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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Dec 16. 2021

[서평]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배고픈 자여 책을 읽자! 사진과 떠나는 음식여행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 배고픈 자여 책을 읽자! 사진과 떠나는 음식여행


사진과 잘 어울리는 두 가지는 여행과 음식.

결국 여행 다니며 음식 사진 찍는 활동이 가장 선비 놀음이다.

남 인생 재미있게 사는 모습 지켜보는 일이 시샘도 나고 재미가 있을까 만은 이 두가지가 결합된 컷은 정반대의 입장에 독자를 세운다.

싱그럽고 고소하고 상쾌한. 긍정적인 미사여구가 사진 여기저기 묻어나며,

나도 가보고 싶다. 맛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저걸 먹을 수 있나? 사진 구도 참 좋다. 사진기 뭔 데 때깔이 이렇게 좋아.

긍정적 시그널을 한껏 쏟아내고 나도 하고 싶다 라는 부러움을 머리속에 장작불 태운다.

기자 출신 저자는 글도 맛깔 나게 쓰네.

이러면 더 이상 말 해 무엇하랴.

딱 내가 쓰고 싶고 찍고 싶고 먹고 싶던 책이다. 냠냠.


사진이 잘 어울러진 음식 에세이는 신선한 재료, 우리를 유혹하는 음식, 국가별 특징 3개 파트로 음식비화를 풀어낸다.

식재료 첫 페이지의 컬러감은 오랜만에 오색찬란한 느낌을 풍긴다.

호박이 첫번째 연구대상으로 돋보기를 들이댄 이유가 궁금하다.

채소/과일의 대장주들이 즐비한데 한 켠에서 묵묵히 재료로 자기 소임을 다하는 호박이 주인공 되는 책은 난생 처음이다.

할로윈 데 이때 등장하는 늙은 호박 또는 호박전 기름 좔좔 넘치는 애호박. 이 두 녀석 이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주키니 호박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올리브유 듬뿍 넣어 볶는다는 이탈리아의 여름 호박 요리는 사진은 별로 군침이 돌지 않지만 머리 속에 맛을 떠올려보면 꽤나 끌린다. 싸구려 와인 한 잔과 딱 어울리는 느낌.

호박이란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니, 외국에서 온 박이란 뜻이다. 갑자기 멀어진 느낌이다.

호박은 그냥 원래 호박이란 명칭이었으면 좋을 텐데.

컬러 사진에 예쁘게 찍힌 - 마트에서 지나가며 희한하게 생겼네 쓰다듬던 - 버터넛 스쿼시의 사진을 보니 맛을 한번 보고 싶어 진다.


건강지표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일주일 장보기에 꼭 집어넣는 녀석이 하나 있다.

토마토.

과일이냐 채소냐 오랜 말싸움에 지치지만 두가지의 풍미를 모두 보여주는 이 녀석은 참 매력 있다.

시큼한 본래의 토마토는 항산화 성분으로 우리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베스트 프랜드이고, 날 것으로 이빨 가득 담가서 베어먹기 보다는 올리브유에 달달 양파와 함께 볶아 스파게티에 투자하면 최고의 식재료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단 맛 강한 스테비아 토마토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몇 달 전 코로나 자가격리 때문에 10일 동안 방에서 사육 당할 때 집사람이 과일 겸 채소로 사식 주던 바로 그 녀석이고, 하얀 접시에 담긴 달콤하고 시큼한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오묘한 당분에 이런 질문을 카톡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설탕 뿌린 거야?"

라면을 멀리하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른다면 사실 파스타도 몸에 좋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면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끊는게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고, 신경 써서 소스를 덜 짜게 하려고 해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가공식품의 한계점인 꽤 높은 나트륨 함유에서 부담스럽다.

그나마 추가적으로 집어넣는 양파 듬뿍, 조개살과 새우 살, 파슬리. 이런 재료들이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에서 취할 수 없는 영양분의 균형을 채워 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건면만 평상시에 봐왔기에 이탈리아에는 생면도 즐겨 먹는다는 저자의 코멘트는 무슨 맛일까 궁금하게 된다. 수제비나 칼국수 느낌이 살짝 난다고 하는데 상상이 안된다.


카레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듣던 이야기로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사진에 등장하는 영국식 스튜 같은 카레나 프랑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향신료와 파우더에서 냄새가 솔솔 느껴진다.


근 2년 정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국가는 단연 베트남이다.

딸아이의 최애식품이 쌀국수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고, 웨딩 카를 몰아주었던 대학 동창이 합정동에서 꽤 유명한 전문식당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식초 맛 커피로 발걸음을 끊었던 엔젤리너스가 집 주변에 없다는 아쉬움을 남긴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는 올해 들어 인기가 주춤하지만, 친구가게에서는 집에 올 때 꼭 두 개씩 포장해 올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샌드위치 만드는 책을 별도로 구매해서 집에서 해먹을 생각을 하게 된 동기를 주기도 했다. - 준비만 1년째.

일반 베트남 식당에서는 짜조, 분짜 같은 요리가 친숙하지만, 바찌-똠 잔, 틱 싸오 지오 도 같은 발음하기 어려운 요리를 주문하게 된다. 둘 다 돼지고기 삼겹살을 매콤하거나 숙주에 버무리는 듯한 요리인데, 우리나라 입맛에 잘 어울린다. 


저자는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나라가 스페인이라고 하는데, 몇 번 전문식당에서 먹어본 느낌과 베트남 음식도 연결되는 느낌이 살짝 난다. 바찌-똠 잔은 매콤한 소스가 베이스인데, 마늘이나 고추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스페인의 교집합이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밤늦게 음식에 대한 글은 군침을 흘리며 보게 된다.

책에 나온 요리 중 하나는 내일 한번 먹어볼까 계획을 세우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그나마 구내식당이...

다음주에 아는 형님과 술 한잔 하기로 했는데 베트남 전문식당을 권유해봐야겠다. 


쉐프, 작가, 사진작가.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의 에세이는 질투도 나지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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