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띠아고의 목적지 Santiago de Compostela!
O Pedrouzo 오 뻬드로우소 ~ Santiago de Compostela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까지 22km
3번째 순례길, 그리고 두 번째 프랑스길의 마지막 날.
출발은 오 뻬드로우소를 조금 못 미친 A Rúa라는 곳이다. 시작부터 비가 오락가락이다. 10분 정도 걸으면 오 뻬드로우소 중심부를 통하지 않고 마을 오른쪽으로 숲을 따라 걷는다. 이곳에서 하루 머문다면 당연히 마을 중심부를 거쳐가지만 오늘은 스치듯 지나간다. 최종 목적지를 남겨둔 마을이어서 그런가 빗속에서도 많은 순례자가 걷고 있는데 비가 내리는 숲 주변의 초록색이 눈도 시원하게 만들어주어 걷는데 불편함이 없다.
굉음이 귀를 때린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공항, 다른 명칭은 로살리아 데 까스뜨로(Rosalía de Castro)라고 불린다. 구름도 끼고 비도 좀 뿌리지만 비행기가 간간히 이륙하고 있다. 공항을 끼고 크게 돌아가는 길은 산으로 올라가는 느낌이 강한 언덕이다. 아들과 걸을 땐 더 세찬 비가 내렸지만 이번에도 갈리시아 답게 비가 내린다. 그때의 비는 차가웠지만 오늘의 비는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음 마을인 Labacolla 라바꼬야까지 대부분 숲길과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었다. Labacolla는 옛 순례자들이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하기 전에 몸을 씻던 곳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깊다고 한다. 비가 제법 내려 마을 중신 Igrexa de San Paio de Sabugueira 이그렉사(이글레시아의 갈리시아식 표기) 데 산 빠이오 데 사부게리아 앞의 바르에서 까페 꼰 레체를 한잔 마시려 들어갔는데 가게 안은 만석이다. 야외 테이블 의자의 빗물을 닦고 간신히 앉아 잠시 쉬어 간다.
다시 꽤 힘든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숲길이 이어지고, 갈리시아 방송국을 지나 제재소, 캠핑 사이트를 지나면 어느덧 몬떼 도 고 Monte do Gozo(고소 산)다. 이곳에서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종탑 윗부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지명이 '고소의 산'이라 제법 큰 언덕에 비스듬히 숙박단지가 만들어졌다. 이곳에도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데 마지막날 일찍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들어가려는 순례자들의 마지막 숙박지로 선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몬떼 도 고소 숙박 단지의 바르에 들러 젖은 몸을 말리며 잠시 쉬어간다.
드디어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들어섰다. 딱히 감동 같은 건 없지만 1차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도시 초입의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대성당을 향해 걷는데 비가 좀 그쳐 다행이지 싶다.
드디어 대 성당 앞에 섰다.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소리 지르며 또 어떤 이는 펄쩍펄쩍 뛴다. 난 슬며시 웃는다. 이 많은 순례자들이 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몇 번인가 길에서 만났던 대만 순례자 덕에 선배와 난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프랑스 길로 두 번, 은의 길을 통해 한번, 영국 길을 통해 한번, 북쪽길을 통해 또 한 번, 이렇게 다섯 차례 산티아고 대성당 앞으로 걸어왔고, 묵시아 & 삐스떼라 길을 걷고 나서 버스로 한번, 관광 모드로 버스로 또 한 번 이렇게 총 7번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들어왔다. 어떠한 지역적 연고도 없는 도시에 7번이나 들어오는 경우가 흔할까? 아직 마치지 못한 나의 순례길에 이곳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는 몇 번이나 더 내 발길을 이끌까?
성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그지 같은 식사를 비싼 돈을 주고 간단히 흡입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 숙소는 예약한 Albergue Seminario Menor 알베르게 세미나리오 메노르라는 곳으로 재작년 혼자 북쪽길을 걷고 왔을 때 독실을 사용했던 곳이다. 이번에도 독실을 예약한다고 했는데 공용실이 예약되었다. 공용실도 단층 침대라 편안하고 쾌적했다. 이 방에서 반가운 누님 세분을 다시 만났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짐을 정리하고 젖은 옷을 말리고 좀 쉬다가 프랑스길 뒤풀이를 위해 예약해 놓은 한식당 누마루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소사소사 맙소사! 비바람이 마치 태풍 속에 있는 듯했다. 식당까지는 걸어서 20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는데 우산을 썼지만 거의 다 젖을 수밖에 없는 빗속을 미친 듯이 빠르게 걸었다. 정말 열심히 걸었다.
식당에 도착해 예약한 자리로 배정받고 5명이 각자의 식사를 그리고 와인을 한병 주문해 정말 따뜻하고 행복한 한 끼를 즐겼다.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나누고 와인을 즐기는 사이 시간은 훌쩍 2시간이 지났고 아쉽지만 뒤풀이를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은 다시 험난했고, 무사히 숙소로 귀환했다.
나는 내일부터 걸을 길을 10일간 어떻게 걸을지를 다시 고민해 봤다. 아무래도 해안길로는 10일 만에 주파하기는 어려워 보여 내륙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선배님께는 예약한 대성당 루프탑 투어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티켓등을 다시 파일로 받아 전달했고, 이곳에 머물면서 꼭 봐야 할 성당 등을 알려드렸다.
이 밤을 보내면 난 포르투갈 해안길을 혼자서 걷게 되는데 바라는 것은 오직 비기 덜 내리길 바라는 것 밖에 없었다.