에 동참한다는 자신감과 미래를 개척해 나간다는 자긍심을 느끼는 순간이다.

2022년 2023년, 2년의 예측을 통해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공부할 분야가 무엇이며, 빠른 실행이 필요한 항목들을 리스트 업 시키는 연말연시에 딱 맞는 책으로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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