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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May 23. 2021

혼자노는기록#18) 전주한옥마을에서 고택스테이하기


유난히 한가했던 오후 어느 시간,

즐겨찾는 커뮤니티사이트를 목적없이 새로고침해 새로 뜨는 글자들을 눈에 바르며

시간을 때우던 중 한옥스테이 후기를 읽게 되었다.

예쁜 한옥에서 하룻밤이라... 멋진데?

 그렇게 이번 여행지는 고택스테이로 결정되었다.

 고택스테이를 할 수 있는 여러 지역 중에서도 전주가 끌렸는데,

이유는 Ktx역에서 가까워서 이동시간에 대한 부담이 없었고

또 한옥마을 안에 있어서 더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묵을 곳은 네이버에서 후기가 좋은곳으로 고르고 골라 1박2일을 예약했다.

(주말 예약은 거의 꽉차있어서 예약하고 한달 정도가 흐른 뒤에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Ktx타고 서대전을 경유하지않는 기차를 타면 전주역까지 한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역에서 버스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짧은 시간에 여행을 다녀오기 좋다.


사전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도착해서 먹을것들을 미리 정해놓으려고 검색을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한옥마을 내에 식당이 너무 많아서 미리 알아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그때그때 발길 닿는대로 가보기로하고 출발했다.

 혼자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지 식사장소를 미리 정하지 않고 떠나는 건 처음이라

약간 불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왜냐면 전주 한옥마을은 소문대로 혼밥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식당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 먹으러 식당문을 들어서기 부담스런 여행지들이 꽤 있는데

 전주는 관광지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음식들을 혼자 먹을 수 있었다.

길거리 음식도 많아서 굳이 식당을 안 가도 될 정도다.

 다만 주말엔 줄이 너무 길어서 유명한 곳은 기본 15분은 서서 기다려야했다ㅜㅜ


 전주에 도착하고 첫 점심은 메밀콩국수와 메밀만두, 간식은 쇼콜라케익과 오레오 프라페,

저녁은 파전에 모주, 야참은 치즈구이, 다음날 아침은 콩나물국밥, 점심은 전주비빔고로케와 새우만두...

 배가 꺼질 틈을 주지 않고 먹어댔지만 어느 것하나 맛있지 않은 게  없었다.

 혼자 다니면서 이렇게 많이 먹고 온 적도 처음이다.


 하지만 한옥마을은 내 기준에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경기전 한번 둘러보고 오목대 다녀오니 더이상 찍을 스팟이 없어서

계속 한옥마을 안을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스팟 중 하나였던 전동성당은 코로나 때문에 신자만 들어올수 있다고해서

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했다.)


 그래도 그 분위기랄까 관광지 특유의 시끌벅적하고 들뜬 분위기가 좋았다.

더구나 한옥마을에는 의상대여점들이 많아서 한복 혹은 경성시대의상,

70년대 교복들을 많이들 입고 다녀서 더 소풍나온 기분이 났다.

 많이 걸어다녀야해서 불편할까봐 이번엔 의상대여를 하지 않았는데 그게 좀 아쉽다.

 기왕 간김에 그냥 입어볼걸...  



내가 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걸 하나 뽑아보라면 해 진 저녁에 파전이랑 모주 한잔을 때리고

소화시킬 겸 경기전 앞 길을 걷고 있을 때 발길을 멈추게 했던 거리 공연을 뽑을 것 같다.

코로나로 콘서트는 커녕 영화관도 못 가본지 오래였여서, 가까이에 현장감있는 작은 공연이 마음을 울렸다.

여기서 꽤 오래 버스킹을 하시던 분이었는지 노래는 물론 진행도 물흐르듯 재미나게 하셔서

마지막 곡은 물론 엔딩멘트까지다 듣고서야 자리를 떴다.


 "그 옛날 하늘빛 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JK김동욱 조율이란 노래를 부를땐

난데없이 눈물이 나올거 같아서 아무도 관심없는데 혼자 변명이라도하듯

뭐가 들어간 척 눈을 비벼대기도 했다.

 여러사람 틈에 섞여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공연자의 노래에 리듬을  타며

짧은 밤의 한 조각을 감성으로 가득 채웠다.


 공연을 보고난 후엔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발도 아프고 피곤해서  

치즈구이 하나를 입에 물고 고택으로 돌아갔다.


 사실 평소에 여행지 숙박시설은 그냥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 주의라

여행계획에 숙박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려 대상은 아니었는데 이번 스테이를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하루 짐 풀고 잠만 자는 곳이라 할지라도 묵을 곳은 나의 여행만족도에 생각보다 아주 크게 영향을 끼쳤다.


그냥 쉬는 곳인데도 너무 맘에 드니까 누워있으면서도, 잠깐 깨서 화장실 갈 때도,

아침에 일어나 몸을 뒤적거릴 때도 <아.. 너무 좋은데?> 소리가 계속 나왔다.

 한옥방이 예쁘긴 하지만 오래된 곳이라 화장실이며, 편의시설이 불편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데다가 창호지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빛들을 맞으며 누워있노라면

 <죽이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러니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중에도 만족도가 자꾸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행복 충만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8시부터 연다는 콩나물국밥집에서 밥을 먹은 후

소화시킬 겸 또 한옥마을 거리를 산책을 하다가 경기전 앞까지 이르렀다.

 문득 어제 사람에 치여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어 아쉬웠던 것이 생각났다.

 <아침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3천원을 내고 다시 경기전을 들어갔다.

안내하시는 분이 오늘 1호 손님이라며 기분좋게 인사해주셔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누가 올 새라 어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던 곳으로 호다닥 뛰어가서

맘에 드는 사진 십몇 장을 찍은 뒤에야 어제의 못다 찍은 한이 풀렸다.

만족스럽게 채워진 스마트폰 갤러리의 사진폴더를 확인한 뒤 어제와는 다른 한적하고 조용한 경기전을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사람에 치여서 그냥 지나쳤던 어진박물관에서 꼼꼼히 전시된 문화재들을 둘러보았고

그곳에 비치된  소원엽서에 <주식대박>이라는 속물적인 소원을 적어서 매달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경기전을 나섰다.


 마지막으로는 하룻밤 숙소였던 고택에서 추가요금을 내고 신청한 전통티타임을 즐겼다.

황차와 떡, 그리고 과일들까지 야무지게 흡입한 뒤 하루동안 잘 쉬고 간 고택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번 전주 여행에서는 먹기도 정말 많이 먹었고 어색함이라고는 1도 없이 내 방인 양 잠도 잘 잤다.


세월을 머금은 고택 대문을 익숙하지 않은 옛날 방식으로 열고닫으며

한옥마을을 돌아다닐라 치면 마치 10년 산 동네를 산책하는 것처럼 편안했는데

 당황스러울 정도였지만 기분이 나빴을리 없다.


 포근한 이불 속에서 부른 배를 뉘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싶은데

그곳이 발 딛고 서있는 여기는 아니었음 싶을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를 여행지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tip /

1. 학인당 별당2호 : 143,000원 (아침전통티타임 추가요금 2,200원)

2. Ktx 가는거, 오는거 : 32,000원 / 32,500원

3. 경기전 입장료 : 3000원

4. 진미집 메밀콩국수 + 메밀감자만두 : 13,000원

5. 종로회관 파전 + 모주 1잔 : 16,000원

6. 우와한호떡 치즈구이 : 3000원

7. 신뱅이 콩나물국밥 : 7000원

8. 교동 전주비빔고로케 : 3000원

9. 다우랑 새우만두 : 3000원

10. 오뉴월 오레오프라페 + 쇼콜라케익 :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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