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와 사마귀

To. Iiris sarmas, 24년 12월 27일 / 핀란드

by 감밤
009 우표 한복크 복사.jpg 한복의 맵시 기념우표-1500년대 , 2019


To. Iiris sarmas, 24.12.27.

『 얼굴에 편평사마귀가 오래전부터 계속 있었어.
그러다 올해 갑자기 사마귀가 더 번져서 아주 큰 스트레스였지뭐야.
12월에 사직서를 내고 제일먼저 한 건 피부과 예약이었어.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레이저로 얼굴의 모든 사마귀들을 제거했지!
수년간의 묵은 고민덩어리가 단 30분만에 사라졌어.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중 단연 최고였던 것 같아.
다가올 새해의 나의 목표는 시간낭비하지 않는 삶을 꾸리는 거야! happy new year. 』




얼굴에 작은 편평사마귀가 처음 생긴건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래전이었다.

그런데 그게 나이를 하루하루 먹어가면서 계속 번져나갔는데도 애써 무시했다.

인터넷에 효과가 있다고 떠도는 율무, 프로폴리스 먹기는 나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답은 하나뿐이었다. 사마귀들을 레이저로 지지는 것!


하지만 나는 쉽사리 병원에 가지 못했다.

얼굴에 딱지를 가득붙이고 다녀야하는 회복기간과 한번에 나가는 큰 비용 같은 것들이 고민이 됐다.

주저하는 사이 사마귀들은 활개를 치며 영역을 넓혀나갔고

매일매일 세수를 하며 사마귀가 늘엇나 줄었나 조그매졌나 커졌나 노심초사 지켜보면서

스트레스의 무게추만 더해나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화장실 거울에서 눈꺼풀에까지 번진 사마귀를 발견했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사마귀를 제거하기 위해 사직서를 낸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퇴사 후 제일 첫번째 스케쥴은 사마귀제거였다.


마취때문에 통증은 거의 없었지만 레이저가 지지직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기 타는 냄새가 났다.

지긋지긋하게 함께 했던 사마귀들이 태워지고, 수년간 쌓인 불안도 함께 재가 되었다.


지금은 사마귀들이 있던 자리에 딱지들이 앉아있다.

곧 새살이 돋아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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