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문에 도착하다. 스페인 하숙의 그곳
Ponferrada 뽄페라다 ~ Villafranca del Vierzo까지 23km 어제는 정비도 할 겸 짧게 걸었다.
성당이 있는 마을은 Compostilla 꼼뽀스띠야 인듯하고, 마을은 고급 전원주택 단지로 조성된 듯하다. 스포츠클럽에 딸린 축구장 등이 있는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꼼뽀스띠야를 지나 다음 마을인 꼴룸브리아노스를 지나 깜뽀나라야 Camponaraya 까지는 마을의 도로와 마을 사이의 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꼴룸브리아노스 초입 공동묘지와 Iglesia de San Esteban de Columbrianos 성 에스떼반 성당이 먼저 맞이하고 동네를 통과하면서 주택 정원과 담 밑에 심어진 꽃들이 또 반겨준다.
꼴룸브리아노스를 통과하면 다시 한적한 마을 연결길이 나오고 잠시 걸으면 푸엔떼스누에바스 Fuentesnuevas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작아서 더 귀엽고 예쁜 성당 유적인 Ermita del Divino Cristo가 마을 중심도로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성당 옆의 바르에서 잠시 커피 한잔과 함께 쉬어간다. 이곳은 아들과도 잠시 쉬어갔던 곳이라 잊히지 않는 곳이다.
뿌엔떼스누에바스 지나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성당이 있는 작은 동네를 지나면 깜뽀나라야에 진입하는데 제법 교통량이 많은 길고 큰 시골마을의 중심 도로를 따라 걷는다.
뽄페라다에서 출발에 깜뽀나라야를 지나면 약 10여 km를 통과하는 지점이고 여기서부터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 까까벨로스에 도착한다. 까까벨로스엔 한국라면에 공깃밥을 파는 바르가 있었는데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있겠지.
깜뽀나라야를 지나면 양쪽이 포도밭인 흙길을 지나게 되는데 포도밭엔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이 포도들은 9월 순례자들에게는 맛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까까벨로스 초입에는 Consejo Regulador Denominación de Origen del Bierzo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는데 그 모습이 독특하다. 비에르소에는 꽤 괜찮은 와인들이 생산되는 와이너리(bodega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듯하다)가 여럿이고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조합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마을 초입 벤치에 앉아 선배를 기다리며 담배를 한대 말아 피워 본다. 이렇게 잠시 쉴 때 핸드폰을 보는 일 말고 집중해서 담배를 말고 불을 붙여 피우는 행위는 스스로에게 꽤 만족감을 준다. 헷!
구도심인 마을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골목도 있는데, 중심쯤 작은 광장에 자리 잡은 성모 성당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Plaza은 구경하는 맛이 있다. 크기는 아주 작은 편은 아니고, 모양은 독특하고, 성당 내부를 볼 수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들러 가는 곳이다.
아직 밥 먹기엔 이르고 해서 성당 구경 후 바로 마을을 빠져나온다. 마을을 벗어나려면 꾸아 강을 건너야 하는데 Puente Mayor de Cacabelosr 까까벨로스 메인 브리지를 건너며 보는 강 양쪽의 풍광이 꽤 괜찮다.
다리를 건너면 옛날에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압착하는 장치가 전시되어 있고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는 얕은 하천 위로 지어진 집을 볼 수 있다. 볼거리가 제법 다양하다.
마을 끝쪽에는 Santuario de Quinta Angustia 낀따 앙구스띠아 성소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은 프랑스길을 포함해 전체 순례길에 있는 공립형 알베르게 중에서 몇 안 되는 2인실을 갖춘 알베르게가 있다. 계획은 어제 뽄페라다에서 멈추지 않고 이곳까지 오려고 했었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까까벨로스를 빠져나가면 다시 비야프란까 델 비에르소까지는 포도밭사이로 난 긴 길을 약 8km 정도 걸어야 한다. 얕은 언덕이 이어지는 포도밭 사잇길을 걷는 것은 꽤 괜찮은 여행 경로이지만 피곤해지기 시작해서 차량 통행이 없고 보다 길고 좀 더 언덕을 올라야 하는 오른쪽 길 대신, 차도를 따라 걷는 왼쪽길을 선택했다.
4km 정도를 도로 곁을 따라 걷다 보면 아까 회피했던 길과 만나도록 이어진 흙길을 만났는데 넓은 잔디밭에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와 테이블을 만들어 놓았다. 가방에서 바게트와 물, 과자 등을 꺼내 요기하며 한참 쉬어간다.
이제 4km 정도, 한 시간만 더 걸으면 오늘의 목적지다. 다음마을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완만한 구릉지를 따라 이어지던 포도밭이 끝나는 느낌이 나며 비야프란까 델 비에르소에 진입한다. 진입하긴 했지만 마을과는 좀 떨어진 곳에 공립 알베르게가 있어 이곳에 머물지 마을 중심으로 갈지 고민하다 그냥 이곳에서 하루 머물기로 한다.
짐을 풀고 씻고 하는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꽤 굵어 마을로 나가지 않고 알베르게에 머물며 쉬다가 전에도 만났던 동갑의 순례자를 만다 수다를 한참 떤다.
비가 잠시 멎은 틈을 타 쿠바 기자 순례자가 사진을 찍어줬던 Iglesia de Santiago 산띠아고 성당을 찾아 나선다. 이름이 산띠아고 성당이다. 이렇다는 것은 성당이 순례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산띠아고 성당의 북쪽 측면에는 Puerta del Perdón(용서의 문)이라는 독립적인 이름을 가진 성당 출입구가 있다. 중세 순례자들이 질병으로 인해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까지 오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이곳까지 온 순례자들에게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도착한 것으로 인정해주었다고 한다.
용서의 문을 찾아오니 비닐이 문을 막고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참... 볼품없네...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ㅠㅠ
성당을 지나면 시설은 좀 그랬지만 정감 넘쳤던 Albergue de peregrinos Ave Fénix 아! 아직도 자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먹었던 저녁과 아침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가 주황색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던.
페닉스 알베르게 밑으로 자리한 Marqueses de Villafranca Castle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선배가 사 온 부식으로 저녁을 만들어 동갑 순례자 친구까지 걷어 먹이고 와인까지 한병 기분 좋게 마시고 얼마 남지 않은 프랑스 길을 아쉬워하며 대화를 한참 하고 있는데 폰쎄바돈을 갓난아이까지 안고 순례하던 대가족 일행을 뽄페라다에 이어 이곳까지 비를 맞고 저녁 늦게 입실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가족끼리 챙겨주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의 순례길이 끝까지 안전하고 행복하게 끝나길 잠깐 기원해 본다.
이곳 Villafranca del Bierzo 비야프란까 델 비에르소는 차승원,유해진 등이 나왔던 TV 프로그램인 스페인 하숙의 촬영 장소라 한국사람에게는 더 익숙한 곳이다. 왜 굳이 그들이 이곳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내생각에는 조용한 환경, 수려한 풍경, 하지만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는 마을 규모 등을 검토해서 이곳을 결정하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지역 선택은 참 잘한듯 싶다.
까미노 데 산띠아고 중 까미노 프란세스(프랑스길)은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이슈가 좋은 쪽이면 참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불행이도 부정적인 내용이다. 공유 시설인 알베르게를 점유하듯 사용하고 시끄럽게 대화할 뿐 아니라 삼겹살에 술을 나누며 주변 사람의 눈쌀을 찌뿌리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한국순례자들이 충고하거나 항의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 가이드를 앞세워 단체로 이 길을 오는 사람들을 보면 참 이해안가는 부분이 많다. 가이드가 없이 못오겠다면 차라리 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 아니면 제발 왔는지 안왔는지 모를 정도로 남들처럼 조용하게 순례하라고 강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