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나 책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이
마트 서점 코너에 베스트셀러로
진열되어 있길래 무심코 들춰 본 것이
이 책과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귀엽고 다정한 느낌의 표지만 보고
요즘 유행하는 팬시한 책들 중 하나가 아니겠나,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말랑말랑하고 예쁜 이야기들이 담겨있겠지,
생각했는데 완전 잘못 짚었다.
적당히 아무데나 펼쳐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내 빠져들었고
결국엔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내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거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 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조심스러웠던 이야기들,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 담고만 있고
끙끙그렸던 이야기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와
꼭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담겨있었다.
무척 반가웠다.
나만 이런 생각하고 사는 거 아니구나...
이런 이야기가 공감을 사는구나...
부디 널리 널리 읽혀서
사람들이 좀 바뀌었으면...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
김수현 작가는 돈이 가치의 절정에 있고
갖가지 잣대로 사람을 차별하며
등수를 매기는데 열을 올리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삶의 양식을
알기 쉬운 말과 그림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김수현 작가의 재치있는 일러스트와
입담 때문에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데
비속어를 저속하지 않고
속시원하게 써주시는 센스가 특히 좋았다.
^^
인용하고 싶은 문구가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하련다.
어린 시절 내가 품었던 이상을
떠나보내는 지점
어른의 사춘기는 그 지점에서
오는 게 아닐까. 49p
주제파악 못하고 꼴깞 떤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고도의 눈치와 겸손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자격 앞에서 머뭇거린다. 57p
1-3 등급은 치킨을 시키고,
4-6등급은 치킨을 튀기고,
7-9 등급은 치킨을 배달한다.
얼핏 들으면 라임 돋는 위트 있는 문장이지만,
이 텍스트는 치킨을 배달하는 삶,
공장에서 미싱 하는 삶을
공부하지 않은 형벌로 바라보게 하고,
땀 흘리는 노동을 비참한 삶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텍스트 속에서 우리는 노동자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머릿속에 기본 os로
장착하게 되는 것이다. 62p
(정말 정말 대박 공감한 구절이다.
내가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고. )
친구 지인이 산후 조리원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남편 직업은 무엇인지,
집은 아파트인지, 주택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까지 물어본 후에
몇 명하고만 연락처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 무례하고, 천박하며, 자기 기준에 따라
사람을 선별하는 이들.
문제는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산후 조리원에 가게 되었을 때, 왠지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악순환.
꼴불견인 건 그들인데, 평범한 이들이
주눅 들어 사람들을 경계하느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
함부로 떠드는 그들이 자신의 편협함을
혹은 무례함을 혹은 속물됨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가 부끄러울 이유는 없다. 175p
가능한 어릴 때부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와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건 구질구질하거나 초라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쉽게 행복해지는 일이다 253p
(정말 구구절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선택에는 한정된 예산과
제한적 선택지가 주어진다.
인생을 만수르가 이마트에서 쇼핑하듯이
살 수는 없는 거다. 259p
헬조선에서 불행에 쪄들지 않고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나 답게 살면서,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생,
대학생인 조카들 생각이 많이 났다.
당장 선물하려고 한다.
어른으로 살 준비를 하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