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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22.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16

추워진 날씨지만 오늘은 짧게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까지

2024년 4월 18일 목요일 날씨 추운데 기가 막힌 날씨임.


오늘은 프로미스따부터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까지 19km 정도의 짧은 거리다. 그런데 꽤 일찍 6시 반부터 시작한다. 지나쳐 본 경험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시작부터 역방향 진행이다. 300미터쯤 진행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지도를 다시 면밀히 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ㅋ

아직 해뜨기 전이지만 사물 식별이 어렵지 않고 스마트폰 지도도 있어 랜턴 없이 진행한다.

딱히 여명, 일출이 아름답지 않은 날이다.

큰길을 따라 직진이다.

걷다 뒤를 돌아본다. 뭔가 기대했던 여명이 아름답기를 바라며, 하지만 쓸데없다. 그냥 아침해가 구름뒤에 숨어있다.

첫 번째 중간 마을인 뽀블라씨온 데 깜뽀스다. 기억 속에서 지워진 마을이다.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지나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딱히 특색이 있는 마을 같진 않으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들은 특색 있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요했지만 잊힌 것도 있고 중요하지 않은데 기억하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마을 초입의 경당을 지나 마을을 통과하는데 마침 바르가 열려 있어 잠시 들러 카페인과 지방이 주성분인 까페 꼰 레체를 한잔 마신다.

Iglesia de Santa María Magdalena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마그달레나(막달라) 마리아를 추존하는 성당인가 보다.

뽀블라씨온 데 깜뽀스와 이 지역 근처에는 성당이름에 막달라 마리아를 모시는 성당이 여럿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마트에서 파는 파운드케이크 비슷한 것 중에 마그달레나 케이크가 여러 종류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양이 많아서인지 2유로다. 시골 인심이 후하진 않네.

다음 마을에 금방 진입한다. 레벤가 데 깜뽀스. 속이 좀 불편해 바르를 찾았는데 작은 호텔 안에 레스따우란떼 restaurane가 열려 커피 한잔 마시고 처리할 일을 처리한다.

길은 별도로 도로와 떨어져 나지 않고 도로 옆으로 계속 이어진다. 거의 직선처럼 보이는 길은 살짝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난 지루하지 않다.

순례길에 대한 특별한 기대가 없어서인지 약간의 높이차와 위치 이동 그리고 구름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그리고 오늘은 왠지 잘 걸어진다. 무릎의 통증은 계속 있지만 말이다. 맨날 추월당하기만 했는데 오늘은 종종 추월하기도 한다.

출발 때는 별로 볼 수 없던 순례자들이 점점 일직선처럼 보이는 공간의 길을 채우고 있다.

다음 마을은 비야르멘떼로 데 깜뽀스다. 이곳 역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렇게 마을이 많았었는지 조차 기억에 없다.

어쩌면 성당은 좀 익숙한 듯 하지만, 프랑스 길에 있는 성당은 못해도 100개는 넘을 것이라 2016년 그해 기억 속의 성당이 이 성당이라고 자신할 순 없다.

딱히 인상적일 것 없는 동네 성당
얕은 언덕을 이용해 토굴 + 담장,지붕을 얹은 지역 전통 가옥은 이 곳 스페인의 시골에서도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  

다음 마을 가는 길은 중간 휴식을 벌써 두 번이나 취해서 인지 순례객이 점점 늘어간다.

차에게 주어진 제한 속도는 90km, 하지만 사람의 제한 속도는 없다.느리게 걸을 수록 더 많은 것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런 풍경에 지루할 사람이 많겠지만 나에겐 너무 멋진 풍경이다.압도적인 광활함?

다음 마을인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참을 걷고서야 내가 가진 카메라와 렌즈로 적절한 사이즈로 담을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좀 더 가까워지니 기억 속에 남아있던 성당이다. 저 성당 앞 바르에서 잠시 쉬어 갔었다.

장미창이 인상적이었었는데, 지금 봐도 멋지다.

이 마을 중심 성당의 이름은 Iglesia de Santa María La Blanca. 성당의 구조가 독특하다. 일율적인 모습이 아니라 성당 하나하나가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1시부터 관람할 수 있다고 쓰여 있는데, 문을 열지 않아 다시 길을 나선다.

기둥 위라고 해야할지... 조각상들을 세워 놓았는데, 우리나라 절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장식과 유사한 성격이지 않을까 싶다.
마을 중심로로 승마 레져를 즐기는 현지인들 한컷. 말이라니...

이제 까리온까지는 6km 남짓. 공립 알베르게 중 1층 침대만을 운영하는 에스삐리뚜 산또스 알베르게 입실을 위해 이번 순례길 중 가장 빠른 발걸음으로 드디어 추월이란 걸 하게 된다. 자랑스러운 내다리, 특히 내 무릎. 통증을 견디며 앞무리의 사람들의 거의 제친다. 달리기 시합도 아닌데 뭔 의미가 있겠냐마는 맨날 할머니, 할아버지, 처녀, 총각, 중년에게 항상 추월만 당하던 나에겐 작은 즐거움이다.

걷는 중간에도 틈틈이 풍경을 무겁고 큰 풀프레인 카메라에 담는다.

뒤를 돌아 보니 한무리이 사람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길 오른쪽으로는 Picos de Europa 삐꼬스 데 에우로빠의 연봉들이 제법 가깝게 보인다.

북쪽길에서는 더 크고 가깝게 보이는데 프랑스 길에서도 볼 수 있다니 좀 신기한 느낌?

유럽의 봉우리들이라는 이름과는 좀 어울리지 않게 해발고도  2600m 내외의 높이라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었는데 책에서 찾아보니 대서양을 거쳐 들어오는 배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이 산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가장 먼저 보인다는 의미로 이렇게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목적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가 눈앞이다.

유채밭이 펼쳐진 뒤로 삐꼬 데 에우로빠의 모습이 멋져서 또 한 장 찍어보지만 직접 보는 그런 느낌은 또 아니다. 전지 사이즈로 출력해 걸어 놓으면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Ermita de La Piedad가 가장 먼저 순례객을 맞이한다.

마을 안쪽으로 진입하자 중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영어 설문을 부탁하지만 난 영어 못해 미안해하고 지나친다. 그냥 좀 해줄 걸 그랬나 싶기도...

에스삐리뚜 산또 알베르게 너무 좋아졌다. 수녀님들이 운영하고 계시는데 "감사합니다"하고 유쾌하게 말씀하시는 수녀님 때문에 더 정겹다.

이미 여럿의 한국 순례자들이 입실한 이곳은 강력 추천하는 순례길상에 몇 안 되는 단층 침대만 운영하는 공립 알베르게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8개의 베드가 있는 쾌적한 사이즈에 볕이 잘 드는 방이다. 이런 알베르게에 10유로만 내고 묵을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쾌적한 객실
마당에서 본 알베르게 전경

샤워 빨래 등을 마치고 장 봐온 고기 등으로 배 터지게 먹고 오후의 여유를 즐겨 본다.



오늘의 지출 - 52.4유로

아침 커피 : 4.4유로

중간 커피 : 4유로

저녁 : 30유로

약 : 1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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