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노는기록 #31 셀프패디큐어하기
혼자노는기록 #34 , 셀프 패디큐어하기
한 달에 한 번 씩 2000~5000장의 우편물을 출력하는 건 새로 맡은 업무 중 하나다.
3단접기에 봉합까지 마쳐야하기에 꽤나 큰 특수인쇄기로 뽑아야하는데 옥상 컨테이너박스에 따로 설치되어있어서 그곳에 5시간정도 홀로 머물러야 일을 마칠수있다.
옥상 컨테이너박스 안은 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허름하고 회사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채 세월을 잊고 아무렇게나 쌓여져 있다.
몇시간이고 난방 없는 추위와 어두침침한 조명 그리고 쿰쿰한 먼지들과 하나가 되어 있다보면 나도 같이 허름해지는듯 시무룩해진다.
집에돌아오면 벅벅 샤워를 한다.
집까지 들러붙어 온 것만 같은 퀘퀘함을 씻어내기위해서다.
어디 잿빛 박스 속 4시간만의 문제일까. 전화기 너머에서 던져지는 불쾌한 단어들, 출장지에서의 영문모를 갑질들도 새까만 먼지가 되어 마음에 켜켜이 쌓여만 갔다.
<마음에 쌓인 먼지들은 어떻게 씻어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샤워기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맨발에 멎었다.
밋밋한 발가락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맨 아래에 깔려서 고된 고생을 하고있는데 나조차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겠지.
가여운 발가락에 관심을 듬뿍 주기로했다.
"발톱에 형형색색의 매니큐어를 입히고 보석모양파츠들을 잔뜩 올려서 세상에서 제일 영롱허게 빛나는 발가락을 만들어야지!"
다이소와 올리브영을 돌아다니며 펄매니큐어, 베이스젤 , 탑젤 , 네일램프, 네일글루 등 셀프 패디큐어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신나게 사들이고는 방바닥에 뿌듯하게 펼쳐놓았다.
셀프 패디큐어 순서는 이렇다.
1. 베이스젤 바르고 네일램프에 발가락 넣고 굳히기
(베이스젤은 발톱 표면을 착색 등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2. 컬러젤네일바르고 + 네일램프
3. 네일글루 이용해서 발톱에 보석 파츠들 올리고 + 네일램프
4. 올린 파츠위로 클리어젤 바르고 + 네일램프
(클리어젤은 발톱 위에 올라간 파츠들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5. 탑젤 바르고 + 네일램프
(탑젤은 광택 역할을 한다)
발톱 10개를 다 꾸미기에는 양 엄지와 오른쪽 발톱 2개를 더 꾸미고 나니 이미 1시간 30분이 지나있었다. 진한 피곤이 몰려와 4발톱 패디 로 마무리지었다.
발톱에 신경을 기울이는 자세는 모든 것이 불편했다. 엉덩이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팠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관심주기랑 참 쉽지 않다.
그래도 반짝이는 발톱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닦이기라도 한 듯 한껏 홀가분해졌다.
색을 입히고 꾸미는 일는 사랑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달라진 모습은 그에 대한 소소한 답이 아닐까.
양말과 신발로 겹겹이 숨겨진 나만 아는 비밀스런 보석발톱의 존재는 딛는 발자국마다 피식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비록 보석파츠가 너무 커서 신발 윗가죽에 의해 발톱이 끊임없이 눌리는 고통을 겪고 하룻만에 패디큐어는 몽땅 지워버렸지만 우린 먼지가 또 쌓일 걸 알면서도 매일 청소를 하니까. 눈에 띄지 않는 구석구석 나에게 자주 다정해지기로 다짐했다.
TIP)
1.젤네일 컬러매니큐어
- 1분네일(글리터) 스파클링 블루 : 다이소 / 2,000원
- 핑크스파클 글리터 : 다이소 / 1,000원
- 레이어링네일(솔리드) 그리니스 : 다이소 / 2,000원
- 1분네일(솔리드)누디스카이 : 다이소 / 2,000원
2. 베이스젤
- 젤네일폴리쉬(베이스) : 다이소 / 2,000원
3. 탑젤
- 젤네일폴리쉬(논와이프탑) : 다이소 / 2,000원
4. 젤타입 네일글루 : 다이소 / 2,000원
5. 네일아트 브러쉬(3종세트) : 다이소 / 1,000원
6. 웨이크메이크 LED 젤네일 램프 : 올리브영 / 7,000원
7. 위드샨 젤네일 파츠 젬컬렉션(옵션-클레오파트라): 온라인쇼핑 / 10,000원
8. 유키 크림 쏙오프 클리어젤(5g) : 온라인쇼핑 / 5,000원
=총합 36,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