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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Dec 05. 2021

[서평]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일본 후즈쿠에 fuzkue 책 가게 사장님의 독하게 책 읽는 공간 만들기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 일본 후즈쿠에 fuzkue 책 가게 사장님의 독하게 책 읽는 공간 만들기


책 읽는 게 뭐 대단한 벼슬이라고.


일부 사람들이 독서광을 비꼴 때 불쑥 던지는 멘트다.

며칠 전 읽은 책 내용 이야기하다 잘난 척했거나, 무슨 무슨 책 읽어봤냐 언쟁이 벌어지면 훅 들어오는 멘트다.

이런 말을 들었다면 자신에 대해 조금 고민할 필요는 있다.

대수롭지 않는 지식 자랑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거나 얕은 지식을 과장하는 경향이 자신도 모르는 행동이나 말에서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식의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자신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너는 책을 아예 안 읽잖아.


우리나라 사람들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이라고 한다. (어떤 조사에서는 연평균이 1권 미만이니 이 조사는 굉장히 긍정적인 조사일 수도 있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 차이가 좀 난다.

독서량 순위도 세계 166위로 하위권이니 책 읽는 사람들은 사실 약간의 자부심과 잘난 척은 해도 괜찮을 수준이다.

오늘 하루에 만난 사람 중 자기보다 평상시 책을 더 많이 읽는 사람은 한 두 사람 정도라고 셈해도 된다.

책 읽는 게 벼슬은 아니지만 행동 자체만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는 번뜩이니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만약 독서량이 한 달에 3권 이상이고, 지금 20대-30대라면, 경쟁자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를 매달 생산하는 군사 대국이며, 전쟁에서 능수능란한 전술을 운영할 지휘관의 역량을 키워가는 상황이다.


"책 읽는 가게입니다", 이 책은 평균 독서량을 초월하는 - 책 읽기 좋아하는 - 사람들이 가진 고민거리를 풀어내는 야무진 담론이다.

어떤 장소가 책을 읽기 좋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공간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저자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 공간에 대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만든다.


다른 취미에 비해 독서는 준비 과정이 단순하다. 

등산처럼 복장과 도구를 챙길 일도 없고, 낚시를 하기 위해 장비는 물론 교통수단과 숙박까지 미리 예약할 번거로움도 필요 없다. 

대도시에 산다면 책 한 권 들고 다닐 필요조차 없다.

행선지 주변 대형 서점에 들러 무료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책 시간을 채울 수도 있다.


준비하는데 노력이 적다면 실제 실행과정에서 "장소"는 방해요인들이 널려 있어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산에 오를 때의 공간은 등산 코스와 정상이라는 정해진 경로가 있고 다른 잡념이나 주변 상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묵묵히 걸음을 옮기면 된다.

바닷가에서 낚시도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들어올리고, 휴식시간의 펄떡이는 횟감을 바라보면 결말에 다다른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집에서 독서를 시작하려고 페이지를 쫘악 펼친다.

갑자기 청소와 빨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빈 틈을 파고든다.

조금 전 퇴근한 가족과의 대화도 독서 중간에 슬쩍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어떤 날은 마음먹고 오늘은 이 책을 완독해 야지 시작을 했으나, 결국 맥주 세 캔에 치킨 한 마리 뚝딱하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책 읽는 공간을 비즈니스로 접근한 "북 카페"는 또 어떨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북 카페의 본질은 "카페".

문장의 숲을 헤치다 보면 커피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뒤 테이블 남자친구 욕하는 옆자리 수다에 귀가 쫑긋.

한시간 지났으니 커피를 한 잔 더 시켜야 할까? 라는 불안감이 신경을 긁기도 한다.


"도대체 책 읽기 제일 좋은 장소는 어디야!"


저자는 그래서 책 읽는 가게를 시작했다.


[독서는 겉으로 보기에 소리도 내지 않고 손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소극적인 행위다. 

동시에 높은 능동성을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해서 나열된 글자를 하나씩 읽고 뜻을 인식해 정경과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만들어진 정경도 의식이 문득 딴 데를 향하거나 생각을 멈추는 순간 금세 사라져버린다.]


저자가 책 읽기에 대해 논한 문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핑계거리를 꺼내는 이유를 발견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정의한 공간의 조건은 이렇다.

-조용함. 정적과는 다르며 화이트 노이즈가 적당히 있는 수준. 대화소리는 불가

-조용함의 연속성. 들를 때마다 소음의 정도가 다르지 않고 꾸준해야 함

-눈치보지 않는 분위기. 커피 한 잔 더 시켜야 하나, 체류시간은 얼마지하는 걱정 삭제


이 조건 하에 원 없이 책 읽을 수 있는 가게가 목표였고 실행에 옮긴다.


공간 사용설명서라는 꽤 기다란 문서가 가게에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사용료나 주의사항에 대한 내용이고, 와이파이 사용법, 제한사항 (대화나 필기. 컴퓨터 작업의 제한 등)을 꽤나 꼼꼼하게 메뉴얼처럼 제작해 놓았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뭐 이런 거까지 세팅이 되어 있는지 황당해할 정도의 분량이다. 

물론 주인장의 의도는 본인이 원하는 가게의 이상향을 명확히 정의하고 고객의 태도를 통제함으로써 목적에 맞는 한정된 고객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어? 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다수가 아닌 소수의 매니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한다면 경쟁력 있는 명소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가게의 이름은 "후즈쿠에 fuzkue”.

2014년 도쿄 하쓰다이에 2층짜리 건물에 문을 열었다. (시모키타자와에 2호점도 생겼다고 한다.)

동반자는 환영하지만, 둘의 대화는 자제를 요구한다.

음료나 음식을 많이 시키는 고객이나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고객이나 2,000엔 내외로 구성된 메뉴 가격 구성은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공간 대여 비용을 주문량에 적절히 조화시켜 공간에서의 시간경험에 가치를 둔다.

책을 즐기고 싶은 만큼 즐겨야 한다는 아쿠쓰 다카시 씨의 철학이 담긴 운영 방식이다.


예전만큼 독서량이 많지 않은 전세계적 공통현상이 일본인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출판강국의 위상은 고령화와 발전 없는 경제상황처럼 힘을 잃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선진국가로서 지위와 영향력이 녹아 있는 문화와 인식은 책이라는 매체를 향유하는 방식에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대형서점들이 츠타야의 방식을 따라 찾아오는 고객의 관점으로 구성을 바꾸는 변화를 실행하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즐겁지만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이유는 자유 분망한 책과 사물의 배치가 돋보이던 원형과의 차이가 나는 탓일지 모르겠다. (더불어 문구와 잡동사니 판매코너가 없으면 서점 유지조차 어려운 오프라인의 몰락과 독서인구 감소도 안타깝다. 도서정가제도 원망)


-동호인들의 자발적인 후원이 없으면 카페를 유지하기 사실 어렵죠.

몇 년 전 업무상 인터뷰했던 홍대 앞 북 카페지기의 대화가 떠오른다.


코로나가 북 카페 비즈니스 심장에 쐐기를 박아버린 2021년, 서울에서 "책 읽는 가게"를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생길 수도 있지 않을 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조금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책 읽는 방"이라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좋은 가이드로 삼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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