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요일 날씨 구름 약간 맑은 날 하지만 바람이 불어 좀 춥게 느껴짐
프로미스타의 알베 입실을 고려해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출발 준비를 한다. 알베르게에 마련된 건조식량(건조 식빵 같은)과 커피 오렌지로 간단히 먹고 도나티보(기부) 5유로 넣고 출발한다.
이곳 메세따 지대는 해발 고도가 800m가 넘고 고위 평탄면은 1000m를 넘나 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 메세따를 피해야 하는 길로 치부해 점프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메세따는 프랑스길 최고의 풍광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모습, 시시각각 시점이 바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색이 충만한 그런 길이다. 메세따를 걷지 않았다면 프랑스길을 걷지 않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까스뜨로헤리스의 알베르게에서 출발해 850m의 고도는 800m로 떨어졌다가 950m를 넘기고 이후 850m 전후로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가 이어진다. 인생의 모습과도 닮았다.
고원을 오르는 순례자들. 전부 한국의 젊은이 들이다.
지나온 동쪽 하늘로 해가 뜨고 있다.
중턱을 지나는 순례자
고원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 고원에 늘어선 수많은 풍력 발전기
고위 평탄면은 사방이 지평선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메세따라니. 어찌 이 길을 걷지 않을 수 있을까.
북쪽 방향으로 삐꼬 데 에우로빠가 나란히 걷고 있다
드문드문 밀밭 사이로 유채가 심겨져 있다
굽이 굽이 이어지는 까미노
Hospital de Puente Fitero
Hospital de Puente Fitero의 내부모습
어느 손재주 있는 주민이 이렇게 예쁜 화살표 안내를 했을지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만 볼 수 있다. 그저 길 위의 작은 돌멩이 일뿐.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많은 중요한 것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누군가 돌위에 화살표를 이쁘게 그려 넣었다.
첫 번째 중간 마을 이떼로 데 라 베가의 바르에서 까페 꼰 레체 한잔과 휴식을 취한다.
1.5유로의 까페 꼰 레체
시시각각 변하는 메세따의 모습에 감탄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어 기록한다.
아름다운 길은 어느덧 고개를 하나 넘자 저 멀리 보야디야 델 까미노로 이어진다.
이번 여행길에서 처음 만나는 양 떼와의 조우. 아마도 또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양들이 참으로 꾀죄죄하다.
이번 길에서 처음 만난 야떼 이동
걸을수록 멀어져 보이던 보야디야 델 까미노에 도착했으나 쉴 곳입니다 없다. 성당 앞으로 길을 돌아 프로미스따로 향한다.
보야디요 델 까미노의 산따 마리아 성당
프로미스따 가는 길
우리의 걸음은 느린가 보다. 할머니 할아버지 동년배의 남자 여자 처녀 총각들 모두 우리를 앞지른다. 심지어 알베르게에선 무릎이 아파 힘들어하는 할머니조차.
계속 추월을 허용하며 Canal de Castilla 까스띠야 수로와 만난다. 이렇데 수로를 따라 길은 프로미스따까지 이어진다.
날씨와 풍경이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멀리 공사 차량이 보이고 순례길을 관통하는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순례길의 풍경이 이런 식으로 바뀌는 건 아쉽지만 그 또한 길이지 않을까?
암튼 이 공사 현장 때문에 길게 돌아간다. 힘든데...
길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 까스띠야 수로로 붙었고 어느덧 프로미스따로 들어선다.
수로의 고저차이를 갑문이 조절하고 있었다.
알베르게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산 뻬드로 성당의 모습이 이채롭다. 벽체와 기중은 로마네스크 양식인데 지붕이 기와라는 점이 매우 특이했다.
첫 번째 찾아간 알베르게는 풀이었고 우린 바쁘게 무니씨빨 알베르게를 찾아간다. 다행히 침대가 남아있다. 오늘 알베르겐 한국인이 꽤 들었는데 내일은 25명 단체가 온단다. 바라건대 단체 순례자는 공립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알베르게 마당 풍경
점심을 우선 사 먹고장을 보고 성당구경을 해본다. 2016년 겨울 프로미스따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이제야 프로미스따의 속을 조금이나마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수로 갑문 이외는 생각나지 않던 나의 기억 속에 프로미스따는 인상적인 장소로 남게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