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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Dec 07. 2021

[서평] 미래로부터의 탈출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예사롭지 않은 탈출 어드벤쳐

미래로부터의 탈출 :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예사롭지 않은 탈출 어드벤쳐




기억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는 대표작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관점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질문을 던진다.


-기억파단자

-분리된 기억의 세계

-미래로부터 탈출


모두 기억을 소재로 작가의 날카롭고 집요한 상상력이 사건 전개를 숨막히는 스릴러 그 이상으로 표현되고 독자를 마음 속 심연으로 유도한다.

기억파단자는 단기기억상실증

분리된 기억의 세계는 전세계적인 단기기억상실 현상

오늘 소개하는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특정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들의 세계를 그려낸다.


누군가 내 기억의 일정 부분을 삭제해버린다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는 의도마저 지위지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느낌없이 시간의 흐름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군가,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그럴듯한 가짜 기억을 연결해서 상상해버리거나 관심에서 멀어 지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시간과 기억은 어떻게 연결될까?

시간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떤 곳을 목적으로 흘러가는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태 없는 시간은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숨쉬게 만든다. 

그리고 차곡 쌓인 시간의 궤적들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일부는 사라지고 어떤 사건들은 평생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 잠재의식까지 파고들어 행동과 생각을 지배한다.

소멸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기록과 구전이라는 두 형태는 자유로운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지만, 감옥이나 요양원 같은 통제된 사회에서는 도구마저 감시를 받기에 소멸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가지 체크할 일은 일반적인 생활에서 소멸된 기억은 의미 없는 과거의 조각일 뿐이다.

아주 가끔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물론 소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그마한 기억의 오류나 삭제가 가져오는 후폭풍 이야말로 독자의 눈과 귀를 끌어 잡을 만한 사건의 근원적인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소재다.


평상시 일기를 즐겨 쓰는 사부로는 손때 가득 묻은 자신의 노트를 훑어보다 계시 같은 메시지에 접촉한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여기는 감옥이다. 조각을 모아라."


이건 뭘 까?

설사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방법을 암호화시켜 전달한 상황.

당혹스럽지만 메시지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지금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몰라'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가져온다.


어떻게 이곳에 도착했지? 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올드 보이"의 오달수는 15년동안 이유를 모를 공간에 갇혀 군만두와 TV로 견뎌내야 했지만, 사부로는 그나마 공간 안에서의 자유는 허락된 삶이다.

자신의 나이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할 노인인 그와 주변 사람들 모두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시기 등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기에 쾌적한 환경이므로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확히 자신의 나이는 셈할 수 없지만 100살 정도로 느끼고 있다.

지력도 체력도 일정 수준 안에서 맴도는 연령대에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는 일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고 하찮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요양원처럼 보이는 시설에 감금당한 거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자 이 것 저것 수상한 모든 일에 집중한다.

특히 그가 주목한 대상은 간호사들이다.

일본어나 영어 등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외국어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 심지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다 -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은 당연히 언어로 소통을 해야 보살핌이라는 관계가 형성되는게 당연한 일인데.

그래 이것은 음모다.

주인공 사부로는 두가지 시도를 시작한다.


하나는 동료를 모으기

또 하나는 시설 밖에 무엇이 있나 알아보기


누군가 "도움을 주는 협력자"가 존재한다는 인식은 계속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방 탈출 게임의 힌트를 주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렵게 구한 동료들과 탈출게임을 시작하면서 기억이 지워지는 놀라운 일과 대면하게 된다.

혹시나 하는 의심만 들었던 부분 기억삭제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찾아낸다.

다행히 나이에 비해 현명함과 지혜가 있는 4명의 결사대는 다양한 소통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아내고, 탈출을 위한 도전을 지속적으로 감행하게 된다.


과연 주인공들은 시설을 탈출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갇혀 있던 시설은 무슨 목적으로 노인들을 수용하고 있던 걸까?

책장을 읽어 나가며 궁금증은 두꺼워진다. 그리고 우리는 후반부의 반전과 흥미진진한 전개에 빠져들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다 작가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다.


"앨리스 죽이기"같은 원작 소설을 한껏 비 틀은 작품부터 "기억 "의 연작, 그리고 환타지 호러 소설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팬덤을 만들더니 이렇게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유달리 기억이라는 주제를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 스타일과 약간은 동떨어진 듯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너무 어둡지 않게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물론 받아들이기에 이질적이고 무거웠던 부분도 있지만.

이전에 작가의 작품을 한 두 권이라도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부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해도 보증 수표 수준의 스릴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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