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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Dec 02. 2021

[서평] 비즈니스 모멘트

기업의 운명이 갈리던 그 때, 결정적 한방이 세상을 바꾸었다.

비즈니스 모멘트 : 기업의 운명이 갈리던 그 때, 결정적 한방이 세상을 바꾸었다.


학교 다닐 때는 정을 못 주던 역사과목이 막상 성인이 되고 나이가 먹어가니 일년 365일 언제나 신나고 두근대는 주제가 되었다.

서점 코너를 기웃거리거나 술 한 잔에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주변 사람들 역시 책을 비록 읽지 않아도 역사 유튜버는 한 두 채널 구독한 이들이 꽤 된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살펴보고 다양한 변수와 가능성에 대한 국가나 개인의 선택,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통해 숨어있는 규칙과 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은 의미 있지 않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21세기를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기업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경제 예측과 사회의 미래상까지 엿볼 수 있는 식견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던 반도체 사업을 기여이 해내겠다고 의지를 보낸 삼성 이병철 회장의 선택.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화시킨 소니의 고집.

단순하게, 단순하게. 노래를 부르던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집념.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있는 생물처럼 역동적이어야 살아남는다는 비즈니스의 진실은 현실에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막대한 자금과 기회 손실, 그리고 주주는 물론 같이 참여하는 동료들마저 반대하는 신규사업을 선택하는 어려움은 고난이도의 응집력과 미래예측의 혜안, 그리고 과감한 결단이라는 하나도 가지기 힘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응축되지 않는다면 파국을 종용할 뿐이다.


EBS가 "모멘트"라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고찰해 본 세계 유수 기업들의 성장스토리에는 이런 과감한 결단과 어느 정도의 행운이 맞부딪혀 회사의 성공과 인류의 번영을 가져온 바로 그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의 기로에서 성공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기업이 도전했던 위기와 기회들,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리더십과 독자적인 기술, 미래를 선도하는 인사이트.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서비스와 상품들이 세상에 선을 보이기 위한 태동의 과정을 지켜보는 묘미.

초반부에 등장하는 삼성, 애플, 도요타 같은 기업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었던 내용들을 한번 정리하는 느낌으로 봐도 좋다.

이건희 회장만큼 반도체에 대한 식견을 가졌던 이병철 회장의 결정을 위한 고민과 설득과정은 흥미롭고, 한때는 무분별한 외형확장으로 몰락을 자초했던 소니 엔터테인먼트 사업부가 지금은 거대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라는 아이러니는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네라고 웃음짓게 한다. 

그 와중에 소니 뮤직센터나 메모리 스틱같이 독자적 스펙에 몰두하다 VHS에 빼앗긴 베타의 슬픔을 반복하는 소니의 무모함은 일본의 사회가 처한 갈라파고스의 상징과도 같다.


이젠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 이케아나 넷플릭스가 혁신적인 기업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는 핵심은 결국 상품과 서비스 본연에 있다는 자연스러운 결말을 공감하게 된다.

세상 흐름에 역행하는 기업 둘이 눈에 띈다.

장난감계의 최고봉 "레고"와 디지털 시대의 종이잡지 "모노클"의 모멘트가 소개된다.

국내의 경우 줄어드는 영유아 인구 탓도 있지만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들의 흥행으로 더이상 아이들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장난감보다는 비디오 게임에 열중한다. 펜데믹으로 인해 쏠림의 현상은 더욱 깊어 졌다.

국내에 등장하여 많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쇼핑몰 "토이저러스"가 본토인 미국에서는 파산을 했고, 롯데를 통해 국내 입성한 점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비실대는 완구업계의 저조한 실적과는 대조적으로 레고는 승승장구로 빛난다.

지나친 외형확대로 위기를 맞이했을 때 회사는 과감하게 창업자의 후손을 사랑방으로 옮기고 강력한 CEO를 맞아들여 혁신을 진행한다.

기업이 업의 본질을 망각하고 세력을 키우는 데만 몰두했던 비이성적인 판단들을 정리하고, 집중해야 할 비즈니스의 핵심을 재정의한다.

아울러 트렌드의 변화에 맞는 연령대의 확대에 맞는 마케팅전략과 영화 등과의 제휴사업을 통해 유아동부터 아저씨들까지 열광하는 팬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레고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이지만 모노클은 생소하다.

영국에서 발매되는 - 그러나 글로벌한 - 종이 잡지이니 당연한 지도.

개인적으로 한국 특집호에 대통령 인터뷰와 한국문화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가 실렸다는 커뮤니티 소식을 듣고 잠깐 관심을 가졌다.

아쉽지만 한국어판의 부재로 구매에 이르지는 못했다.

"뉴스위크"같은 기라성같던 종이잡지들의 몰락을 지켜보던 우리에게 모노클의 성공은 의외이기도 하고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잡지 가격보다 부록가격이 더 높은 신묘한 상황은 국내뿐 아니라 옆 나라 일본에서도 자주 보는 상황이지 않은가.

창간부터 "경제매거진"과 "패션매거진"을 결합한 의도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가 무색한 성공을 일구어 냈고, 협소한 타겟팅은 오히려 잡지를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지성 도구로 동작하게 한다.

"평균 연봉 3억원 이상, 1년에 해외출장을 열 번 이상 가며 MBA를 졸업하고 도시에 거주하는 금융, 정부기관, 디자인, 관광 산업의 CEO" 같은 부류가 타겟이니. 젠장 할.

단순하게 종이책의 추억을 언급하기에 시대는 너무 빨리 변했기에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는 잡지 출판사만 살아남는 디지털 기반의 세계에 반항아처럼 보이지만 타겟팅 하나만으로도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정의한다.


책에 소개된 17개 기업 중 낯선 이름은 자이언트가 유일하다. 왜냐하면....자전거는 삼천리가 최고.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책에 소개된 기업들 대부분 잘 알고 있고,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왔고 현재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책은 대단히 혁신적이거나 미래를 꿰뚫는 혜안을 찾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기업들의 결정적인 시기, 어떤 판단을 하였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역사의 한 토막을 들여다보는데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재미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가 빠진 이유가 살짝 궁금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삼성, 현대자동차, LG생활건강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분 좋은 선택이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 세상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 지, 개인과 기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는게 합리적일지.

책을 통해 과거의 결단과 의지를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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