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밤 Apr 03. 2021

혼자노는기록#9) 서울 명동으로 호캉스 다녀오기



# 호캉스 준비부터 체크인, 그리고 남산


명동 근처에 호텔을 잡았다.

주제는 거품목욕이다.

입욕제 브랜드로 유명한 곳에서 유명한 제품 2개를 샀다.

하나는 거품이 나는 거고 하나는 거품이 안 나는 대신 오일 성분이 들어있다고 했는데

하나만 선택하기 스트레스 받아서 두개 다 샀다. 후련하다.

지갑도 후련하고...



3시에 체크인을 하고 처음 방을 딱 들어섰을 때 기분은 해방감이었다.

나 혼자만의 오롯한 공간이 주는 해방감...

여기 놓여진 어느 것, 먼지 한톨 조차 모두 온전히 내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진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짐을 풀고 근처 남산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평생 살았지만

마치 남산타워를 처음 본 관광객처럼 신나게 혼자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

남산타워까지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내려올땐 그냥 수목원까지 걸었다

오랜만에 맡는 짙은 숲 냄새를 힘껏 들이마시고 내쉬며

여유롭게 크게 발걸음치고 괜히 두리번두리번 주위도 둘러보았다

별거 아닌데도 평소엔 누리지 못했던 그 시간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 저녁식사


예상치 못하게 입욕제에 큰 예산을 할애했기때문에

저녁 먹거리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산 간식과 도시락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편의점음식으로 떼우니까 마음껏 사자!>라며 탐욕을 부려

편의점에서 무려 3.2만원 어치를 질러버렸다.

이 정도면 근처 식당에서 2인분을 먹는 것보다 비싼데...

어쩔수없다. 적어도 바구니에 담는 그 순간이 행복했으면 됐다.

오늘 하루는 행복하기 위해 나에게 주는 특급선물이니까.

아슬아슬한 통장잔액 걱정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강할것이다.






편의점에서 산 3.2만원어치 간식과 도시락을 펼쳐놓고 TV를 틀었따.

입담 좋은 연예인들의 재밌는 수다를 들으며

도시락, 간식,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끊임없이 흡입해

아주 만족스런 장장 2시간에 가까운 식사를 해냈다!

스스로가 아주 자랑스러웠다.



# 거품목욕 기대, 실망

이제 이번 호캉스의 주제인 거품목욕시간이다!

일단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입욕제를 풀고

따근따끈한 욕조물 안에서 아이패드로 블랙팬서를 보는것이었다.



근데 여기서 부터 뭔가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물받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슬슬 인상이 찌푸려진다.

둘째로 욕조 받침대를 생각못해서

물 묻은 손으로 아이패드들고 영화를 봐야했는데 당연하게도 팔이 아프다 ㅠㅠ

이쪽저쪽 손을 옮겨가며 보다가 리얼 짜증이 났고 블랙팬서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물속에있었던 시간은 버티고 버텨 겨우 10분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는 또 있었다 입욕제에 무지개색 펄이 들어있었는데

목욕을 끝내고 물을 다빼고나서도 욕조 벽면에 번쩍번쩍 펄이 존재감을 뿜어낸다.

왠지 신경쓰여서 욕조의 반짝이를 다 닦아내다가 내가 왜 호텔에서 청소를 하고있나 하고 현타가 왔고

그대로 피로가 급속도로 몰려와 침대에 뻗어버리고 말았다

힐링의대명사이자 이번 호캉스의 주제였던 거품목욕...

나에겐 힐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 맥주타임 그리고 체크아웃




그렇게 한참을 누워서 멍때리다가 스스로가 정한 다음 스케쥴인

맥주타임을 소화하기 위해 어기적어기적일어났다.

그대로 쉬는게 호캉스의 취지에 더 맞겠지만

난 어디 놀러가면 내가 정한 일정은 마치 미션처럼 모두 수행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일어날수밖에 없었다.



왠지 맛있어보여서 시험삼아 산 맥주는 취향에 안 맞았지만

안주로 산 오징어치즈는 존맛이었다!

드라마 속 잘생긴 남주 한번보고 맥주 한모금에 오징어치즈까지 하나 입안에 쏘옥 넣으니

고된 마음이 달래지는듯 갑자기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호캉스의 첫밤이자 마지막밤을 보내고

담날 아침에 바로 체크아웃하고 집으로 향했따.



산책하고 밥먹고 영화보고 드라마보고 간식먹고

그냥 평범한 주말 일상과 다를바 없는 하루였는데도

집이 아닌 낯선 곳이 숙소가 되자 일상이 특별해졌다.



숙박비 : 6.2만원, 식비(편의점 도시락 및 간식들) : 3.2만원, 입욕제(2개) : 3.1만원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노는기록#8) 미슐랭 식당에서 점심 먹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