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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Sep 20. 2021

혼자노는기록 #19  당구(4구) 원데이클래스 다녀오기


뜨거운 여름이 지났다.

이 여름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낯선 상황들과 사람관계가  힘에 겨웠다. 휴일엔 그저 아무 자극없이 아무것도 안 하는 익숙하기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날씨가 풀리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분 좋은 온도의 바람이 얼굴을 스치기 시작했다 

버거웠던 모든 것이 시간이 조금 지나니 다시 견딜만 해진 것 같았고 지루한듯 평안하니 변덕스럽게도 낯선 자극이 필요했다.


용기가 생긴 김에 그동안 할까말까 여러번 고민하다가 결국 안하는 걸 택했던 것 중 하나를 해보기로 했는데 그게 이번에 신청한 당구 원데이클래스다.


어릴때 친척에게 배워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리 알려줘도 내 자세가 고쳐지지않자 포기당해졌던 경험이 내가 당구장에 가는데 머뭇거리고 괜히 주눅들게 만든 원인 같다.


하지만 나는 몇달동안 아무것도 안함으로 인해 멘탈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

불확실한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원하고 감내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즐겨찾기에 오래 묵혀뒀던 당구(4구) 원데이 클래스를 마침내 결제했다.


멘탈배터리가 언제 또 바닥이 날지 모르기때문에 클래스 호스트에게 수업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을 문의했고, 그렇게 바로 다음날 퇴근 시간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는 당구장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최소한의 것은 알고가야 할 거 같은 의무감에 부랴부랴 검색해서 4구 룰 정도를 대충 훑어보긴했지만 머릿속엔  <빨간공을 치는것이다>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그냥 호스트님을 믿어보기로 하고 당구장 문을 열었다.


다행히 호스트님은 아주 친절했고 가끔씩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치면 될 거 같냐>는 질문에 <세게 치면 될거 같다>는 지금 생각하면 당황스런 황당한 말을 해도 상냥하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주셨다. 


호스트님의 가르침에 따라 공에 얇게 회전을 주어 치자 각도가 커진 내 공이 어이없을 정도로 서로 떨어져 있는 빨간공 두개를 연속으로 맞추었다


 <나 혹시 당구에 재능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칠 기분 좋은 상상들이 마음을 즐겁게 했다.



"각도 계산이 끝나면 다른건 보지 말고 치기로 마음먹은 그 지점만 보고 쳐야해요."

브릿지부터 답이 없던 내가 중간즈음부터 자세가 대충 잡히자 그후  호스트님이 계속 강조했던 말씀이었다.

 

곱씹어보니 명언의 향기가 난다.

야구뿐만 아니라 당구에도 인생이 담겨있는 것이다.


계획을 다 세워놓고도 수많은 예상가능한 변수들과 미지에 둘러쌓인 불가능한 변수들이 머릿속을 떠돌며 실행을 머뭇거리게 하거나 삑사리를 내게 한다.


어떤 시점에 있어서는 당구처럼 경로를 짜놓았으면 당장 쳐야하는 그 지점에만 집중해야할 순간이 있다.


요즘의 나는 예전보다는 훨씬 쳐야할 부분에 집중하는 하루하루를 살고있는 것 같다.



이틀 뒤 이상하게 어깨가 아파서 '백신 후유증이 이제야?'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당구 겨우 1시간 쳤다고 이런 고통스런 근육통이 생긴 것이다. 


운동계획은 옛날옛적에 세워놓았는데 실행을 못하고 있다. 난 아직 깨달음이 부족한 인간이다.



tip ) 

1. 당구(4구) 원데이클래스 수업 비용 : 50,000원 

2. 1시간 당구장 게임비 : 10,400원

= 60,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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